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긴장 늦추긴 일러…목표 도달 오래 걸릴 수도”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걸음,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 2%라는 골인 지점을 앞두고 마지막에 더 힘을 내야 하는 한은의 상황. 이 총재는 이를 마라톤 용어인 라스트 마일에 비유하면서 현재 연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향후 흐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하고 있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 11월 3.3%로 하락했고, 근원소비자물가(변동성 큰 에너지·식료품 제외)도 2.9%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한은은 2% 도달 시점을 내년 말이나 2025년 상반기 중으로 보고 있다.
생산성을 고려한 명목임금, 즉 단위노동비용 상승률 역시 지난해 5.3%에서 올해 3분기 기준 2.7%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1.9%)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1인당 명목임금 상승률은 임금 총액 기준 2.5%로 팬데믹 이전(3.8%, 2015~2019년)에 비해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생산성(1.9%→-0.2%)이 더 떨어지다 보니 기업의 비용 부담은 커졌다는 의미다. 한은은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1분기 정도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단위노동비용이 오를 경우 이를 완충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비둘기 파월’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시장과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로 3연속 동결하면서 점도표의 내년 기준금리 전망을 연 4.6%로 크게 낮추자 시장에선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재 수준을 오래 유지하면 상당히 긴축적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한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Fed가 금리 인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닐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수준에 대해서도 “점도표상 내년에 0.5~0.75%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돼 있는데 시장은 1%포인트 이상 확실히 떨어지는 걸 기대하고 있어서 과잉 반응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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