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3-제약·바이오]팬데믹 끝났다…합병부터 비만까지 “변화의 한 해”
대기업표 바이오 ‘두각’…삼바 ‘훨훨’ 오너3세 배치도
위고비·삭센다 열풍…국내 제약사도 비만약 출사표
2023년은 제약바이오 업계에게 단연 ’변화‘와 ’혁신‘의 한 해였다. 올해 초 3년간 지속된 코로나19 팬데믹 경계 태세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면서 그동안 코로나19에 초점을 맞췄던 업계의 관심도는 그동안 미뤄뒀던 숙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옮겨갔다.
◆'소방수' 서정진 복귀…셀트 3형제 합친 '통합 셀트리온' 탄생
올해 초 제약바이오 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복귀였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 2021년 3월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의 개발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후 약 3년 만에 다시 경영일선으로 복귀했다. 팬데믹으로 물러났던 장수가 엔데믹의 신호탄과 함께 돌아온 셈이다.
서정진 회장의 복귀와 함께 그룹 숙원 사업이던 ’합병‘ 시계 역시 빠르게 돌아갔다. 셀트리온은 지난 8월 셀트리온 3형제 합병 청사진을 밝히며 1단계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양사의 합병 법인은 오는 28일 출범, 내년 1월 12일 신주 상장 절차를 밟는다. 그룹은 1단계 합병을 마친 후 내년 상반기 이내로 셀트리온제약까지 ’통합 셀트리온‘으로 흡수하는 완전 합병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 중장기 전략도 새롭게 짰다. 통합 셀트리온은 현재 그룹의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도 집중해 2030년 연매출 12조원을 달성, 명실상부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램시마, 램시마SC 등 기존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후속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2030년까지 총 22개를 갖출 계획이다. 신약의 경우 기출시된 제품의 제형, 용법 등을 변경한 ’개량신약‘ 형태에 주력한다. 이미 램시마SC가 미국에서는 ’짐펜트라‘로 신약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삼성바이오, 글로벌 CDMO 삭풍 속 '굳건'한 글로벌 지위 확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연매출 3조원을 달성하며 국내 ’탑 티어(Top-tier)‘자리를 굳건히 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 위세를 뽐냈다.
올해 세계 전반에 걸친 바이오 투심 악화 및 엔데믹으로 인한 백신·치료제 생산물량 급감으로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위기가 점쳐졌다. 특히 글로벌 매출 1위를 달성하던 론자가 2분기부터 수익성 가이던스를 낮추고 뒤를 이어 캐털런트, 우시바이오로직스 등도 가이던스 하향을 결정하면서 위기는 가시화됐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CDMO 기업 중 유일하게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며 굳건한 성장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초 전년 대비 매출 상승률을 10~15%로 제시했다가 지난 4월 15~20%로 한 차례 상향했다. 이어 10월 20% 이상으로 한 차례 더 상향 조정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해 매출액 전망치는 3조6016억원, 영업이익 역시 1조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높은 매출 성장세는 꾸준한 빅파마 수주와 예상보다 빠른 4공장의 가동률 상승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상위 20대 빅파마 중 14곳을 고객사로 확보했으며 올해 맺은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계약만 총 9건이다. 올해 6월부터 본격 가동에 돌입한 4공장 역시 가동률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빅파마 수주는 급물살을 탔다.
회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고객사 CMO 요청을 감안해 지난 4월 18만 리터 규모의 5공장 증설에 착수했으며 완공 시기도 2025년 9월에서 4월로 앞당겼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 바이오 의약품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선제적 투자로 생산능력을 선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SK·롯데, 중장기전략 본격 시동…오너3세 전면 배치도
또 다른 바이오 진출 대기업인 SK와 롯데그룹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SK는 제약바이오 사업의 양대 축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의 중장기전략을 재설정했다. 백신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SK바아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백신 개발 및 글로컬라이제이션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새롭게 나섰다. 특히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1년간 많은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며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새로운 전략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SK바이오팜은 신규 3대(RPT·TPD·CGT, 방사성의약품치료제, 표적단백질분해, 세포·유전자치료제) 모달리티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회사는 자체개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확대를 기반으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SK바이오팜은 현재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시장 내에서 게임체인저로 높은 처방 수와 매출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 미국 매출로 흑자전환까지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CDMO) 2개의 자회사로 헬스케어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롯데헬스케어는 데일리 헬스케어 플랫폼 ’캐즐(CAZZLE)‘을 성공적으로 출범시켰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국내 거점이 될 송도 메가플랜트의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플랜트 구축에 나섰다.
두 그룹은 오너3세를 그룹의 바이오 사업에 전면 배치하며 힘을 싣고 있다. SK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씨를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롯데그룹은 글로벌 및 신사업 전담 미래성장실을 신설해 신유열 전무를 리더로 앉혔다.
◆노보가 쏘아올린 ’항비만 시장‘…국내 제약사도 출사표
엔데믹으로 인해 업계의 관심 섹터도 크게 변화했다. 이전 3년간 업계가 주목한 시장은 코로나19 상황에 걸맞는 백신, 치료제, 진단기기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항비만, 항암 등 대사 및 고령화 질환이 대세가 됐다.
특히 스웨덴 기업 노보노디스크가 삭센다, 위고비 등으로 글로벌 시가총액 1위를 하면서 비만약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은 지난해 25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 440억 달러까지 7년 안에 17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항비만신약 개발 시장에 뛰어들었다.
현재 국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당뇨병 치료제로 일주일에 한 번 주사형태로 투여하는 '에페글레나타이드(GLP-1 유사체)' 적응증을 비만으로 변경해 국내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제출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 역시 GLP-1 유사체 비만 치료제다. 한미약품은 국내 임상을 통한 한국인 맞춤형 GLP-1 비만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대원제약은 이달 초 국내 바이오텍 ‘라파스’와 함께 노보노디스크 위고비 주사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한 ‘DW-1022’의 임상 1상 계획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DW-1022는 대부분의 비만제가 주사제 형태로 개발되는 것과 달리 간편하게 붙이기만 하면 되는 패치 형태로 환자들이 직접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1mm 이하 미세 바늘을 활용해 체내 전달률도 우수하며 피하 부작용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동아ST, 일동제약,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 많은 국내 기업들이 비만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 역시 지난 24일 주주 간담회를 통해 셀트리온제약이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수입산 비만약은 매우 고가인데다 최근 전 세계적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국내 수급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산 비만약이 상용화될 경우 국내 비만 인구들 역시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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