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의 과학 산책] 황금률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에 따르면 보편 종교의 가르침은 황금률에서 모두 만난다. 진리는 통하기 마련이라는 말인데, 암스트롱은 이를 모든 사람이 동등함을 인식하고 자비의 마음을 확립하는 것이 종교의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수님은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대접하라”라고 설파하셨고, 공자님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바는 다른 사람에게 베풀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엄밀히 말하면 두 문장은 논리학에서 ‘이(裏·inverse)’라고 부르는 관계로, 동치는 아니지만 막상 실천해 보려고 하면 그 차이가 금방 무의미해진다. 황금률은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이고, 사회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 것 지상주의’의 시대에 이를 완벽하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얼마 전 존경하는 원로 수학자께서 유클리드의 『원론』 도입부에 나오는 한 표현을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 물으셨다. 2000여년간 인류의 수학 교과서로 사용된 『원론』에는 점·선·면 등의 정의가 23개 나오고, 서로 다른 두 점을 잇는 직선의 유일성 등의 공준(公準)이 5개, 그리고 공통개념이 5개가 나온 후 13권에 걸쳐 명제와 증명이 이어진다. 여기서 공통개념의 내용은 ‘A=B이고 B=C이면 A=C이다’ ‘A=B이면 A+C=B+C’, 역으로 ‘A=B이면 A-C=B-C’와 같이 너무도 자명해서 아무도 반박할 수 없는 명제들이다. 하지만 이들을 개념으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공통개념’이라는 표현 대신 ‘논리적 공리’를 제안하였다.
코로나로 작고한 천재 수학자 콘웨이는 황금률을 ‘A/B=AC/BC’로 표현한 바 있다. 내가 A이고 상대가 B인데 내가 C를 원하면 상대에게도 C를 줘야 맞지 않겠는가. 그런데 같은 방식으로 찬찬히 보니 유클리드의 공통개념도 황금률처럼 보인다. ‘공통개념’을 ‘논리적 공리’ 대신 ‘황금률’로 불러도 좋겠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결국 진리는 통하기 마련 아닌가.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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