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디어아트위크 명당은 삼성역 O번 출구…. 도심 물들이는 빛 축제

유지연, 김하나 2023. 12. 21.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 모처럼 한파에 겨울다운 겨울을 맞이한 서울 도심 한복판 삼성동 일대가 일순간 빛으로 물들었다. ‘2023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SMAW)’가 화려한 막을 올리면서다.

실감 나는 파도 영상으로 화제가 됐던 무역센터 KPOP 광장의 아티움 외벽 미디어를 중심으로 현대백화점·파르나스 호텔 등 무역센터 일대 옥외 전광판에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떠올랐다. 높이만 약 20m, 폭은 80m에 이르는 대형 화면에 트리와 함께 마치 동화 속 보물 상자처럼 화려하게 장식된 실내가 등장한다. 빠른 속도로 공중을 달리는 썰매에서는 선물 상자가 와르르 쏟아지고, 깊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금빛 종의 향연이 펼쳐진다. 마치 손에 잡힐 듯 공중으로 떠오르는 커다란 종이 성스럽게 울리더니, 이윽고 찬란한 별빛으로 흩뿌려지며 세상에 축복을 전한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에서 '2023 서울 미디어 아트위크(SMAW)'가 개막했다. 아티움 외벽 미디어에 시즌쇼, '라이트 판타지아'가 송출되고 있는 모습. 사진 중앙포토

작품의 제목은 ‘라이트 판타지아.’ 오케스트라 캐럴 음악을 배경으로 펼쳐진 약 3분 45초간의 미디어 아트 공연은 ‘아나몰픽’ 기법으로 실감 나게 표현돼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아나몰픽(Anamolphic)은 오목렌즈와 같은 개념인 아나몰픽 렌즈를 카메라에 장착해 촬영, 와이드 효과로 실감하는 화면을 구현하는 기법이다.


하루 12분, 다섯 차례, 25일까지 공연


화려하게 펼쳐진 미디어 작품은 그야말로 예술적. 성스러운 종소리와 함께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와 감성을 전한 것은 물론이다. 시즌 쇼가 끝나고 메인 쇼까지 약 7분 간 이어졌으며, 화요일 저녁에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후원한 5개 미디어아트 작품이 연달아 송출됐다. 미디어 아트 공연은 이날만 5차례, 오후 5시 30분부터 한 시간 간격으로 9시 30분까지 진행됐다.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는 지난 2016년 ‘옥외광고물 자유 표시구역’으로 지정됐다. 옥외광고 매체를 자유롭게 설치 및 운영할 수 있는 구역으로,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를 떠올리면 쉽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는 국내 유일의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이다. 사진은 파르나스미디어타워와 현대백화점 옥외 광고. 사진 중앙포토

이어 구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2019년 민관합동협의회(정헌재 강남구 부구청장·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공동 위원장)가 발족했고, 지난해 서울 미디어아트 위크가 처음 진행됐다. 주로 상업 광고가 송출되는 옥외 광고판이 모여 있지만, 자유 표시구역 사업 자체는 국가사업이기에 공공성 또한 필요하다. 초대형 매체 인만큼 공공의 영역에서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미디어 아트 축제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에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민관합동협의회 공동위원장 정헌재 강남구 부구청장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성대한 미디어 아트 축제 준비로 여념이 없는 민관합동협의회의 공동위원장 정헌재 강남구 부구청장을 지난 14일 만나 인터뷰했다. 정 위원장은 “연말연시에 시민들이 이곳에 와서 행복감을 느꼈으면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뉴욕 타임스퀘어 꿈꾼다, 광고판만 총 71기

Q : 무역센터 일대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이라고 하는데.
A : 2016년에 행정안전부에서 옥외 광고 매체를 기존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설치 및 운영할 수 있는 구역을 전국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공모했다.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같은 관광 명소를 조성하고, 국내 옥외 광고 산업 진흥을 위해서다. 당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일대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지정됐다.

삼성동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은 국내 미디어 아트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도움이 된다. 사진 중앙포토

Q : 타임스퀘어만큼은 아니지만, 전광판이 꽤 많고 화려하다.
A : 무역센터 인근에만 총 17기의 옥외미디어가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이 ‘K-POP 라이브 미디어’라고 하는 KPOP 광장 일대 미디어다. 여기에 무역센터 안쪽 등 옥내 미디어 54기까지 합하면 총 71기가 된다.

