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차 보험료 2만원가량 내린다…보험업계 ‘5000억 상생’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내년 자동차보험료 2.5~2.6% 인하 계획을 밝히며 금융당국의 ‘상생금융’에 동참했다. 지난해 4월과 올 2월에 이은 3년 연속 인하다. 그러나 보험업계선 “과감한 인하에 나설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KB손해보험은 내년 2월 중순 이후 계약부터 개인 자동차 보험료를 2.6%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가정용·배달용 이륜차 보험료 등도 내년 1월 중순 이후 계약부터 평균 10.3% 인하할 계획이다. 삼성화재도 개인 자동차 보험료 2.6%, 이륜차 보험료 8% 수준의 인하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개인 자동차 보험료 2.5% 인하안을 발표했고, 중소형사 중엔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롯데손보가 각각 3%·2.5%·2.4% 인하 계획을 밝혔다.
평균 자동차 보험료가 약 72만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2.5~3% 인하율에 따라 1만8000원~2만2000원 가량이 인하되는 셈이다.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대형사 네 곳(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이 모두 2.5~2.6% 인하안을 발표하면서, 업계는 약 5000억원 가량의 상생 금융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서민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상생금융 동참을 당부한 바 있다.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이 2021년 이후 3년째 흑자 기조를 지속해온 데다, 손해율(가입자들이 보험사에 낸 보험료에서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비중)도 안정적으로 유지된 영향이 컸다. 올 10월까지 4대 대형 손보사의 누적 손해율 평균은 78.6%로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업계에선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선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만큼 소비자들의 경제적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그간 누적된 보험료 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올 하반기 들어 평균 손해율이 증가해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4대 대형 손보사의 평균 손해율은 올 9월 82%를 보인 뒤 지난 달엔 86.4%를 나타냈다. 9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메리츠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흥국화재·MG손보)로 범위를 넓혀 계산하면 지난달 평균 손해율은 94%가 넘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절기엔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손해율이 더 오를 수 있다”며 “업계 내에선 연말 손해율 집계까지 보고 1%대 정도로 인하율을 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3년간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차량 운행량이 줄어들면서 흑자가 가능했지만, 향후 시장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 건수가 다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고, 치료비 등 인당 보험금 지급액도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향후 적자 폭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5559억원 흑자를 보였는데, 지난해 상반기(6265억원)보다 흑자 폭이 축소됐다.
그러나 업계는 상생금융에 전 금융권이 동참하는 만큼 추가 사업 발굴에도 속도감 있게 나서겠단 계획이다. 지난 18일에는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한으로 하는 안을 꺼냈다. 보험계약대출 금리수준을 조정하고 이자납입을 유예하는 안 등도 거론된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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