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12척 맡겨보자"…여당 원로들도 '한동훈 비대위' 지지

김준영 2023. 12. 2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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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이날 국민의힘 원로들은 한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뉴스1]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과 상임고문단의 20일 간담회에선 ‘한동훈=이순신’론까지 나왔다.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회동 후 유흥수 상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 큰 이의가 없는 것 같았다”며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은 이 시기엔 배 12척을 한 장관에게 맡겨 보자는 중지가 모였다”고 밝혔다. ‘배 12척’의 의미에 대해선 “지금 우리 당 상황이 임진왜란 상황과 같다. 이순신을 아껴서 무엇하냐”고 부연했다.

신영균 상임고문단 명예회장도 통화에서 “걱정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결론은 대세를 따르고 힘을 보태자는 쪽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표(2012~2014년)를 지낸 황우여 상임고문도 “2011년 한나라당은 BBK·디도스 사태 등으로 지금보다 더 어려웠다”며 “그런데도 우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혁신을 이뤄내 성공했던 경험을 간담회에서 공유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김종하 상임고문은 윤 권한대행에게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만들어서 창당 수준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선거가 4개월도 안 남았는데 우리가 더불어민주당에 지고 있다. 고리타분한 발상 말고, 세대교체 등 새바람을 일으킬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 말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영균·김종하·김동욱·목요상·신경식·유준상·유흥수·나오연·김용갑·황우여·이윤성·권철현·최병국·문희 상임고문 등 14명이 참석했다. 이 중 “여론조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김동욱),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인선하자”(유준상), “한 장관을 추후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한다”(권철현)는 신중론도 나왔지만 “한 장관을 반대하는 차원은 아니었다”고 한다.

전날 국회를 찾아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비대위원장 수락을 시사한 한 장관은 이날도 국회를 찾았지만 말을 아꼈다. 한 장관은 쏟아지는 질문에 “처음(어제)에는 부담이 돼 이야기했는데, 제가 마음이 좀 독해져서 이젠 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 대부분 답하지 않았다.

여권 일각의 ‘한동훈 비토론’도 잠잠해졌다. “이미 굳어졌는데 구태여 말을 보태 무엇하느냐”(비윤계 관계자), “시간도, 대안도 없는 건 사실”(수도권 의원)이란 분위기다. 미온적이던 원내 지도부 관계자도 “한 장관 본인이 의지를 드러냈으니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윤 권한대행은 회동 후 “의견 수렴 과정은 오늘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정치인 한동훈’의 행보에 모이고 있다. 일부 언론과 여권 일각에선 전날 한 장관이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총선 후 김건희 특검’ 수용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여권 핵심부는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과 특검법을 합의하되 총선 이후에 하는 방안이 검토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건희 특검법은 반헌법적 악법이고, 이미 수사해서 혐의를 못 밝힌 사건이고 (특검법 주장은) 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정치공세이기 때문에 당의 입장은 정리돼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 수용은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이날 중앙일보에 “총선 후 특검은 특검 자체를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어제) 드린 말씀에서 더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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