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直(직)
2023. 12. 21. 00:13
노나라 사람 미생고(微生高)는 ‘곧은 사람’이라는 평판이 있었지만 공자는 “누가 미생고를 곧다고 하는가? 어떤 사람이 그의 집에 식초를 빌리러 갔을 때, 집에 식초가 없자 이웃집에서 빌려다 주었으니…”라고 말하며, 자기 집에 식초가 없음을 ‘이실직고(以實直告)’하지 않은 미생고를 곧은 사람이 아니라고 혹평했다. 미생고의 행위가 설령 친절을 베풀기 위함이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과공(過恭), 즉 지나친 친절이다. 지나친 친절은 아첨과 다르지 않다. 공자가 미생고를 혹평한 이유이다.
『유마경』에 “직심이 곧 도량(直心是道場)”이라는 말이 있다. 아집이나 허세에 의한 왜곡이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마음이 곧 직심인데, 그런 직심을 가질 수 있다면 어디라도 다 도를 닦을 수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한 치의 거짓이나 왜곡이 없이 남을 보고 또 나를 보는 ‘직심’이 곧 성인이나 부처로 가는 길이다. 그래서 소동파도 도연명에 대해 “배가 고프면 남의 집 문을 두드려 걸식도 하는” 직심을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평하며 추앙하였다. 탁발승의 탁발 또한 직심을 기르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정치도 술책이 아니라 직심이어야 한다. ‘남의 집 식초를 빌려다 주는’ 아첨과 위선의 정치가를 솎아내야 할 때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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