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칠성음료, ‘크러시’ 이번엔 성공할까…피츠와 다른 필살기는?

임유정 2023. 12. 2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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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성공 분위기 몰아 맥주 반등 발판 마련
맥주까지 자신감 대폭 확장…‘Z세대’ 접수 계획
주류시장 보수적…업계 “영업력 관건 될 것”
크러시 포스터ⓒ롯데칠성음료

소주 ‘새로’의 성공으로 분위기를 탄 롯데칠성음료가 이번에는 맥주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고 반등을 노리고 있다. 소주시장에서의 활약에 더해 맥주까지 자신감을 대폭 확장하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크러시를 전면에 앞세워 ‘Z세대’를 접수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올해 주류사업 부문에서 고전하고 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5754억원에서 올해 6070억원으로 소폭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379억원에서 339억원으로 11% 뒷걸음질 쳤다. 영업이익률도 6.6%에서 5.6%로 떨어졌다.

특히 주류부문 전체 매출에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매년 하락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4.1%에서 지난해 3.8%로 줄었다. 소주와 청주만 두 자릿 수 성장을 기록하면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롯데칠성음료는 내년도 과제를 맥주 포트폴리오 강화로 잡았다. 최근 분위기 전환을 위해 최근 1년 2개월 여간 공 들여 준비한 신제품 ‘크러시(KRUSH)’를 선보였다. 크러시는 2020년 클라우드 생드래프트 출시 이후 3년 만에 시장에 나온 맥주 신제품이다.

현재 롯데칠성음료는 맥주 시장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업계 추정)은 오비맥주가 50% 안팎, 하이트진로가 40% 안팎, 롯데칠성음료는 4% 이하다. 롯데칠성음료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크러시를 적극적으로 알리며 실적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앞서 롯데칠성은 지난 2014년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이끌고 있는 맥주 시장을 3파전으로 끌고 가겠다는 심산으로 맥주 시장에 발을 딛었다. 현재 맥주 포트폴리오는 클라우드 하나다. 오비맥주가 카스와 한맥, 하이트진로가 테라와 켈리로 ‘연합작전’을 펼치는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이번 신제품 크러시를 선보이면서 본격 ‘투트랙’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크러시는 유러피안 홉과 홉 버스팅 기법을 통해 시원함과 청량함을 강화했다. 맥아의 단맛을 줄인 페일 라거 타입으로 담백한 맛을 구현했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로 경쟁사 주력 제품과 도수를 맞췄다. 기존 맥주와 차별화한 숄더 리스(shoulder-less) 병 패키지를 도입했다. 여기에 올몰트 맥주임에도 탄산감이 높고 라이트한 느낌을 살려 젊은층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최근 식품의 경우 세대별로 타깃팅 된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맥주는 젊은 세대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에 착안해 젊은 ‘Z’세대가 선택할 수 있도록 크러시 제품을 개발했다”며 “브랜드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젊은 세대를 위해 최근 진행한 플래그십 매장과 같이 브랜드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롯데칠성음료는 젊은층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해 홍대입구역 인근에 ‘크러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매장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브랜드 특성을 강조하는 한편, 시원하고 청량한 분위기를 느끼도록 빙산 모형, 크리스털 조명 등 여러 조명과 소품을 활용해 꾸몄다.

크러시 플래그십 스토어ⓒ롯데칠성음료

그러나 성공 여부는 역시나 영업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주류업계에선 유흥 채널 맥주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양강 구도를 깨기 어렵다.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양사의 유흥 채널 영업망이 워낙 탄탄하기 때문이다.

신세계L&B의 발포주 ‘레츠’가 영업력을 구축하지 못 해 도태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신세계L&B의 야심찬 움직임에도 레츠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발포주 레츠를 전면에 앞세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찾아보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소주, 맥주와 같은 유흥 시장은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지방으로 갈수록 신제품에 대한 저항력이 크다. 쉽게 말해 ‘먹던 술’을 바꾸는 게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MS(시장점유율) 1% 올리려면 100억원이 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시장 공략은 어렵고도 치열하다.

크러시는 젊은층이 직접 찾아마시는 맥주로 ‘승부’를 보겠다며 자신만만한 모양새지만, 수 천개가 넘는 도매사를 어떻게 공략해 나갈지가 역시나 최대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 문턱을 넘지 못하면 소비자로부터 잊혀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크러시가 알콜 도수(4.5%)와 제품 특성을 고려할 때 기존 클라우드 드래프트 생과 수요층이 겹쳐 ‘카니발리제이션’(자기잠식 효과)이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크러시가 인기를 끌면 클라우트 드래프트 생이 단종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피츠의 경우 클라우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만들었어야 했는데, 클라우드도 자리를 잡지 못 한 상태에서 선보여 시기상조였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롯데맥주에 대한 정체성을 먼저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소주 ‘새로’의 성공에 이어 젊은 마케팅을 맥주에 접목시켜 또 다시 시도해 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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