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위태로운 5가지 이유···성장 엔진 식어가고 자본은 ‘엑소더스’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12.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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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과 사사건건 충돌…‘독불장군’

중국 경제 관련 지표는 연일 ‘빨간불’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돼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반면,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빚 부담은 커진 탓이다. 기업 채용이 위축되니 높아진 실업률에 청년 불만은 커지고 있다. 주변국과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며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이다.

(1) 식어버린 성장 엔진

중국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성장률 둔화’다. 경제 성장 엔진이 식으면서 중국이 일본과 같은 ‘장기 디플레’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하다.

중국은 그동안 거대한 소비 시장을 앞세워 8%가 넘는 경제 성장을 이어왔다. 실제로 소비가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76.2%, 2019년 57.8%, 2021년 65.4%에 달했다. 사실상 내수 소비가 경제 성장을 견인한 셈이다. 그러나 내수 소비를 진작시켜 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도시 봉쇄 등의 정책이 시행되면서 소비 심리가 일거에 꺾였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중국 소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8%에 그쳤다. 전년 대비 절반 넘게 감소한 수준이다.

해가 바뀌어도 소비는 부활할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리오프닝과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소비 진작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소비자는 지갑을 닫고 있다. 2023년 8월 기준, 위안화 예금 227조위안 중 개인 예금만 132조위안(약 2경4556조원)에 달한다. 2022년 중국 GDP가 약 121조위안(약 2경2500조원)임을 고려하면, GDP보다 많은 돈이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셈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 소비자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소비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디플레이션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인 전망도 밝지 않다. 소비를 견인할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막대한 인구는 중국의 생산력과 소비 시장을 뒷받침해온 ‘성장동력’이다. 중국은 현재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시달리는 중이다. 올해 신생아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00만명에 이어 올해 900만명 선마저 위태롭다. ‘최대 인구 대국’ 타이틀도 올해 인도에 내줬다. 경제 활동 주축인 생산 가능 인구수(15~64세 인구) 역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 내 생산 가능 인구는 2014년 9억9700만명에서 2021년 9억8600만명으로 줄었다. 현재 세계 생산 가능 인구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9%다. 이 비율이 향후 35년에 걸쳐 10%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2) 부동산·재정…불안한 지지대

성장동력은 식어가는데 중국 경제를 뒷받침해주던 지지대 역시 위태롭다. 부동산업, 지방정부의 재정 지출 모두 위험에 빠졌다. 부동산 개발업은 중국 GDP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지방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어 대형 사회간접자본(SOC)이나 주택 개발에 투자하면, 부동산 개발 업체가 참여해 수익을 얻는 식이었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과 과잉 투자로 인해 부동산 개발 업체와 지방정부의 재정에 모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중국 비(非)금융 기업 부채 규모는 GDP 대비 165.1%다. 글로벌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2021년 헝다 디폴트 이후 올해 중국 대형 부동산 업체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이 불거지면서 부동산발 리스크가 확대됐다. 현재 중국 비금융 기업 부채 중 지방정부의 금융 출자 플랫폼(LGV)과 부동산 개발 업체 비중은 각각 29.6%와 19.7%에 달한다. 무디스가 지난 12월 5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하면서도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꿔 중국 국가신용등급의 강등을 예고한 상황에서 지방 부채 문제가 ‘금융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이미 지방정부의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된 지방 금융기관들은 채무 위험도가 감당 불가능한 수준으로 올라갔다.

“20년 넘게 중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건설업과 부동산업이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의 체감 경기는 더욱 경색돼 있고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이 완전한 자본주의 체제가 아닌 국가 주도의 강력한 경기 부양 정책을 통한 경제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김도학 네모파트너즈차이나 중국지사장 설명이다.

미국과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중국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사진은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 중인 시진핑 주석(좌). 헝다, 비구이위안 등 대형 부동산 업체가 부진에 빠지면서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사진은 비구이위안이 건설하다 중단된 아파트 단지(우). (AP)
(3) 치솟는 청년 실업률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 이후에도 경제 회복이 더딘 탓에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 보니 중국에서는 일자리 구하기도 녹록잖다. 올해 청년 실업률이 최악의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 세대 불만이 집단 표출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중국 16~24세 청년 실업률은 21.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8년만 해도 9.71%에 불과했던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16.7%까지 오르더니 올 3월에는 20%를 돌파했다. 그 뒤에도 매월 최고 기록을 이어가자 당국은 8월부터 아예 청년 실업률 통계 발표를 중단해버렸다.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통계 중 하나가 실업률이다. 중국 국민은 일자리가 있고 발 뻗고 누울 집이 있다면 공산당의 무소불위 권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고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이를 뒤집어보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사라질 경우 중국 체제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최악의 취업난에 올해 공무원 시험 응시생은 303만명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중국에서 채무 상환을 못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신용불량자(18~59세)는 4년 새 약 50% 급증해 854만명에 달한다. 중국 성인 노동 가능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위기에서 촉발된 신용불량자 급증 추세가 청년 실업 등과 맞물려 중국의 경제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 빠져나가는 돈, 위태로운 곳간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본은 빠르게 중국 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주식과 채권에 대한 국제 자본의 투자액은 올해 들어 지난 10월 말까지 310억달러(약 39조7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후 최대 순유출 규모다. 대중국 외국인 직접투자액(FDI)도 지난해 대비 9.4% 줄었다.

