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포커스] 이정후, KBO리그 호령한 타격폼으로 스플래시 히트 겨냥
안희수 2023. 12. 21. 06:30
메이저리그(MLB) 투수들의 강속구도, 7m가 넘는 새 홈구장 오른쪽 담장도 두렵지 않다. '거인(Giant) 군단' 일원이 돼 돌아온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마음도 커졌다.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1462억원)에 계약한 이정후가 지난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그는 포스팅으로 MLB에 진출한 아시아 출신 야수 중 최고 계약을 해냈다. '1억 달러의 사나이'가 된 이정후는 "처음에는 계약 규모에 부담도 있었다. 하지만 '네가 지금까지 야구를 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이라는 에이전트의 말이 와닿았다. 이제는 기대감이 더 커졌다"라고 했다. 이어 "메이저리거가 되는 1차 목표는 이뤘으니 이제 (MLB에서도) 야구를 잘하는 2차 목표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각오를 전했다.이정후가 MLB에 연착륙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숙제는 빠른 공 적응이다. MLB에는 150㎞/h대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들이 즐비하다. 이정후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빅리그 첫 시즌(2021)에는 빠른 공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며 정규시즌 타율 0.202에 그쳤다.
이정후는 빠른 공 대처에 대해 "부딪혀 볼 생각이다. 나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몸이 MLB 투수들의 투구에 맞게 (내 타격이)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패 경험은 자양분이 됐다. 2022시즌 타격 5관왕에 오르며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이정후는 지난해 이맘때 타격 자세에 변화를 줬다. MLB 투수들의 빠른 공에 대처하기 위해 타격 메커니즘을 간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2032 정규시즌 첫 달(4월) 타율 0.218에 그치는 등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5월 중순 타격 자세를 원래대로 바꿨다.
이정후는 지난 6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2022시즌까지 정립한 타격 자세가 나에게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 큰 의미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도전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빅리그 데뷔 뒤 타격 자세를 두고 고민하진 않을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이정후는 19일 귀국 인터뷰에서도 "앞으로 타격 자세를 바꿀 생각은 없다. 부딪혀볼 것"이라고 했다.
호쾌한 홈런도 예고했다.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는 스플래시 히트가 유명하다. 나도 왼손 타자이기 때문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홈구장 오라클 파크 오른쪽 펜스와 외야 관중석을 넘겨 매코비 만(灣·코브)에 떨어지는 홈런을 '스플래시 히트'라고 부른다. 높이가 24피트(7.32m)에 이르는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겨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소속 선수가 해냈을 때만 이 명칭이 붙는다. 2023시즌까지 총 102개 나왔다.
2017년 샌프란시스코 소속이었던 황재균(KT 위즈)이 기록한 홈런 1개는 왼쪽 외야로 향했다. 2004년 최희섭(현 KIA 타이거즈 코치) 2020년 추신수(현 SSG 랜더스)가 원정팀 선수로 매코비 만까지 타구를 날렸다. 공식적으로 스플래시 히트를 친 한국 선수는 아직 없다. 이정후는 "1호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했다.
KBO리그를 호령한 타격폼으로 강한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다. 이정후는 상대적으로 우중간 펜스까지 거리(126.5m)가 깊은 오라클 파트 특유의 비대칭 구조에 대해서도 "나는 좌중간·우중간을 가를 수 있는 유형의 타자다. 강점을 살린다면 (오라클 파크는) 내게 잘 맞는 구장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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