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영화결산] 올해 영화계 ‘의외의 한방 6’②

정진영 2023. 12. 21. 06: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극장들의 부진 속에서도 큰 기대를 받지 못 했던 작품들이 의외의 한 방을 터뜨려주면서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국을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줄임말)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부터 한국 영화 비수기라 여겨졌던 11월에 개봉해 ‘천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서울의 봄’까지. 올해 영화계 의외의 한방 다섯 편을 모아봤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왼쪽), ‘스즈메의 문단속’ 포스터. (사진=NEW, 쇼박스 제공)

◇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가를 달구다

2023년 극장가는 1월에 잠시 신바람이 났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박스오피스 1위를 장기집권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최장 흥행 기록을 쓴 덕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마니아층의 전유물이라는 시선을 보기 좋게 깨버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중꺾마’ 열풍까지 이끌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1990년대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 방영되며 시대를 풍미했던 TV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극장판이다. ‘슬램덩크’ 팬이라면 누구나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을 북산고와 산왕공고의 승부를 송태섭의 시점에서 풀어냈다.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을 써 원작과 연결성을 살렸다.

형 때문에 농구를 시작했던 송태섭. 갑자기 형이 떠난 뒤에도 농구를 놓지 않고 어려운 상황에도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는 송태섭. 그의 이런 정신이 ‘중꺾마’ 정신과 맞닿아 신드롬을 일으켰다.

479만명을 동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기록을 깬 건 지난 3월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작품은 규슈의 한적한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스즈메가 전국을 여행 중인 청년 소타와 만나 재난을 부르는 문이 열리는 걸 막기 위한 여정을 담았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570만명을 동원하며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가운데 역대 1위 기록을 세웠다. 
‘엘리멘탈’ 스틸.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엘리멘탈’ 픽사를 살리다

‘스즈메의 문단속’ 흥행 기록은 몇 달 안 돼 픽사의 ‘엘리멘탈’이 711만명을 동원하며 경신했다. 그간 픽사의 작품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주로 디즈니플러스로 공개되면서 극장에서 경쟁력이 약했다. ‘픽사 작품은 OTT로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암암리에 생겼기 때문이다.

그랬던 픽사 애니메이션 흥행 불씨를 ‘엘리멘탈’이 되살렸다. ‘엘리멘탈’은 북미 개봉 첫날 2960만 달러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굿 다이노’ 오프닝 3900만 달러, 2022년 ‘버즈 라이트이어’ 오프닝 5100만 달러 등 픽사의 역대급 흥행 실패작보다 훨씬 낮은 오프닝 기록. 지난 1995년 픽사가 ‘토이 스토리’를 선보인 이후 28년만의 최저 기록이었다.

하지만 ‘엘리멘탈’의 기적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한국 박스오피스부터 역주행하기 시작한 ‘엘리멘탈’은 곧 북미를 비롯하 해외에서도 역주행이 사작돼 개봉 3주차에 글로벌 1억 달러 매출을 돌파했다. 북미에서 2018년 이후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1억 달러를 돌파한 건 ‘엘리멘탈’이 처음이다.

‘30일’ 포스터. (사진=마인드마크 제공)

◇ 가을 극장가를 웃게한 ‘30일’ ‘잠’

아무도 몰랐다. 추석 연휴가 다 지났다고 생각된 10월 3일 개봉한 ‘30일’이 오히려 연휴 최대 수혜작이 될 것이란 걸. ‘1947 보스톤’, ‘거미집’,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 추석 연휴 기대작들이 9월27일 동시 개봉하면서 박이 터졌던 추석 극장가. 이를 피해 10월3일 개봉한 ‘30일’은 입소문에 힘입어 흥행에 성공했다. 

‘30일’은 수많은 갈등 끝에 이혼을 30일 앞두게 된 부부가 사고로 기억상실에 걸리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가볍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스토리로 연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손익분기점인 160만을 훌쩍 넘은 216만 명을 기록, 위기론이 불고 있던 한국 영화계에 작은 미소를 선사했다. ‘30일’에 앞서 9월 6일 개봉한 ‘잠’도 손익분기점 80만명을 넘긴 뒤 최종 147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해 위기론이 불고 있던 한국 영화계에 작은 미소를 선사했다.
‘서울의 봄’ 포스터.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11월엔 안 된다? ‘서울의 봄’은 됐다

누가 11월은 비수기라고 했는가.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27일 만에 누적 관객 수 900만을 돌파하면서 11월은 비수기 공식이 흔들리게 됐다. ‘서울의 봄’은 현재 같은 추세라면 돌아오는 주말까지는 ‘천만 클럽’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11월이 비수기라는 건 한국영화에만 통용되는 말이었다.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쌍천만 신화’를 이룩한 ‘겨울왕국’의 경우 1, 2편 모두 11월에 개봉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도 11월에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034만 명을 만들어냈다. 뜻밖에 터진 ‘서울의 봄’의 흥행은 더 이상 성수기라는 이유로 관객이 붐비는 극장은 없으며, 잘만든 영화는 언제 개봉해도 흥행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