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PEF업계도 유리천장 깨지다…여성 경영진 대거 등용
“성별 관계없는 능력 위주의 평가방식, 출중한 여성 임원 많아”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여성 고위 임원과 경영진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는 모양새다. 이는 남성 중심의 인사들이 주를 이루었던 투자은행(IB)과 사모펀드(PEF)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최근 전반적인 여성 인재 등용의 상승과 능력 위주 평가가 주된 배경으로 분석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IB와 PEF 업계에서 여성 인사들이 경영진에 대거 등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반적인 임원 인사를 넘어 요직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해당 분야는 타 업계 대비 여성 임원진의 비중이 작아 금융업계 중 가장 경쟁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이달 7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인사에서는 김유진 오퍼레이션즈 본부장(한샘 대표집행임원)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IMM PE에서 여성 파트너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사는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에 대해 속도감 있는 승진으로 보상하겠다는 송인준 IMM PE 사장의 경영 방식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IMM PE 측은 “지난 2006년 회사 창립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합류한 장기근속 직원들을 승진시켰다”며 “이로써 내부 직원들에게 임직원들이 회사의 주인이라는 주인인식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09년 IMM PE에 입사해 성공적인 할리스커피 매각에 이어 에이블씨엔씨, 한샘 등 기업의 위기 극복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올 하반기의 경우 한샘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돼 구조조정 없이 경영 효율화만으로 기업 적자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이같은 성과로 인해 부사장 자리에 오른 셈이다.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으로 선정된 PEF 경영진도 있다. 이인경 MBK파트너스 부사장은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2021년 아시아 파워 비지니스우먼 20인’에 선정됐다. 당시 포브스는 이 부사장에 대해 “MBK파트너스 16년 역사상 첫 여성 파트너”라며 “최고재무책임자(CFO)이자, IR 헤드로 MBK파트너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사장은 MBK파트너스가 아시아 최대 사모투자 운용사로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거버넌스 및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부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안진회계법인을 거쳐 모건스탠리프라퍼티스(Morgan Stanley Properties Korea)에서 CFO로 근무했다. MBK파트너스에 합류한 시점은 지난 2006년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월 이 부사장에 이어 두 번째 여성 파트너로 당효성 법무 총괄 전무를 파트너 겸 부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당 파트너는 승진과 함께 MBK파트너스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했다. 특히 투자심의위원회 멤버로 투자 결정권 행사도 가능하게 됐다.
당 파트너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전문석사(Juris Doctor) 학위를 받았다. 이후 밀뱅크(Milbank) 뉴욕사무소와 오릭, 헤링턴&서트클리프(Orrick, Herrington & Sutcliffe) 홍콩사무소 등 주요 로펌에서 근무한 이후 지난 2017년 MBK파트너스에 합류했다.
증권사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0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승진자 70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13%인 8명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사 이상의 여성임원은 50명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WM의 혁신과 디지털전환을 적극 추진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며 “또 역동적·수평적 조직 문화를 기반으로 젊은 리더 및 여성 리더를 적극 발탁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IB 입지 강화를 위해 한현희 글로벌 비즈(Global Biz) 부문 대표 전무를 선임했다. 아울러 디지털혁신 가속화를 통한 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 Operation 부문 대표에 노정숙 전무를 올렸다. 사업 성장성을 위한 요직에 회사 발전에 기여한 우수 인재로 꼽히는 여성 임원을 경영진에 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증권사 IB부문의 대표적인 여성 임원은 최미혜 IBK투자증권 부동산금융본부장이 존재했다. 최 본부장은 지난 2018년 IBK투자증권 창사 이래 첫 여성임원으로 발탁됐다. 통상 대면영업이 주요 역량 요소인 IB부문에서는 여성 임원의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 당시 최 본부장의 승진은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최 본부장은 지난해부터 에프엘자산운용 대표이사로서 활동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여성들의 사회생활 과정에서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현재는 다소 변화하고 있다”며 “금융권 같은 경우 남성 위주의 직장이 많았으나, 여성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별과 관계없이 능력만 있으면 기회가 열린다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형성됐다”며 “실제로 능력이 출중한 여성분들이 많은 만큼, 주요 경영진으로 발탁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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