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국 플랫폼 규제 신중해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전쟁 방지를 위해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했다.
경제 효율성을 위해 최소한의 사후 규제를 적용하는 경쟁법은 핵심 규범이 되었고, 인위적 국부 증대 도구였던 산업정책은 과거의 유물로 백안시되었다.
2022년 제정된 디지털시장법(DMA)은 6개 게이트키퍼 플랫폼에 초강력 사전규제를 도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전쟁 방지를 위해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자유무역체제를 구축했다. 경제 효율성을 위해 최소한의 사후 규제를 적용하는 경쟁법은 핵심 규범이 되었고, 인위적 국부 증대 도구였던 산업정책은 과거의 유물로 백안시되었다.
21세기 신자유주의가 소득과 부의 불평등 및 양극화를 초래하고 개발도상국들의 경쟁상 열위를 고착화한다는 자각이 일어났다. 미·중 대결까지 본격화하면서 보수화·지역화가 세계적 대세가 되었다. 국가안보 논리가 기업 규제에 생뚱맞게 소환되기도 한다. GAFAM(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으로 지칭되는 미국의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 것은 그런 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유럽은 디지털 기술혁신 경쟁에 뒤져 미국 GAFAM의 놀이터로 전락하게 되자 이른바 디지털 주권 회복을 선언했다. 2022년 제정된 디지털시장법(DMA)은 6개 게이트키퍼 플랫폼에 초강력 사전규제를 도입했다. 기술 혁신의 혜택은 미국 기업들이 독차지하니 희생시키고 자국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다르다. 독점금지법 집행을 강화하면서도 한때 의회에 제안되었던 규제 입법은 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폐기되었다. 세계시장을 독점한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다.
우리나라도 최근 유럽처럼 플랫폼을 사전규제하려는 시도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GAFAM과 대등하게 경쟁하는 우리의 첨단 플랫폼들을 유럽과 같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많다. 자국 플랫폼 육성을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국내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유시장 경쟁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산업정책이라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신산업 정책의 절묘한 교차다.
온라인 쇼핑을 오프라인과 구별하여 유럽식 사전규제를 하자는 논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시장 현실은 분명하다. 소비자들이 대형할인점과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과 접근 용이성 등을 비교하여 구매 결정하는 게 일상이다. 전통 오프라인과 신흥 온라인의 융합이자 치열한 경쟁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쪽만 따로 떼어내어 파격적인 사전규제 입법에 나서는 것은 떨떠름하다. 우리나라 디지털 경제는 K팝 같은 콘텐츠를 발판삼아 인터넷 쇼핑 등 다양한 플랫폼이 본격 발전하는 시점이다. 우리의 신산업 정책은 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하여 세계시장으로 진군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에 역행하는 순간 토종 온라인 쇼핑 업체들이 순식간에 고사할지 모른다.
갑을 문제와 소비자 보호는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에 대비한 공정거래 법제를 완비했다. 혹시 플랫폼 규제가 미흡하다면 공정거래법 집행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동훈 술자리’ 발언 김의겸 측, 10억 소송서 “면책 특권”
- 지드래곤, ‘응원’ 보내준 이진욱과 다정한 투샷
- 검찰 ‘롤스로이스男’ 징역 20년 구형… “잘못 숨기기 급급”
- “원아용 화장실서 원장이 흡연”…난리 난 어린이집
- “한파에 뒷유리 파손” 제보 속출…난리난 테슬라 근황
- “이효리, 비행기서 말걸어”…희귀병 유튜버 ‘뭉클’ 영상
- 딸과 태국 식당서 포착된 임세령…맞은편엔 ‘블핑 리사’
- 21만원에 판 가면, 경매서 60억…“취소할래” 소송 패소
- “한국선 100억 넘어야 부자… 10명 중 6명 ‘상속형’ 금수저”
- 스마트폰 중독 막겠다고 5살 손녀에 ‘개깔때기’ 씌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