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두 개의 전쟁, 어떻게 되나

2023. 12. 2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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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전 주미대사

우크라이나전 교착 상태 미 무기 지원도 제동 걸려

이스라엘, 하마스 제거해도 제2, 3의 하마스 등장 가능성

목적 분명치 않은 두 전쟁 지속하기는 불가능
결국 평화공존 협상이 해법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 두 개의 전쟁은 한국을 비롯해 세계 모든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지난 10월 7일 시작됐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를 완전히 통제한 데 이어 남부를 공략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전쟁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휴전 압박이 거세다. 지난해 2월 1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18% 정도를 점령한 상태에서 사실상 교착상태다. 지난 6월 우크라이나가 공세로 전환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미국은 러시아가 주권국가를 침공했다는 비난 여론을 등에 업고 우크라이나를 앞장서서 돕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수백년간 한 나라였으며, 현재 우크라이나 인구의 18% 정도가 러시아인이라는 점 등을 내세운다. 개전 22개월이 지난 지금 러시아 국민의 70%가량이 여전히 전쟁을 찬성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1130억 달러(약 147조원)를 지원했다. 추가 지원에 회의적인 공화당의 반대로 추가 지원 법안이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남부 국경에서 불법 이민을 막는 게 더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결국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미국의 패권 싸움이다. 미국이 현재 처한 상황은 다분히 베트남전을 떠올리게 한다. 베트남 전쟁의 고민을 돌이켜보면서 미국인들이 가장 후회하고 있는 부분이 ‘왜 베트남 전쟁을 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고 하는 부분이다. 도미노 이론 등 공산주의 팽창을 막자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프랑스가 하고 있던 전쟁에서 프랑스가 패하자 미국이 그 뒤를 이어 전쟁을 계속하게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적극 개입한 이유도 비슷한 가치외교를 내세운다. ‘권위주의에 대한 자유연대’가 그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가치외교’는 ‘자기보존(self-preservation) 원칙’에 쉽게 허물어져버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황급히 워싱턴을 방문했지만 무기 지원을 받는 데 실패했다. 미국의 가치외교와 무기 원조에 의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포함해 모든 영토를 회복하기 전에는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추가 무기 지원 없이는 영토 회복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무기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병력 부족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상황은 러시아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차지하려는 움직임도 없어 보이고, 우크라이나가 빼앗긴 영토를 회복할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교착상태가 지속되면 결국은 협상으로 진행하게 된다. 결국 이제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싸움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이 최대 희생자로 등장하게 되어버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전쟁의 목적 면에서 불분명한 점이 많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1200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응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사상자는 1만9000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출구전략이다. 설사 이스라엘이 목표로 하는 하마스 지도부 제거가 이뤄져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하거나 통치할 수 없다. 가자지구에 있는 팔레스타인 인구는 200만명 안팎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가혹한 파괴를 떠올리며 결국 하마스와 유사한 강력한 정치 지도자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도 그들이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모두 가지고 있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전쟁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데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점령 영토를 모두 회복하기도 어렵고, 이스라엘이 하마스 지도자를 제거해도 가자지구에서의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다. 인류는 수천년간 남의 것을 빼앗는 전쟁과 약탈의 패러다임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쟁에서는 이겨도 다른 국가 점령이나 점령 지역 사람들을 노예로 부릴 수 없게 되었다. 이를 받아들이면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나가야 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평화 공존을 위한 협상이다.

최영진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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