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민자에 "미국 혈통 파괴" 연이은 막말

"히틀러 자서전 연상" 비판엔 "읽지 않았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다시 이민자에 관한 혐오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이민자 대상으로 연이은 막말…"나치 독일 히틀러 연상" 비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의 한 술집(펍)에서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AP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아이오와주 워털루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의 피를 파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련한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이 범죄와 질병을 가져왔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16일 뉴햄프셔주에서 개최된 선거 유세에서도 이민자를 겨냥해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우리나라로 오고 있다"며 "그들은 우리의 피를 더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파 성향 웹사이트 '내셔널 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이민자를 "테러리스트"라고 규정했으며, 이민자들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혐오 발언은 나치 독일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1925년 자서전 '나의 투쟁'에서 독일인의 피가 유대인에 의해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워털루 유세에서 "나는 '나의 투쟁'을 읽은 적이 없다"며 히틀러는 아주 다른 방식의 언어를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슬람권 국가 출신자에 대한 입국 금지 확대, 불법 이민 단속, 합법적인 이민 제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같은 공화당 소속 의원들도 트럼프와 '선 긋기'

2017년 독일 베를린에서 한 독자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치식 거수경례를 하는 합성 사진을 표지에 실은 시사 주간지 '슈테른(Stern)'을 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진 옆에는 '그의 투쟁·SeinKampf'이 쓰였다. 1925년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Kampf'을 빗댄 문구다. '신 나치, 쿠클럭스 클랜(KKK), 인종차별주의 :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에 증오를 부추기는가'는 부제목도 달았다. [AP=연합뉴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에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히틀러와 무솔리니(과거 파시즘을 창시한 이탈리아 정치가) 같은 독재자들을 흉내 내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같은 공화당 소속 정치인들도 트럼프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의 톰 틸리스 상원 의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은 공화당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셸리 무어 캐피토 공화당 의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견에 분명히 동의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모두 이민자의 자녀다. 그의 발언은 공화당 전체 의견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미 매체 폭스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당선된) 첫날 빼고 독재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국경을 닫고 싶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한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획이 실행될 경우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추방될 수 있다"며 "최근 남부 국경을 통해 건너온 불법 이민자를 포함해 미국에 이주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불법 이민자들까지 단속 대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