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긴축 지켰고 野는 새만금·지역화폐 확보…예산안 21일 처리
여야가 20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합의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과 송언석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와 강훈식 예결위 간사는 이날 오후 ‘2024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1일 오전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등을 처리한다.
여야는 예산안 총지출을 정부 제출안 656조 9000억원 수준으로 유지하고, 국가채무 및 국채 발행 규모는 정부안보다 늘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정부안에서 4조 2000억원을 감액한 뒤, R&D 예산(6000억원),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3000억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3000억원) 등 야당이 요구해온 증액안을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은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했고, 야당은 '이재명표 예산' 확보에 성공했다.
21일 예산안 통과는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보다 19일 늦은 지각 처리다. 국회선진화법이 도입된 2014년 이후 지난해(12월 24일)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랜 시일이 걸렸다.
윤재옥 권한대행은 “예산 합의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미 법정시한을 넘긴 데다가 민생과 나라경제를 감안하면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양당 간 양보와 타협을 통해 오늘 예산안 합의를 이뤘다”고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내년도 국가 예산이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상당한 노력과 협의가 진행되면서 불가피하게 일정이 지연됐다”며 “야당 입장서 다소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양당이 최선의 협상을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미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긴 뒤인 지난 8일, 12월 임시국회 일정을 합의하면서 “2024년도 예산안은 12월 20일 본회의까지 처리한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여야 원내대표와 예결위 간사가 참여하는 ‘2+2협의체’를 꾸려 최종 예산안 합의를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막판까지 쟁점으로 다툰 건 ▶총지출 내 증감 규모와 ▶새만금 SOC 예산 증액 여부였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경호 부총리가 총지출 규모를 사수하는 문제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안 속 일부 예산을 감액하고 야당이 요구하는 증액 예산을 반영하는 데까지 공감대를 이뤘던 여야는, 조정 규모를 두고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 협상에 참여한 관계자는 “20일 아침까지도 여당은 3조 5000억원, 야당은 4조 2000억원 조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며 “7000억원을 두고 논쟁 끝에 결국 야당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합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쯤 김진표 국회의장은 기자들에게 “예산안은 오늘 오후 2시 합의 발표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는 오후 2시가 넘도록 합의문을 도출해내지 못하다 20분쯤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한 관계자는 “여당이 새만금 SOC 사업 예산 3000억원을 끝까지 받으려고 하지 않아서 오후까지 최종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송언석 간사는 기자들에게 “정부로서는 첫번째로 새만금 입주 기업 지원 예산 100억원 정도는 동의가 돼서 반영해줬던 건데, (야당의 계속된 요구로) SOC 관련해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지역간 연결도로, 신항만, 공항 등 네 군데 사업의 진행단계에 맞춰 조금씩 예산을 더 넣었다”고 했다.
야당은 그간 검찰·경찰 등 특수활동비·예비비와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등을 감액하라고 요구해왔다. 송언석 간사는 정부가 전년 대비 44% 늘린 6조5000억원으로 편성했던 ODA 예산에 대해 이날 “2500억원에서 3000억원 가량 감액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한 민주당이 '칼질'을 벼른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등을 '대폭 삭감'이 아닌 '일부 삭감'으로 막아냈다는 게 국민의힘의 평가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130여개 민생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처벌 근거가 사라져 열게 된 재심 재판에서 원심보다 형량이 낮아졌을 경우 법원에 초과 구금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개정안’, 올해 말로 일몰 예정인 지방세 특례를 2026년 말까지 3년 연장하고 감면 사항을 확대 신설하는 ‘지방세 특례제한법’,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발급 업무를 담당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법정자본금을 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고 보증 총액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 70배에서 90배로 상향하는 등 내용의 ‘주택도시기금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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