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노리던 카카오페이…미 증권사 ‘시버트’ 인수 무산

윤상언, 김남영 2023. 12. 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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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의 미국 증권사 ‘시버트 파이낸셜(시버트)’ 인수가 무산됐다.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를 끌어들여 해외주식 서비스 확장에 속도를 내려던 카카오페이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페이는 시버트와 2차 경영권 인수 거래를 진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20일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시버트의 지분 51%를 두 차례에 걸쳐 1039억원에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지난 5월 1차 거래 당시 지분 19.9%(807만5607주)를 매입했고, 내년에 나머지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시버트 측이 인수 계약 진행을 거부했다. 시버트 측은 지난달 카카오페이에 “2차 거래를 마무리하는 데 중대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사실상 인수 계약 중단 통보였다. 카카오페이는 시버트 측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답했으나, 한 달간 협의 끝에 2차 지분 매입 계약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시버트 측은 내년 3월부터 향후 3년에 걸쳐 500만 달러(약 65억원)의 합의금을 카카오페이에 지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학개미(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이려던 카카오페이 전략이 암초를 만났다. 카카오페이는 시버트를 인수해 해외 주식거래 수수료 절감 전략으로 이용자를 모으려 했다. 해외주식 시장이 핀테크사의 주요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개인의 해외증권투자 잔액은 750억 달러(약 97조원)로, 5년 전인 2018년 3분기 말(156억 달러·약 20조원)보다 5배 가까이 확대됐다.

시버트 인수 무산으로 카카오페이의 증권 서비스 실적 전망도 어두워졌다. 카카오페이의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은 2020년 설립 이후 좀처럼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3분기 카카오페이는 송금과 결제 서비스 등이 주축인 별도기준 영업이익은 120억원을 기록해 흑자였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증권과 카카오페이보험 등 자회사 실적을 포함한 연결기준 실적으로는 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 3분기 372억68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의 시버트 인수 무산은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계열사(카카오페이)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사례이기도 하다. 익명을 요청한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통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융범죄에 무척 엄격하다”며 “카카오 본사의 주가조작 혐의가 피인수 계약을 진행하는 미 증권사에게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시버트의 인수 중단 통보에 대해 카카오페이의 법적 대응 가능성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날 인수계약 중단 합의에 이르면서 당장 갈등은 봉합된 모양새다. 카카오페이는 시버트의 지분 19.9%를 보유해 이사회에 참여할 자격을 얻은 만큼, 향후 해외 주식 서비스와 관련해 협업할 계획이다.

한편 카카오가 이날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카카오 기업집단 설명서’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 수는 126개사(지난 3월 1일 기준)에서 138개사(이달 4일 기준)로 12개사가 증가했다. 기존 소속회사는 113개사로 13개사 줄었지만, SM엔터테인먼트와 산하 계열사 25개사를 인수하면서 총 138개사가 되었다.

윤상언·김남영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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