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 믿음의 씨앗을 뿌리는 골든타임

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2023. 12. 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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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보내는 편지>
십자가와 COVID-19 130x130cm Mixed media 2021./사진=이병욱 박사
“조직 검사 결과, 암입니다.”

이렇게 의사로부터 암을 통고받으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의사의 말을 부정합니다. ‘설마, 암이 아닐 것이다’라고요.

이 시기에 환자들은 불안에 떨며 ‘설마’ 하는 데 실낱같은 희망을 겁니다. 그러고 나서 이른 바 ‘닥터 쇼핑’을 시작합니다. 보호자가 볼 때 결론은 분명한데도 환자는 혹시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 버리지 않습니다.

이때 보호자의 태도가 중요합니다. 환자에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보통은 2~3일, 길게는 1주일이면 충분합니다. 그 사이에는 보호자가 환자의 말을 모두 경청해주는 게 좋습니다. 환자는 받아들이지 못해서 흔들리고 있고 경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판단을 내리겠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시기에는 환자의 말을 들어주고 환자의 말에 동의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보호자는 ‘나도 당신과 같은 느낌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A학점 보호자는 환자가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보호자입니다. 환자를 도와주기 위해 자료나 정보를 수집해서 주는 보호자, 좋은 조언을 해주는 보호자는 A+학점입니다.

“어디에 가나 다 똑같이 나오지, 다르게 나오겠어요?”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그만 포기하고 받아들이세요.” “암이 맞는다는데 왜 우기느냐?”며 환자의 기를 꺾어놓는 보호자는 냉철한 판단력을 갖고는 있겠지만 냉정한 F학점 보호자입니다. 다른 병원에 가도 암이라는 판정을 받을 줄 알면서도 기꺼이 환자의 편을 들어주십시오. 시간 낭비, 돈 낭비가 예상되더라도 기꺼이 지출하십시오.

보호자의 말대로 암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환자는 그 보호자의 말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 시기에 환자는 많은 걱정을 합니다. 만일 암 진단을 잘못 받은 것이라면 암 치료는 그야말로 생사람을 잡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는 확신이 들 때까지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옳다고 동의한 보호자를 더 신뢰하는 것입니다.

환자는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보호자를 신뢰합니다. 보호자의 생각만 강요하는 보호자는 경계를 합니다. 환자는 자신에게 애정이 있고 자신의 편인 사람이 하는 충고는 받아들이지만, 애정이 없는 사람의 충고는 그것이 아무리 옳을지라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암 투병은 1+1=2가 되는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암 투병 중에는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가, 약을 중단해야 하는가 등 순간순간 판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 판단은 목숨을 담보로 한 판단입니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나와 끝까지 가주는 보호자’의 말을 더 신뢰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잘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라도 이 시기에 환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십시오. 환자는 이때 반대한 사람에게는 서운함을 가지고, 그러면 나중에 아무리 좋은 정보를 갖고 있더라도 환자는 그 사람의 정보는 신뢰하지 않으며 받아들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암이 분명해 보이는데 다른 데서 검사를 한다는 게 불필요해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현명한 보호자라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할 겁니다. “암이 아니라면 나도 참 좋겠어요. 나도 아니길 바라고요. 당신 말대로 다른 데 한 번 더 가 봐요. 그런데 모든 병원을 다 다니기에는 시간이 없으니까 큰 병원 몇 군데만 가보는 게 어떨까요?”

보호자가 해야 하는 말은 ‘모든 병원을 다 가기에는 시간이 없으니까 큰 병원 몇 군데만 가보자는 것’입니다. 환자가 네 군데 정도의 병원을 가보고 싶어 한다면 보호자는 두 군데 정도로 범위를 좁혀서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환자는 아마 보호자의 충고를 따를 것입니다. 보호자가 충분히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의 환자를 다룰 때는 이 점을 잊지 마십시오. 환자의 마음 어루만지기가 먼저고, 그 다음이 보호자의 판단을 말하는 것입니다. 철저히 환자의 편에 서주세요.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인 여러분의 편에는 제가 서겠습니다. 함께 이겨나가는 것, 그보다 더 값진 싸움은 없습니다.

오늘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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