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3-배터리] 혹독한 ‘첫’ 겨울나기…입모아 외치는 "‘위기’를 ‘기회’로"

오수진 2023. 12. 21.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난'과 '역경'으로 뒤덮인 배터리업계의 2023년
급냉한 전기차 시장으로 유례없는 위기 맞이
'투자'보다 '내실 다지기' 집중…품질 향상에 역량 총동원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각 사 공장 전경 및 CI. ⓒ박진히 데일리안 그래픽디자이너

배터리 업계의 2023년은 ‘고난’과 ‘역경’으로 뒤덮인 한 해였다. 그간 글로벌 경기침체로 제조업 전반이 주춤거릴 때도 끄덕 없던 배터리 산업에 올해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전동화 시기가 열리면서 앞으로 ‘꽃길’만 걸을 줄 알았지만, 전기차 시장이 급작스럽게 얼어붙으면서 배터리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업 앤 다운’ 사이클을 맞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배터리업계는 당분간은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져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단 전략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급작스러운 전기차 수요 둔화에 투자 계획 수정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당초 업계가 예상하던 만큼의 수준에는 못 미쳤다. 금리상승, 경제적 불확실성, 각국의 세제 혜택 및 보조금 감축 등으로 전기차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는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시장 호조세로 목표치를 높게 잡았고, 배터리업계는 고객사 계획에 맞춰 전략을 세운 상태였다.

이달 중순 미국 전기차 재고는 역대 최대치인 114일 치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4개월가량 판매할 수 있는 규모의 현재 전기차 재고는 지난해 동기의 53일분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업계의 조단위 투자 소식이 속속히 들렸다면, 올해는 투자 규모 축소 소식이 심심치 않게 쏟아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포드, 튀르키예 코치그룹과 함께 올해 말 착공을 목표로 준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프로젝트를 접었다.

SK온과 미국 켄터키주에 2공장을 짓고있는포드는 가동 시점을 당초 목표한 2026년보다 연기했다. SK온은 작년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세워 미국 테네시주, 켄터키주에 각각 1개, 2개 공장을 건설 중이다.

◆'더 달라!' 외친 고객사 돌변해 감축 요청

‘러브콜’을 보냈던 고객사들의 태도도 돌변했다. 배터리 기업들에게 생산 물량을 줄여달라는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단 전언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객사 폭스바겐의 공급량 감소 요청으로, 폴란드 공장 생산량 조절에 나섰으며, SK온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 생산을 축소했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운 편에 속하는 미국 내에서 현지 인력도 줄였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법인은 현장직 인력 약 170명을 정리해고 했다.

SKBA는 미국 조지아주에서 운영 중인 공장의 일부 직원을 휴식 조치시켰다. SKBA는 지난 9월에도 직원 3000명 중 일부를 정리해고했다. 500명 이상 정리해고 시 공시 의무를 감안하면 500명 이하 규모로 추정된다.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의 ‘SK블러바드’ 표지판. ⓒSK온

◆한 마음으로 외치는 '위기'를 '기회'로

아마 올해 국내 배터리업계에서 가장 많이 쓰인 문장은 “‘위기’를 ‘기회’로”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완성차 업체 따라 숨 고르기에 돌입한 현 상황이 오히려 우리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갑작스럽게 커버린 시장으로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렸기에 당분간은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전략을 새로 세웠다.

권영수 전(前)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은 현 상황에 대해 “오히려 잘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배터리 사업을 마라톤에 비유해 지금 42.195㎞ 중 4㎞ 밖에 뛰지 않았다며 업계를 격려했다.

지동섭 전 SK온 대표도 전기차 시장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시각을 내비쳤다. 현 상황을 잠시 숨을 고르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으로 이용하겠다는 대응책을 밝혔다.

이에 맞춰 LG에너지솔루션은 프리미엄제품과 범용제품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한다. 이와 함께 기술, 품질,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단 계획이다.

리튬·인산·철(LFP)배터리 개발 시기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권 전 부회장은 기존 목표 시점인 2026년보다 더 빨리 LFP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온도 다양한 제품군 개발과 함께 품질 잡기에 총력을 다한다. LFP배터리는 이미 개발을 완료했으며, 2028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품질 확보를 위해 수율 개선에도 집중한다. 현재 SK온의 글로벌 생산 수율은 90%를 웃돌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