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선고에 손뼉 친 60대, 항소해 놓고 “집행해 달라”

“머리 위서 영혼으로 놀아줄게” 검사 비난 또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것에 항소한 60대가 항소심에서 다시 사형을 집행해 달라고 주장했다.

20일 부산고등법원 경남 창원재판부 형사1부(서삼희 고법 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A 씨는 “변호인이 양형 부당을 주장한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뒤이어 동거녀에게 금품을 갈취한 적이 없으나 검찰 공소장에는 해당 내용이 잘못 적혀있고 범행에 앞서 마약을 투약했으나 검찰이 모발 검사 등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술 도중에는 “검사 생활할 거면 확실하게 해라. 내가 사형 집행되면 네 머리 위에서 영혼으로 계속 놀아줄게”라거나 “나는 지금이라도 검사 팰 수 있다”며 검사를 비난했다.

최후 진술에서는 “조금의 변명도 하기 싫다”, “남을 죽였으면 당연히 나도 죽어야 한다”며 사형 집행을 요청했다.

경남 창원지방법원 부산고등법원창원재판부. [사진=이세령 기자]

검찰 측은 가족 등의 진술에 따라 A 씨가 최근 마약을 투약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1심 공판 때까지도 하지 않은 마약 투약으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을 항소심에서 하는 건 감형을 위한 진술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1심과 같은 사형을 구형했다.

“A 씨로 인한 살인, 살인미수 피해자만 6명에 이르고 출소 후 살인은 반복하는 등 재범 가능성이 크며 시설 내 교화 가능성도 없다”며 “무기징역이 선고되면 가석방 기회가 열려 있어 사형 외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창원의 한 주거지에서 40대 동거녀 B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 8월 24일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평소 금전적 문제로 다툼이 있을 때마다 A 씨는 B 씨를 폭행했고 사건 당일에도 다투다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로 B 씨를 살해했다.

1심 선고 당시 A 씨는 “검사 체면 한 번 세워주이소. 시원하게 사형 집행을 딱 한 번 내려 주고”라며 “재판장님도 지금 부장판사님 정도 되면 커리어가 있습니다. 사형 집행도 아직 한 번 안 해 보셨을 거니까 당연한 소리라 믿습니다”고 했다.

재판부가 사형을 선고하자 웃음을 터뜨리며 일어나 머리 위로 손뼉을 쳤고 검사를 향해 “검사 놈아, 시원하제?”라고 했다.

이후 A 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항소합니다”라고 적힌 항소장을 제출했다.

A 씨는 1970년 소년범으로 처음 교도소에 발을 들인 이후 징역형 15회, 벌금형 8회를 선고받았고 29년 8개월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중 살인미수는 2004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3건, 살인은 2건에 이른다. 살인 및 살인미수 동기는 모두 자신을 무시한다는 이유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월 살인죄 등으로 12년의 형을 마치고 나온 지 1년 2개월 만에 저질렀다.

A 씨에 대한 2심 선고 공판은 내년 2월 7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