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업] 산업기술 R&D, 글로벌로 패러다임 전환…선도 기술 확보 나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글로벌 산업 기술협력센터’ 운영
석학과 협업 등 통해 연구역량 강화
2028년까지 6870억원 투입키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2024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에 ‘글로벌 산업 기술협력센터’를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 발표한 ‘글로벌 기술협력 종합전략’에 따라 선도 기술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단기·소규모 위주였던 산업기술 국제협력 연구개발(R&D) 과제 유형이 고난도의 도전적 과제 중심으로 변하면서 중대형화(연 최대 20억원)·중장기화(최대 5년)될 전망이다.
산업부가 주요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 간담회에서 발표한 이번 전략은 국제협력 투자 규모를 전향적으로 확대하고 기술 개발 목표와 전략 설정부터 지원 시스템, 과제 기획, 관리 체계 등을 모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국제화·선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산업부는 양적 성장보다 미흡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정부+민간) R&D의 성과를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 2022년 기준 한국 R&D 비용은 112조6460억원으로 2년 연속 100조원을 돌파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2위 수준이지만, 정부 R&D 예산 중 국제공동연구 비중은 2% 내외로 하위권이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단독 기술 개발의 위험을 낮추고, 연구자·연구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연구 역량을 향상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제기술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제공동연구로 성과 극대화 추진
이에 산업부는 국제협력 관련 투자를 대폭 확대해 3321억원으로 전체의 5.8% 정도인 국제협력 R&D 예산 규모 비중을 2028년까지 1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내년부터 국내 단독 개발이 어려운 80개의 ‘초격차 급소 기술’과 100개의 ‘차세대 산업 원천기술’을 국내 기업과 해외 연구기관 간 공동연구 방식으로 신속하게 확보하기로 했다.
초격차 급소 기술은 첨단 산업의 공급망 내에서 국내 기술력이 취약한 핵심 기술이다. 산업부는 반도체 첨단 패키징, 고성능 로봇 센서 등을 이른 시일 내에 확보하기 위해 내년 1487억원을 투입해 48개 과제 착수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차세대 산업 원천 기술은 국내 기업들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연구기관이 보유한 원천 기술과 연계해 개발해야 할 기술이다. 산업부는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을 협력 거점 삼아 국내 기업과 해외 석학 간 매치 메이킹, 과제 기획, 공동 기술개발 등을 병행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5~10년 내 상용화할 예정이다.
글로벌 협업으로 선도 기술 효과적 확보
산업기술 R&D의 글로벌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글로벌 산업 기술협력센터를 구상한 KIAT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존스홉킨스, 스탠퍼드 등 유수 연구기관들과 사전 업무협의를 진행해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끌어낸 바 있다.
KIAT 관계자는 글로벌 산업 기술협력센터 운영과 관련해 “연구자들이 현지에 있는 석학들이나 우수 연구 인프라와 접촉해 직접 교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술협력 거점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각 센터는 국내 기업의 기술협력 수요를 상시 발굴하고 해외 파트너 발굴, 과제 기획에 도움을 주는 기업지원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된다. 공동 연구 추진에 있어서 단기적·일회성인 협력보다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게 목표다. 이에 KIAT는 내년 665억원을 시작으로 2028년까지 6870억원을 투입한다.
KIAT는 2001년 한-이스라엘 산업기술협력기금 조성을 비롯해 영국·프랑스 등 총 14개국과 정부 간 협약에 근거한 양자 국제공동기술개발을 지원해 왔다. 2009년 한국이 유럽 중심 다자간 연구개발 플랫폼인 유레카(EUREKA)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로는 다자간 국제기술협력으로도 활동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유레카 정회원국 승격에 기여하면서 산업기술국제협력사업 전담기관으로서의 전문 역량을 인정받기도 했다.
민병주 KIAT 원장은 “국제협력은 오랜 교류를 바탕으로 먼저 신뢰가 형성돼 있어야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 기술에 국제적 관심이 몰리는 지금을 국제협력R&D 확대의 적기로 보고,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준혁 중앙일보M&P 기자 lee.junhyu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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