자본이 유출되는 배경에는 ‘큰손’들의 탈출이 자리 잡는다. 그동안 미중 갈등이 한창인 때도 월가는 대중국 투자를 늘리며 자본을 꾸준히 투자해왔다.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불확실성이 지나치게 커지자 중국 시장 탈출에 나선 것. 미국 브리지워터를 비롯한 대형 헤지펀드들이 최근 중국 관련 보유 주식을 대폭 축소했다. 브리지워터는 올해 3분기에만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 등 30여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지분을 청산 또는 축소했다.

칼라일 등 사모펀드는 중국과 관련한 신규 펀드 모집을 중단하거나 아시아 펀드 운용 자금 목표를 낮췄다.

FOMC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중국 내 자본 유출은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된다. 더 높은 수익(이자)을 주는 신흥국 시장으로 자본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해당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 경제 불안 등 요소가 발목을 잡는다.

국제금융협회(IIF)는 12월 14일 보고서를 내고 2024년 중국 주식과 채권에서 650억달러(약 84조원) 상당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채권의 경우 연초부터 지속적으로 돈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IIF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금리 인상 행보가 거의 끝났음에도 중국 런민(人民)은행의 온건한 움직임으로 달러-위안화 수익률 스프레드(두 채권 사이의 수익률) 차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12월 14일 발표한 IIF의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11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주식과 채권에서 37억달러를 회수한 데 비해, 중국 증시 시장은 6억 달러의 유입만을 기록했다. 32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미·중 갈등이 다소 완화되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점이 돼야, 중국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변국과의 갈등도 계속해서 커지는 분위기다. 사진은 필리핀 군용 물자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쏘는 중국 해안경비정. (AFP)
(5) 고립무원의 외교

중국은 외교적으로도 고립돼가는 모습이다. 미중 갈등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최근에는 주변국과도 영유권 분쟁을 벌이며 충돌하고 있어서다.

주요 화약고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에 달하는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베트남 등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다.

중국은 수시로 대만 섬 상륙 작전 연습을 수행하고 군함과 전투기를 동원해 일상적으로 ‘중간선(사실상 대만의 해상 경계선)’을 넘어 대만과 주변국을 압박한다. 또 이번 대만 총통 선거와 관련해 집권 여당 후보들을 ‘가장 위험한 독립조합’이라고 비난하며 선거에 우회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

최근에는 필리핀과의 국경 분쟁으로도 불씨가 옮겨붙는 분위기다. 중국 해경선은 지난 12월 9일 필리핀 선박들이 남중국해 영해를 침입했다며 물대포를 쏘는 등 물리적 대응에 나섰다. 물대포를 맞은 선박은 필리핀 수산국 선박으로, 자국 어선에 식료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중국 해경선은 지난 8월과 11월에도 필리핀 군함에 보급품 등을 전달하려던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 미국의 전통적 우군인 필리핀과 중국 간 갈등이 지속된다면 미중 관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외에도 중국은 오염수 해양 방류 시작을 이유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가 일본과 갈등을 겪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조치인 ‘한한령(한류 금지령)’으로 타격을 입었던 국내 산업계에서도 중국 시장 의존도를 줄여나가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도학 지사장은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동남아시아·아프리카, 유럽 국가들과 연대하고 미국의 확장에 대응하겠다는 초기의 계획도 뜻대로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중국의 대외 영향력은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국제적 입장이 고립됐다고 보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남아 국가들도 경제 위기 우려에 중국과 단절하기보다는 오히려 협력 강화를 원하는 입장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 상황이라는 것. 전병서 소장은 “또 미국이나 서방 국가 제재를 받은 기업 가운데 부도났거나 망한 기업이 없고, 오히려 독일과 프랑스,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은 중국 고립이 아니라 중국과 경협 강화, 교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미국의 포위망에 구멍을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9호 (2023.12.20~2023.12.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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