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단가 감소에 해외로” 면세업계, 동남아서 다시 맞붙는다
신세계, 캐세이와 손잡고 홍콩·동남아 개별 관광객 공략
‘쇼핑 보단 체험’ 여행 트렌드 변화에 활로 모색 분주
국내 면세기업들이 해외에서 다시 맞붙는다.
엔데믹 전환과 지난 8월 중국 정부의 자국민 한국 단체관광 허용으로 매출 회복을 기대했지만 중국 경기 침체와 여행 트렌드 변화로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업계는 한류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 시장을 발판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12일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2020년 6월부터 부분 운영 중이던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매장을 모두 오픈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연간 약 7000만명이 이용하는 아시아 대표 공항으로, 롯데면세점은 미국의 DFS가 40년간 갖고 있던 면세사업권을 2019년 말에 낙찰받으며 처음 진출했다.
전체 면적은 약 8700㎡(2632)평으로, 롯데면세점이 운영하는 해외면세점 중 가장 큰 규모다.
입·출국장 1~4터미널에서 주류와 담배 품목에 대해 단독 판매하며,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맥캘란, 글렌피딕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를 비롯해 와인, 꼬냑, 보드카 등 다양한 주류 상품을 선보인다.
특히 고객들이 여정 속에서 색다른 면세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로봇 및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시음 공간, 최신 미디어 시설과 휴게시설을 완비한 고객 라운지 등을 조성해 체험요소를 강화했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점에서 연간 약 5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해외 매출 1조원 목표를 조기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해외 6개국에서 13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지난 10일 창이공항 화장품·향수 매장 사업권을 4년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28년 3월31일까지 운영 기간이 늘어났다.
이번에 연장된 창이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의 범위는 공항 내 4개 터미널에 걸쳐 총 22개 매장으로, 매장 규모도 약 7700㎡(약 2300평)에 이른다.
신라면세점은 사업권 연장에 따라 현재 운영하고 있는 130여개 뷰티 브랜드 외에 추가로 20여개의 새 브랜드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과 손잡고 팝업 매장을 설치해 신제품 출시를 통한 다양한 쇼핑 경험을 공항 이용객에게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마카오공항에 진출한 신라면세점은 내년 상반기 내 인도네시아 바탐공항에도 면세점을 열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9일 세계 10대 항공사 중 하나인 캐세이(Cathay)와 업무 협약식을 체결했다. 캐세이퍼시픽 마일리지로 신세계면세점 쇼핑을 가능하게 해 글로벌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 신라와 달리 신세계면세점은 아직 해외 매장이 없다. 하지만 이번 캐세이와의 협력을 시작으로 해외 개별 관광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이후에는 직접적인 해외진출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유신열 신세계면세점은 대표는 "고객에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게 사업의 목표인 만큼 해외 진출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이나 동남아부터 시작해 계속 넓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면세업계가 내수 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은 여행 트렌드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른바 깃발부대로 불렸던 유커 대신 개별 여행객이 늘고, 쇼핑 보다는 체험 위주의 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면세점을 이용하는 관광객의 객단가가 크게 낮아진 탓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한 외국인 중 개별 여행객의 비중은 지난 2019년 77.1%에서 올해 3분기까지 85%로 상승한 반면 단체여행은 2019년 15.1%에서 올해 9.2%로 낮아졌다.
여행 목적에서도 변화를 보였다. 같은 자료에서 쇼핑은 소폭 하락했지만 식도락, 자연경관, 유적지 방문, 촬영지 방문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면세업계의 내년 키워드는 ‘생존’이라며 엔데믹으로 하늘길은 열렸지만 객단가가 낮아지면서 어려움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전성기 때는 품절, 싹쓸이라는 단어가 면세업을 대표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상황이 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한류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한국산 제품 선호도가 높은 동남아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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