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예술을 품다…아트레이블 선보인 롯데百
와인의 숙성 과정을 담은 작품 돋보여
박선기·하태임 작가와 협업와인 출시
"와인과 예술 모두 함께 즐겼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갤러리 잠실점. 유럽의 와이너리를 여행하는 것처럼 와인이 만들어지는 여정을 따라 한국을 대표하는 3명의 작가의 작품이 차례대로 눈에 들어왔다. 전시의 시작이 되는 최태훈 작가의 작품은 기성품 위에 부어진 우레탄이 부풀어 오르면서 각기 다른 형상을 갖추게 되는 소조 작업이다. 포도의 효모가 보글보글 끓어올라 발효되는 와인의 첫 단계와 맥이 닿아있다.
롯데백화점이 21일부터 'Sante! Cin Cin! Cheers!(상떼, 친친, 치어스)'라는 주제로 마련한 '아트X와인 콜라보 전시회'는 국내 대표 아티스트 3인 박선기, 하태임, 최태훈 작가의 작품과 이들의 작품이 적용된 아트 레이블 와인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의 제목인 ‘Sante! Cin Cin! Cheers!’는 각각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 영어로 건배를 뜻하는 단어의 조합으로, 예술과 와인의 만남을 통해 행복한 순간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겼다.
특히 하태임 작가의 컬러밴드 작품들은 다양한 색으로 숙성돼 가는 와인과 닮아 있는 모습이다. 발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와인은 숙성을 통해 고유의 색을 띠게 되는데, 색채를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든 하 작가의 작품도 다채로운 감정과 감각을 조화롭게 감싸 안으며 숙성시키는 힘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박선기 작가의 작품은 직접 마시고 음미함으로써 비로소 문화로 거듭나는 와인처럼 관람객들이 작품 사이로 들어가 3차원의 공간을 직접 경험함으로써 완성되는 작품이다. 박 작가는 숯을 공중에 매달아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 선보인 작품에서도 자연에서 숙성되고 산화된 숯은 원근법적 질서 속에서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이번 전시는 롯데백화점의 한정판 아트 레이블 와인 출시와 함께 기획됐다. 아트 레이블 와인 프로젝트는 국내 유명 아티스트와 아트 와인을 제작해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기획으로 지난달 박선기 작가와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미켈레 키아를로’ 와이너리가 협업한 와인을 먼저 선보였고, 하태임 작가와 ‘앙드레 뤼통’이 협업한 와인 ‘디비누스’는 전날 전시 개막에 맞춰 2000병 한정으로 출시됐다.
박선기 작가가 참여한 와인은 바롤로와 가비 두 종으로, 레이블에는 드로잉 작품 '마이애미'와 설치 작품 ‘화분’의 이미지가 사용됐다. 피에몬테 지역과 가까운 밀라노에서 유학한 박 작가의 작품에는 작가가 바라본 한국과 이탈리아의 자연과 문화가 녹아있는데, 이런 점들이 예술 친화적인 와이너리로 유명한 미켈레 끼아를로와 만나 아트 와인으로 탄생하게 된 배경이 됐다. 이번에 선보인 바롤로는 구조감이 뚜렷한 진한 타닌감이, 가비는 섬세하고 향긋한 아로마와 신선한 산도가 매력적인 와인이다. 이 와인은 당초 3000병씩 한정판으로 출시됐지만 기대 이상의 반응에 힘입어 1000병씩 추가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하태임 작가를 대표하는 컬러밴드 작품이 들어간 디비누스는 메를로와 카베르네 소비뇽이 혼합된 보르도 블렌드 와인으로 진하고 클래식한 맛이 특징이다. 하 작가가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했다는 점, 그리고 보르도 지역에서 5대째 와이너리를 이어가고 있는 앙드레 뤼통 가문처럼 하 작가도 대를 이어 예술가의 길을 걷는 작가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됐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윤나언 롯데백화점 아트갤러리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인의 세계로,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예술의 세계로 각자 취향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전시회는 내년 2월14일까지 열린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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