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 거취 표명 없이 '후추위' 통해 3연임 도전 유력
정치권, 지역 시민단체 등 '외풍' 차단 효과
3연임 의사 밝히면 후추위 자격 심사 공정성 측면에서도 부정적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3연임 도전이 가시화됐다. 본인이 거취를 표명하는 방식이 아닌, 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 자격 심사 대상에 포함돼 다른 후보들과 경쟁하는 방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21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어 ‘CEO후보추천위원회’운영을 의결하고,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회장 인선절차에 바로 착수할 계획이다.
앞서 포스코홀딩스 이사회는 지난 19일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절차를 포함한 새로운 지배구조 체제인 ‘포스코형 신(新)지배구조 개선안’을 의결했다.
당초 최 회장은 개선안 마련을 전후해 3연임 도전, 혹은 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날 오전까지 거취 표명을 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스스로 거취에 대해 언급하치 않는 상태에서 ‘타의(他意)’에 의해 차기 CEO 후보군에 오르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19일 의결된 신지배구조 개선안에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표명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만료 3개월 전에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최 회장의 거취 표명이 없는 상태에서 회장 인선절차가 이뤄지게 된 것도 이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회사측에 따르면 이사회 운영 규정에 있었던 ‘현직 회장은 내년 3월 주주총회 개최 90일 전까지 이사회에 연임 여부를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도 개선안 의결과 함께 무효화됐다.
후추위의 심사 대상에 현직 회장이 배제된다는 조항은 없다. 즉, 최 회장은 본인 입으로 ‘3연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지 않고도 후추위의 판단에 따라 차기 회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다.
회장 후보군 발굴 및 자격심사 역할을 하는 후추위가 최 회장을 후보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내년 3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수순을 밟게 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신지배구조 개선안은 회장 후보군의 자격요건을 ▲경영 역량 ▲산업전문성 ▲글로벌 역량 ▲리더십 ▲진실성‧윤리(Integrity‧Ethics)의 5가지 항목으로 규정해놓고 있다.
재임 기간 포스코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존 주력 사업인 철강에서 벗어나 배터리(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인프라 등 신사업 분야로 확장하면서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성과를 감안하면, 최 회장이 자격요건을 가장 잘 충족시키는 후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추위를 구성하는 포스코홀딩스 사외이사 7명 중 이사회 의장을 포함한 6명이 최 회장 임기 내 선임된 이사들이라는 점도 최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 중 하나다.
후추위가 최 회장을 후보군에 올릴 여지가 높은 상황에서 굳이 본인 입으로 3연임 도전을 선언해 대내외적인 부담을 짊어질 이유는 없다.
최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서 ‘패싱’ 당하는 등 정부와 불편한 관계가 있었고, 포스코홀딩스 본사 배치와 관련해 포항 지역 시민들로부터 퇴진 압박도 받아 왔다. 포항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회사차 사적유용 혐의로 고발당해 사법리스크에도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정우 회장이 스스로 3연임 도전을 선언했다가는 반발 여론은 물론,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모두 두 번째 임기조차 못 채웠던 배경인 ‘외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도 그룹 내 계열사 경영진과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되는 상황에서 최 회장이 먼저 회장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포스코그룹은 전날 2024년 임원 정기인사를 실시했으나, 주요 계열사 사장단은 인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룹 회장 선임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시점에서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유력한 포스코홀딩스, 포스코, 포스코이앤씨,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의 자리이동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차기 CEO 선임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직 회장 연임 우선 심사제’까지 폐지한 상황에서 후추위 심사 과정 역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만한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게 현명하다.
결국 최정우 회장은 후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내놓을 때까지 거취에 대해 침묵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차기 CEO 선임은 후보추천위원회가 중심”이라며 “대상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후추위가 자격 심사 대상 후보를 골라야 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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