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도 깜빡 속인 19세 '히든카드' 김사랑 "사실 긴장 많이 했어요"

이형석 2023. 12. 2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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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세터 김사랑(왼쪽)과 강성형 감독. 사진=KOVO

주전 세터 김다인의 부상 공백을 메운 건 입단 2년 차 열아홉 살 세터 김사랑이었다. 

현대건설은 20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원정 경기에서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1(23-25, 25-23, 25-16, 25-20)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 전만 하더라도 현대건설은 주전 김다인의 공백이 우려됐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김다인이 독감에 걸렸다"며 "현재 격리한 상태이며 오늘 경기엔 결장한다"고 밝혔다.
사진=KOVO

강성형 감독이 꺼낸 카드는 김사랑이었다. 올해 2월 한봄고를 졸업한 김사랑은 2022~23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입단했다. 지난 시즌 7경기, 이번 시즌 4경기에 나섰지만 교체로 잠깐 코트를 밟은 게 전부였다. 강 감독은 "김사랑은 사랑은 스피드나 움직임이 빠르진 않지만 안정적인 토스를 한다. 속공 타이밍도 좋다"고 말하면서 "혼자서 (경기를) 다 이끌기 어려울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교체해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사랑은 1세트 중반을 제외하면 끝까지 공을 배분했다. 

강성형 감독은 경기 후 "(김)사랑이가 긴장하지 않고 잘했다. 사랑이가 히든카드였네"라며 칭찬했다. 이어 "긴장하면 범실이 나오기 마련인데, 서브도 강하게 공략을 잘하더라"며 "토스도 상대를 속이는 건 아니었지만, 본인이 가진 역량만큼은 긴장하지 않고 잘했다"고 덧붙였다.
사진=KOVO

뒤이어 공식 인터뷰에 참석한 김사랑은 사령탑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후 첫 선발 출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틀 전 선발 출전을 준비하라는 통보를 받고선 계속 긴장이 되더라"며 "흥국생명이 강팀이고 체육관이 커서 더 긴장한 것 같다"고 했다. 사령탑도 깜빡 속을 만큼 전혀 긴장한 내색 없이 언니들에게 공을 토스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1세트 상대에게 5차례나 블로킹을 당한 끝에 기선을 빼앗겼다. 막내 세터로선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김사랑은 "1세트엔 다소 부족한 플레이를 했지만, 빨리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다"라며 "언니들을 믿고 플레이했던 것이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웃었다. 흥국생명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경기 중엔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사진=KOVO

김사랑은 이날 다양한 공격 루트를 활용했다. 모마 바소코 레티치아(등록명 모마)가 팀 내 최다 24득점을, 양효진과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이 각각 15득점-14득점을 올렸다. 이다현도 7득점을 보탰다. 양효진은 "호흡을 자주 맞춰보지 못해 나도 궁금했다. (김)사랑이가 본인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 게 느껴졌다"고 대견해했다. 

현대건설은 이날 승리로 승점 40(13승 4패)을 기록, 2위 흥국생명(승점 36)과 격차를 벌렸다. 지난달 16일 IBK기업은행전을 시작으로 9연승의 신바람을 탔다. 한 달 넘게 패배를 잊고 고공행진 중이다. 

김사랑은 "어렸을 때 현대건설의 경기를 관람하며 나도 저 팀에서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라며 "팀의 일원으로 경기를 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 앞으로 현대건설의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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