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한동훈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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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길 위에 김대중'의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와 닿는 데에는 그의 삶을 빗댄 단어 '길'의 어감이 한몫을 했다.
고사(古事)에 담긴 뜻은 '큰 도에 이르는 데는 정해진 문이 없다'는 것인데, 그는 "옳은 길을 걸어가면 거칠 것이 없다"는 의미로 이 말을 썼다.
목숨을 걸어가며 대도(大道)라 믿는 길을 달려와 결국 군사정권을 종식한 그의 삶이 그 해석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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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길 위에 김대중’의 제목이 의미심장하게 와 닿는 데에는 그의 삶을 빗댄 단어 ‘길’의 어감이 한몫을 했다. 목포의 성공한 청년 사업가가 탄탄대로를 마다하고 택한 정치인의 삶은 파란과 곡절로 점철돼 있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세 번의 대선 좌절을 맛봐야 했던 그 험난한 길을 이 영화는 아무런 수식어 없이 그냥 ‘길’이라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용례에서 비장함을 느끼는 건 김대중이란 이름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김대중의 길은 민주주의란 종착점을 향해 아직 닦이지 않은 길을 스스로 만들어온 것이었다.
김영삼의 정치에도 길은 중요한 키워드였다. 그의 좌우명 ‘대도무문(大道無門)’에 길(道)이 들어 있다. 고사(古事)에 담긴 뜻은 ‘큰 도에 이르는 데는 정해진 문이 없다’는 것인데, 그는 “옳은 길을 걸어가면 거칠 것이 없다”는 의미로 이 말을 썼다. 휘호를 선물 받고 뜻을 묻는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당시 박진 통역관(현 외교부 장관)도 그렇게 설명했다. 어찌 보면 옛말의 본뜻을 비튼 그만의 해석일 수 있지만, 아무도 거기에 토를 달지 않았다. 목숨을 걸어가며 대도(大道)라 믿는 길을 달려와 결국 군사정권을 종식한 그의 삶이 그 해석을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뜻을 가진 ‘길’은 이렇게 정치에 들어오면 왠지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풍기곤 한다. 그래서 많은 정치인이 중요한 선택을 할 때 “제3의 길을 가겠다”거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는 식으로 이 말을 쓰곤 했다. 최근에도 조국 전 법무장관이 “길 없는 길을 가겠다”며 출마를 시사하더니, 이번엔 한동훈 법무장관이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엔 다 길이 아니었다”면서 정치 의사를 드러냈다. 루쉰의 소설 ‘고향’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한 이 말은 없는 길을 만들어 가겠다는 거여서 그것이 어떤 길일지 아직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뚜렷한 종착점 없이는 그 길이 제대로 닦이지 않을 것이다. 김대중·김영삼의 길은 민주주의란 목적지가 있었는데, 이 정치 신인은 어디로 길을 내겠다는 것일까.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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