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글로벌 시황&이슈]
[한국경제TV 김채은 PD]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입니다. 경제적 해자라는 말을 아시나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대중화한 경제 용어인데요. 해자, 즉 영어로는 moat이라고 하는데, 과거에 전쟁을 할 때 성 주위를 빙 둘러서 땅을 파고 물을 채워,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든 연못을 뜻합니다. 경제적 해자라는 건 결국, 경쟁자들로부터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회사의 장점을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가치투자의 전설이라고도 불리는 워런 버핏. 많은 사람들은 왜 버핏이 테슬라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지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지난 5월,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이런 질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는데요. “애플이 5년,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된다. 그런데 전기차는 5년, 10년 후에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전기차 재고는 현재 114일 공급분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통계였던 53일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건데요. 전기차 재고가 전체 자동차 재고인 71일분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기차 업계의 선두주자인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108%가량 상승했는데요. 다만 전기차 판매 부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9월 말 이후부터는 상승률이 2%대에 그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11.5%의 수익률과는 대조되는 결과입니다. 월가의 신중론도 짙어지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월가의 테슬라 2023년 4분기 이익 전망치는 1년 전보다 55%나 하향 조정됐습니다. 또, 내년의 이익 예상치도 43%나 낮아졌습니다. 현지시각 19일, 유럽연합은 도로 교통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을 규제하는 기준인 유로 7에 잠정 합의하면서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는데요. 이외에도 모델3 등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주어지던 미국 정부 보조금도 줄어들면서 추가 가격 인하 압박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RBC는 테슬라에 대해 ‘매수’ 의견은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과 2025년의 차량 인도 전망치를 낮춰 잡았습니다. 일부 정부 보조금 혜택이 줄면서 ‘모델3’와 ‘모델Y’의 판매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편, 저마다 ‘제2의 테슬라’를 꿈꿨던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는데요. 현지시각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전기차 혹은 배터리 스타트업들 중 최소 18곳이 비용을 절감하거나 신규 자본을 조달하지 않으면 내년 말 현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고요. 이 가운데 7개 기업은 보유 현금이 불과 몇 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자금이 부족한 기업 중에는 업계의 관심을 받았던 ‘패러데이 퓨쳐’도 있습니다. 2021년 상장해서 기록적인 매출 성장을 약속했지만 올해 3분기 기준으로 패러데이 퓨쳐가 보유한 현금 및 단기 투자액은 약 857만 달러에 불과했는데요. 앞으로 10일만 버틸 수 있는 금액이었습니다. 회사는 “주식매각을 통해 9천만 달러를 모금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보다 규모가 큰 피스커와 니콜라는 각각 187일, 363일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니콜라는 최근 재무보고서 발표 이후 새로운 자본을 조달했고요. 피스커 역시 “신차 인도를 가속화하고 물류 인프라를 개선하고 있어서 회사의 3분기 비용이 반드시 미래 상황을 반영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조사 결과,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들의 평균 주가는 상장 당시보다 80% 넘게 하락했는데요. 불과 수년 사이에 수백억 달러가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전기차 스타트업들의 주가 하락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나 피델리티, 거대 기업 코흐 인더스트리 등 대형 투자자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는데요. 이 기업들은 전기차 스타트업에 수억 달러를 투자한 바 있습니다. 코흐 인더스트리 대변인은 “전기차 스타트업 투자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기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으며, 테슬라와 같은 시장 선두 업체 조차도 고객 확보를 위해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CNBC는 전기차 판매 증가세 둔화의 원인으로 높은 가격을 첫번째 이유로 들었고요. 비싼 가격과 함께 충전 인프라 부족, 그리고 불안한 주행거리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회의적으로 보면서 전기와 연료를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2022년 전기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5.2% 수준으로 하이브리드차의 점유율을 0.3%p 차이까지 추격했지만, 올해 들어서 다시 2.8%p까지 벌어졌습니다.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포드는 F-150트럭의 하이브리드 버전 생산량을 두 배로 늘려서 내년도에 북미 시장에서 베스트 셀러 차종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실제로 올해 11월까지 포드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16.2% 증가한 반면, 하이브리드 차는 23%로 더 높았습니다. 스텔란티스 역시 지프 랭글러와 그랜드 체로키 SUV를 필두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고요. 또 특히, 최근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는 건 도요타에게는 호재가 되고 있습니다. 순수 전기차에만 집중했던 폭스바겐이나 GM과는 달리 도요타는 하이브리드, 액체수소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종 개발에 투자해왔는데요. 도요타의 북미 판매법인장은 “하이브리드 차의 생산을 최대한 늘리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미국 시장의 순수 전기차 판매 증가세는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가운데, 현지 자동차 산업의 무게 중심은 다시 전기차에서 하이브리드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30년까지 도요타 그룹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 되겠다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난관을 극복하고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월가의 돈이 되는 트렌드, 월렛이었습니다.
조윤지 외신캐스터
김채은 PD ckim@wowtv.co.kr
Copyright © 한국경제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