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극장가, 할리우드 스타 및 감독들의 뜸해진 발길 [D:영화 뷰]

류지윤 2023. 12. 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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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웡카' 크리스마스 시즌 개봉서 밀려

올해 여름 국내 극장가 성수기 시즌에는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의 톰 크루즈와 주역들 '바비'의 마고 로비, 그레타 거윅 감독 '보이 즈 어프레이즈' 아리 에스터 감독 등 할리우드 스타 및 감독이 내한해 한국 관객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팬데믹 이전 2019년 한국 국민 1인당 영화 관람 횟수가 4.4회로 전 세계 1위였던 한국 시장은 인구 수 대비 영화관람 횟수가 높고 평론가 못지 않은 관객 수준으로 할리우드 신작의 전세계 최초 개봉지가 되거나 아시아 홍보의 장이 됐다.

또 멀티플렉스 시스팀에 잘 갖춰져 있어 입소문을 탄다면 관객을 빠르고 많이 모을 수 있어 성패를 가늠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었다. 즉 '한국에서 흥행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잘된다'라는 인식이 주효했다.

ⓒ뉴시스

여기에 일본은 개봉 시기가 전 세계 동시 개봉과 무관하게 일정을 진행하거나, 프랜차이즈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한국보다 낮고, 중국 시장은 폐쇄적이어서 아시아 시장을 잡으려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한국 투어를 선호하고는 했다.

팬데믹으로 막혔던 하늘길이 엔데믹으로 열리자 할리우드 스타 및 감독들의 역대급 규모의 프로모션 행사를 열었고, 이는 케이팝과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팬데믹 중에도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이 이어지며 한국의 위상을 확인했다는 평가로 남았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올 겨울 하반기 성수기 시장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듄:파트2'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내년 2월 개봉을 앞두고 두 달 전인 12월 8일 한국을 찾았을 뿐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레벨 문 파트 1: 불의 아이' 아시아 프로모션 행사 거점은 일본이었다. 지난 12월 11일 도쿄 포시즌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을 비롯해 스피아 부테라, 배두나, 에드 스크레인, 데보라 스나이더가 참석해 기자 간담회와 프리미어 이벤트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일본 보이그룹 INI 이케자키 리히토가 게스트로 참석하기도 했다.

국내에는 특별한 프로모션 없이 취재진들에게 사전에 질문을 받아 취합해, 14분 분량의 녹화 영상이 전부였다.

지난 12월 8일 이후 37개국에서 순차 개봉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 영화 '웡카'의 글로벌 대규모 프로모션에서도 한국은 빠졌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타깃으로 전 세계 개봉 일정을 잡았지만, 국내 개봉은 내년 1월로 밀렸기 때문이다. 워너브라더스의 또 다른 영화인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국내에서 20일 개봉하면서 연기됐다.

인구 수가 많은 북미에서는 '웡카'가 15일,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22일 일주일 간격으로 그대로 개봉하지만, 박스오피스 규모 자체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한 지붕 가족이 관객을 나눠먹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국내 팬들은 티모시 샬라메가 '웡카' 개봉 기념으로 일본 및 유럽 등을 방문해 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진과 영상을 공유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 여름과 달리 썰렁한 큰 내한 행사 없이 지나가는 분위기가 아쉽다는 목소리도 SNS에서 나오고 있다.

상반기와 달라진 온도 차이는 내한한 영화의 성적들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영화 '바비'의 국내 흥행 실패다. 그레타 거위 감독과 마고 로비가 국내에서 기자간담회, 핑크 카펫 행사를 성대하게 치렀고, 전 세계에서 14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한국에서는 누적 관객 수 58만명에 그쳤다.

2년 연속 한국을 방문해 사랑을 표현한 톰 크루즈의 노력에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은 최종 관객 수 402만명으로,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치였다. 지난해 '탑건: 매버릭'은 822만명이 관람했었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 "아시아에서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프로모션을 가는 일은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정이 바뀌어 우리나라를 흥행 거점으로 삼고는 했는데 이 흐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올해 한국 극장가는 위기론에 둘러싸여 있었다. 외국에서 한국 콘텐츠를 부러워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힘들다'라는 소리 밖에 하지 않는다. 똑같은 상황 속을 위기라고 하면 위기고, 기회라고 기회일 수 있다. 한국에서 개봉 할 신작들이 이런 상황과 평가를 고려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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