Q : 연말에 미디어 아트 위크를 하는 이유가 있나.
A : 무역센터 내 초대형 광고 매체들을 단순히 상업적 용도가 아닌 시민들을 위한 공공 용도로 활용할 수 없을지 고민하다가 미디어 쇼를 떠올렸다. 이왕이면 연말연시에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이 기쁨과 행복을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말 미디어 축제로 구상했다.


명당은 삼성역 6번 출구, 120도 파노라마 조망


'2023 서울 미디어 아트위크(SMAW)'를 감상하는 사람들. 사진 중앙포토

Q : 구역 유동인구가 어떻게 되나.
A : 매일 10만 명 이상이 통행한다. 지난해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는 약 100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추산된다. 또 요즘에는 서울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서울관광공사에 따르면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10명 중 6명이 서울에 오고, 그중 4명이 강남구에 방문한다고 한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특별 시즌 쇼도 공들여 제작하고, 광장 조성 등 신경을 썼으니 더 많은 분이 와서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가 시작된 지난 19일 한 시민이 송출되고 있는 미디어 아트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Q : 광장은 어떻게 조성했나.
A : 미디어 아트로 송출되는 화면과 비슷한 분위기로 KPOP 광장에도 각종 크리스마스 조형물을 가져다 뒀다. 영상과 함께 이어지는 느낌으로 종을 형상화한 오브제들이 설치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꼭 많은 시민이 오셔서 미디어 아트 쇼도 즐기고 광장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올해 마지막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했으면 한다.

Q : 어디가 명당인가.
A : 삼성역 6번 출구다. 출구에서 나와서 정면을 보면 120도 각도가 모두 조망된다.


그때 그 ‘파도(WAVE)’ 영상처럼, 미디어 아트 발전 꿈꿔

Q : 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이 송출된다
A : 이번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는 크게 시즌 쇼와 메인 쇼로 구성된다. 시즌 쇼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중심이 되는 쇼고, 이어 국내 미디어 아트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메인 쇼가 쭉 이어진다. CJ CGV·서울문화재단·중앙일보·레이빌리지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콘텐트 파트너사들이 하루씩 맡아서 진행하게 됐다.

지난 3월부터 서울 미디어 아트위크를 준비해 온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민관합동협의회. 왼쪽부터 강남구 옥외광고물 관리팀 연은정 주무관·이재홍 팀장, 강남구 도시계획과 이선형 과장, 강남구 정헌재 부구청장, (주)더블유티씨서울 한성근 팀장·김구열 파트장. 사진 중앙포토

Q : 작가들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A : 미디어 예술은 작품을 만들어서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 굉장히 한정적이다. 외부에서 큰 화면으로 표현이 되고 많은 사람에게 노출할 기회 자체가 적다. 옥외광고물자유 표시구역을 만든 취지 중 국내 미디어 아트 산업 생태계 조성도 포함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문화재단과 한국무역협회, 포르쉐코리아가 협업한 프로젝트로 ‘서울환상소경’이라는 미디어 작품을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 전 매체에 동시 송출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다.

Q : 2020년의 ‘WAVE’ 같은 작품도 있나.
A : 무역센터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회자했던 미디어 아트 작품이라 많이 떠올려주시는 것 같다. 같은 작품은 없지만, 그만큼의 스펙터클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선보여질 것이다. 무엇보다 연말 성탄절의 따뜻한 분위기와 볼거리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옥외 전광판에 주로 상업적 광고가 많이 나오는데, 미디어 아트 위크 기간만큼은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다. 문화적·감정적·정서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싶다.

Q : 미디어 아트 위크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A : 서울의 대표 축제가 10월에 한강에서 열리는 ‘불꽃 축제’다. 이 배턴을 이어받아 무역센터에서 열리는 미디어 아트 위크가 서울을 대표하는 연말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미디어 아트 위크는 옥외광고물 자유 표시구역에서 민관이 협력해 만들어낸 최초의 이벤트라는 의미도 갖는다. 특히 강남구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으로 리더쉽을 발휘해 추진해온 사업이다. 영동대로 복합개발이 끝나고 GTX가 개통된 후 광장이 조성되면 이 지역이 서울의 상징적 관광지가 될 것이다. 홍콩의 야경을 밝히는 ‘심포니 오브 라이트’처럼 미디어 아트 축제가 큰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은 앞으로 25일까지 이어지는 미디어 아트 위크로 시민들이 무척 행복했다는 얘기를 가장 듣고 싶다. (웃음)

지난 19일 저녁 눈이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를 즐기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