내 돈이 녹는다고? 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_돈쓸신잡 #129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재미있는 사진 한장을 봤다. 어떤 사람이 집에 있는 책을 펼쳤는데, 책 사이에서 영수증 한장이 발견된 것이다. 2001년에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이다. 아이스크림, 황도, 스팸, 참치, 단무지, 가지, 한우 등 다양한 품목을 구매한 영수증이다. 이렇게 많은 식재료를 사고도 종이에 찍힌 가격은 3만 원이 넘지 않았다.
지금 물가 기준으로 보면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이젠 마트에 가서 조금만 뭘 담아도 10만 원이 훌쩍 넘으니까.
이 영수증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댓글로 "시간이 정말 빠르다" "저 때는 물가가 저렴했는데" "지금은 마트에서 장 보기도 무섭다"와 같은 피드백을 남겼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현금의 가치가 내려간 것이다. 내가 중학생 때는 3000원 만 내면 자장면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최소 8000원은 내야 자장면을 주문할 수 있다. 이것 역시 자장면 가격이 올랐다기보다는 그만큼 현금의 가치가 낮아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즉, 지금 1억 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이 돈을 전혀 손대지 않고 통장에 넣어두고 10년을 버텼다고 치자. 1억 원은 그대로 통장에 남아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특히 급격하게 물가가 오른 올해는 더더욱 인플레이션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만약 올해 들어서 연봉이 동결된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런데, 과연 동결일까? 물가가 오르는 와중에 내 연봉이 동결됐다는 것은 사실상 삭감이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1.2% 줄었다. 물가 상승률에 비해 소득 상승률 낮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인 피터 린치는 왜 본인의 책에서 "일단, 내 집부터 사시오"라고 조언했을까? 좋은 입지에 있는 부동산은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한 가장 안전하고 검증된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장면 가격이 3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랐다는 건 가치가 낮아진 현금이 그만큼 자장면 가격에 축적됐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현금의 가치는 부동산에도 저장된다. 물론, 부동산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축적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자체가 부도 위기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이 생기지 않는 이상 물가는 꾸준히 오른다. 그리고 현금의 가치는 떨어지며, 그 떨어진 가치가 투자 자산에 저장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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