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상 버금 가는 20첩 한정식...강진 가면 꼭 맛볼 음식은?
남도 관광 일번지 강진③ 식도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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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 출간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한국의 여행 문화를 바꾼 책으로 평가받는다. 『답사기』 1권 ‘남도답사의 일번지’에서 맨 처음 소개한 고장이 전남 강진이다. 유홍준 교수의 말마따나 ‘단 한 번도 무대의 전면에 부상하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본 일 없었던 조용한 시골’이었던 강진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뒤 전국 명소로 거듭났다. 그로부터 30년이 흘렀다. 다산초당·무위사·백련사 등 강진의 찬란한 유산이 증발한 건 아니지만, 강진을 여행하는 풍경은 사뭇 달라졌다. 이제는 유적지 답사보다 일주일 살아보기, 액티비티 체험, 맛집 탐방 같은 여행법이 더 주목받는다. 시리즈 마지막으로 ‘강진 식도락 여행’을 소개한다.
」
강진에서는 백반을 주문해도 정식처럼 나온다. 강진읍에서 7000~8000원짜리 아침 백반을 사 먹었는데, 모두 반찬이 10개 이상 깔렸다. 남도 맛 일번지 강진에서는 뭘 먹어도 푸짐한 양과 인심에 감동하고, 호남 음식 특유의 감칠맛을 뜻하는 ‘개미’에 감탄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강진 음식에는 오랜 사연이 얹혀 있다. 강진을 여행하면 꼭 맛봐야 할 음식, 가봐야 할 집을 추렸다. 식당 네 곳과 디저트·찻집 두 곳. 엄선하느라 꽤 애를 먹었다.
유배 선비가 가져온 맛 - 한정식
강진에 왔다면 수라상에 버금가는 한정식 한 끼는 먹어봐야 한다. 강진 한정식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과거부터 물산이 풍부했고 교역·군사 요충지로, 고급 음식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조선 시대 강진으로 유배 온 선비들 덕에 궁중 음식 문화가 도입됐다는 설도 있다. 쟁쟁한 한정식집이 강진읍에 많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나오는 ‘해태식당’, 그윽한 분위기의 한옥 ‘청자골종가집’, 4대째 이어온 ‘예향’ 등이 유명하다. 이번엔 예향을 가봤다. 메뉴는 예정식(14만원), 향정식(16만원), 수라상(18만원) 3가지다. 모두 4인 기준이다.
차원이 다른 제육 - 병영불고기
강진만의 소울푸드
강진 일대에 짱뚱어 전문 식당이 몇 있는데, ‘강진만 갯벌탕’처럼 전국구 맛집으로 통하는 식당도 있다. ‘짱뚱어 달인’으로 통하는 이순임(72) 대표가 주방을 지킨다. 그는 강진만 갯벌에서 60년 넘도록 짱뚱어를 잡은 달인 중의 달인이다. 짱뚱어를 잡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워낙 예민하고 몸놀림이 빨라 맨손으로는 잡을 길이 없다. 이 대표는 이른바 ‘뻘배’를 밀고 갯벌 한복판으로 들어가 노련하게 짱뚱어를 잡아들인다. 미끼 없이 빈 바늘을 여러 개 엮은 도구로 물고기를 낚아채는 ‘훌치기’ 방식이다.
젊음을 되찾는 맛
너무 푸짐하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넷이서 먹었는데도 건더기를 다 건져 먹지 못할 정도였다. 남은 국물에 녹두죽까지 해 먹고 나니 포만감이 엄청났다. 많이 먹어서인지, 기운이 끓어서인지 땀이 뻘뻘 났다.
강진 사람은 먼 옛날 강진군 마량면에 있던 수군진영 ‘마도진 만호성’에서 회춘탕이 유래했다고 믿는다. 무려 600년 전이다. 성안의 높으신 양반을 위해 갖은 해산물과 닭고기, 한약재를 넣은 음식을 만들어 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강진군청이 옛 이야기를 토대로, 2013년 회춘탕 레시피를 개발해 지역 식당에 전파했다. 현재 10개 식당이 회춘탕을 판다. 재료 준비 시간이 긴 만큼 일찌감치 예약하는 게 좋다.
디저트가 필요할 때
쨈과 크림은 시장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연다. 10시부터 손님을 받지만, 문진영(34) 사장이 새벽 5시부터 나와 30가지 이상의 과자를 구워낸다. 당일 제조, 당일 판매가 원칙인데 오후 2시면 대부분 동난다. 문 사장은 “무화과 크림치즈를 얹은 휘낭시에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 덕에 동네 어르신도 즐겨 드신다”고 자랑했다.
강진=최승표·백종현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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