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속도 내는 ‘왕년의 부촌’ 방배5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서울 지하철 4호선과 7호선 환승역인 이수역 5번 출구를 나와 5분 걸으면 흰색 펜스로 둘러싸인 공사 현장이 눈에 확 들어온다. 방배5구역을 재건축하는 ‘디에이치방배’ 신축 공사 현장이다. 공사 구역을 한 바퀴 돌려면 대략 20~30분 소요된다. 최고 33층, 29개동으로 구성됐으며 총 가구 수는 3080가구 규모다. 이 중 일반분양만 1686가구에 달한다. 일반분양 물량이 많으면 그만큼 청약 당첨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금을 어느 정도 보유하고 있는 무주택자들이 관심 갖고 지켜보는 지역으로 꼽힌다.
최근 방배5구역에서 의미 있는 소소한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방배5구역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포기하는 대신 그 자리에 체육·복지시설을 짓기로 했다는 것. 재건축 진행 과정에서 발목을 잡았던 학교 문제가 일단락되며 방배5구역은 내년 8월 예정대로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는 12월 6일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방배5구역 재건축 정비계획 변경안과 경관심의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곳은 현대건설이 2026년 8월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착공 후 서울시 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단지 안에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며 난항에 빠졌다. 서울시와 서초구청, 방배5구역 조합은 머리를 맞댄 끝에 애초 학교로 계획했던 용지에 다목적 체육시설과 사회복지시설을 짓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배5구역은 착공 후 사업이 지연됐던 곳이지만 이번 계획 변경에 따라 사업이 정상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합 역시 한시름 덜었다는 입장이다. 이곳은 어려운 인허가 절차는 모두 마무리됐고 공사비 갈등도 없었지만 초등학교 설립 허가 문제로 일반분양이 늦어지고 있었다. 조합 측은 “내년 초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가벼운 변경 등 남은 절차를 밟고 내년 8월쯤 예정대로 일반분양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배5구역은 방배동 일대 여러 재건축 구역 중 규모나 입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랜드마크 단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통상적으로 대단지 아파트들은 규모가 워낙 커 아무리 역세권이라고 해도 일부 동은 지하철 이용이 쉽지 않다. 방배5구역은 이수역과 7호선 내방역, 2호선과 4호선 환승역인 사당역, 2호선 방배역에 둘러싸여 있어 동 위치와 크게 상관없이 지하철 이용이 편하다. 또 규모나 학군, 주변 편의시설 등을 감안하면 방배동 재건축 사업지 중 가장 입지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배5구역을 신호탄으로 인근 여러 재건축 사업지 역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방배동 일대는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으로 정재계나 연예예술계 인사 등 유명인들도 많이 거주하던 전통적인 부촌이었다. 그러나 단독주택이 노후화되면서 인근 서초동이나 반포동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방배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방배동은 학군과 교통이 빠지지 않은 지역”이라며 “지금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이 모두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다시 한 번 부촌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통 부촌 방배동의 변화
윤곽 드러내는 방배 재건축
서초구 재건축 정보포털에 따르면 방배동 일대 재건축 정비사업지는 방배5~8구역, 13~15구역 등이 있다. 이 중 8구역은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지정 해제됐다. 남은 6개 구역과 일부 아파트 단지들이 한창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는 곳은 앞서 방배5구역과 함께 방배6구역이 있다. 방배6구역(래미안원페를라)은 지난해 8월 착공에 들어갔다. 2025년 11월 입주 예정으로 지상 22층, 16개동, 1097가구 규모 아파트가 들어선다. 방배5구역과 비교하면 북쪽에 위치한 6구역은 지하철 7호선 내방역과 가깝다. 지하 4층~지상 22층 16개동, 총 1097가구로 구성됐으며 이 중 465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이 단지는 주택가에 위치해 조용한 편이지만 단지 북쪽 골목길을 따라가면 전통 부촌으로 불리는 방배본동과 방배동 카페거리로 이어진다. 방배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래미안원페를라는 방배본동 삼호아파트와 가까워서 삼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반포동과 붙어 있다 보니 반포 생활권과 가까운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착공 과정에서 오염토가 발견되면서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혔다. 토양 오염 정화 작업을 진행하면 분양 등 주요 일정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 오염토가 발견되면 우려 기준을 초과한 오염 원인자 규명, 행정처분(시정명령), 토양 정밀조사, 지자체에 정밀조사 보고서 제출, 토양 정화 착수와 정화 검증 순으로 관련 절차를 거친다. 부동산업계는 방배6구역 일반분양은 내년 하반기쯤 진행될 것으로 내다본다.
방배5~6구역과 비교해 속도는 느리지만 다른 구역 역시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방배13구역의 경우 최근 종교시설 보상 문제를 해결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017년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방배14구역은 지난해 3월 정비계획 변경안이 수정 가결됐다. 2곳은 각각 최고 22층·2369가구, 11층·460가구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최근 주목받는 곳은 방배15구역이다. 방배5구역에서 남서쪽으로 이어져 있는 방배15구역은 조합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방배15구역 재건축추진위는 지난 11월 조합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장을 선출했다. 성공적으로 창립총회를 마무리한 추진위 측은 곧바로 서초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서초구는 신청서를 접수해 검토 중이다. 통상 심의는 한 달 내외로 걸린다.
방배15구역은 서초구 방배동 528-3번지 일원 8만4934㎡를 지하 3층~지상 25층, 1688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이다. 조합설립인가 후 내년 초 시공사 선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는 잠잠, 분양가상한제가 변수
방배동 일대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지금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진 않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매물 자체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사업의 경우 조합설립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조합원 권리 양도가 금지된다. 예외적으로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의 매물만 권리 양도가 가능하다.
그나마 조합설립이 마무리되지 않은 15구역에서는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다만 가격은 상당히 비싼 편이다. 대부분 대지지분 기준 평(3.3㎡)당 1억원 이상 호가가 형성됐다.
조합원 매물은 일반분양 물건과 비교해 동, 호수 등이 매력적이다. 반면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고 최근 공사비 이슈 등이 문제가 되면서 추가 분담금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거래가 뜸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분양가상한제 영향이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은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의 경우 평균 분양 가격이 3.3㎡당 5669만원으로 책정됐다. 방배동 재건축 단지 또한 여기서 분양 가격이 크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3.3㎡당 6000만원 내외로 분양가가 책정된다면 전용 84㎡ 기준 분양 가격은 대략 20억원 전후다. 인근 방배그랑자이 같은 면적이 올해 24억~28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방배5구역은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그만큼 당첨 확률이 있다. 굳이 비싼 조합원 매물을 사지 않더라도 청약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비 매수자들이 서두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배동이 전통적인 부촌이기는 하지만 반포동 신축 아파트와 비교하면 시세가 조금 더 낮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방배동 재건축은 다른 곳과 비교해 일반분양 비율이 높은 만큼 예비 매수자들은 굳이 리스크가 있는 조합원 매물보다 청약을 통해 기회를 노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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