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4% 넘는 개인사업대출자 187만명…최대 300만원 받는다

김남준 2023. 12.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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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은행권 ‘종노릇’ 비판과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2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방안을 내놨다. 올해 예상 은행권 당기순이익의 약 10% 규모로 그간 발표된 은행 상생 금융액으로는 역대 최대다. 특히 이 중 1조6000억원은 개인사업자 대출 이자 감면에 쓰일 예정이다.


4% 초과 이자 90% 감면…최대 300만원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두번째부터), 조용병 전국은행연합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20여 개 은행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은행 은행장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복현 금감원장과 간담회를 가지고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원안은 지난달 금융당국 수장과 금융 지주 회장 및 은행장 간담회를 통해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구체적 안을 마련해 이번에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 회장은 “은행의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금리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을 만든다는 기본원칙 하에 추진됐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은행마다 경영여건이 상이해 부담기준이나 지원 방식 마련 과정에서 여러움이 있었음에도 은행연합회 중심으로 중지를 모을 수 있었다는 것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원안은 ▶이자 환급(1조6000억원) ▶자율 지원(4000억원) 크게 두 개로 마련됐다. 특히 이자 환급은 연 금리 4%가 넘는 개인사업자 대출 차주를 대상으로 4% 초과 1년 치 이자납부액의 90%를 감면해 주는 것으로 큰 방향이 잡혔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가지고 있어도 부동산임대업은 지원 대상에서 뺀다.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아서다. 이자 환급에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없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8개 은행이 모두 참여한다. 다만, 대출금은 2억원, 총 환급액은 300만원으로 제한을 두기로 했다.


개인사업자 187만명, 평균 85만원 환급


예를 들어 연금리 5%로 3억원을 빌린 개인사업자가 있다면, 2억원 대출금 기준 1%(금리 4% 초과분)에 해당하는 이자 납부액의 90%를 돌려준다. 이럴 경우 환급액은 180만원이다. 다만 이런 계산법으로 환급액이 300만원을 넘으면 300만원까지만 지원한다.
김경진 기자

이번 지원 대상에 포함되려면 20일까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해야 한다. 은행 자체 추산으로 이날까지 개인사업자 대출을 보유한 연금리 4% 초과 차주는 약 187만명이다. 이자 환급액은 총 지원안(2조원)의 80%인 1조6000억원이다. 이를 고려하면, 1인당 평균 85만원을 지원받는다는 게 은행연합회 설명이다.

1년 이자 일부 환급…임대·전기료 지원도 검토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원안은 이미 납부한 1년 치 이자 일부를 돌려주는 개념이지만, 현시점에서 이자 납부 기한이 1년이 안 되면 앞으로 향후 납부할 이자까지 포함해 1년 치를 환급해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21일 이전에 최초로 대출했으면 이미 납부한 1년 치 이자 중 일부를 돌려받는다. 하지만 그 이후에 대출을 받아서 아직 이자 납부기한이 1년이 되지 않았으면 향후 1년 치 이자를 납부한 후 그 금액 중 일부를 환급받는다.

이자 환급액을 제외한 4000억원은 은행들이 별도 자율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 지원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은행연합회는 “이자 환급 외에 전기료·임대료 등을 지원하거나, 보증기관 또는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5대 은행 2000~3000억원 부담할 듯”


2조원의 총지원금액은 은행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분하기로 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을 1년으로 환산한 후 당기순이익이 많은 순으로 부담을 더 지는 방식이다. 은행연합회는 “정확한 규모는 은행별로 산출해 봐야 알 수 있지만 5대 은행은 2000~3000억원 수준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여기에 산은과 수은이 별도 프로그램으로 추가 지원하면 총 지원금액은 2조원 넘는다는 게 은행연합회 설명이다. 토스뱅크는 올해 당기순이익이 적자이기 때문에 지원금 부담에선 일단 빠졌다. 하지만 별도로 자체 지원 방안을 따로 검토하고 있다.

은행별 한도 조정 가능…“중복지원도 허용”


지원 기준의 큰 틀은 마련했지만, 은행 사정 따라 이자 환급 기준이나 한도를 조정할 수 있게 여지는 남겼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예를 들어 당기순이익으로 배분했더니 A은행이 1000억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300만원 한도로 4% 초과 이자의 90%를 감면하면 그 금액을 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 총 이자 환급액 한도를 300만원이 아니라 200만원으로 낮추거나 감면율을 90%가 아니라 70%로 조정할 수 있다”고 했다.

여러 은행에 대출을 받은 차주의 중복 지원도 허용한다. 중복 지원자를 다 가려내기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어서다. 또 환급액은 소득이 아니라 이자 감면의 개념이라 세금 부과 대상은 아니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어려운 분들이고, 중복 지원자 수가 많은 편도 아니다”면서 “환급액은 소득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 이자비용의 감소만 발생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내년 2월부터 지급…“별도 신청 필요 없어”


구체적 지원 기준은 내년 1월까지 은행별로 따로 마련한다. 은행별 지원안이 확정되면 내년 2월부터 이자 환급을 시작해 그해 3월까지 총지원 금액의 50%를 환급할 수 있을 거라고 금융당국은 예상했다.

이자 환급은 별도 신청 없이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상을 선정해 환급액을 바로 계좌로 입금해 주기로 했다. 은행연합회는 “이자 환급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일정 기간 내에 신청하거나 추가로 대출을 받을 필요는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보이스피싱 등 전자통신금융사기에 유의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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