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이 형이 잘해 놓은 것을 제가 망칠 순 없죠"···이정후 '나를 따르라'

이형석 2023. 12. 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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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입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홈 구장 오라클파크에서 포즈를 취한 이정후. EPA=연합뉴스

"(김)하성이 형이 잘해 놓은 것을 내가 망칠 순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총 1억 1300만 달러(1472억원)에 계약한 이정후는 선배 김하성처럼 어깨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kt위즈와 LG 트윈스의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11월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김하성(왼쪽)과 이정후가 관중석에서 관전하고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이정후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초대형 계약을 맺는 데 김하성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MLB에 도전장을 내민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투수에 비해 야수 성공은 적은 편이었다. 특히 KBO리그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간 야수 대부분은 빅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1~2년 후 돌아왔다. 몇몇 선수는 야심차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전혀 관심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2023 메이저리그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후보에 오른 김하성. 게티이미지

KBO리그에서 경험을 쌓고 미국으로 건너간 야수 중 첫 번째 성공 사례가 바로 김하성이다. 202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1년 최대 3900만 달러에 계약한 김하성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올 시즌엔 아시아 내야수로는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타율 0.260, 17홈런 38도루 68타점 80득점으로 펄펄 날아 실버슬러거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플레이어 부문에서도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시즌 중반부터 1번 타자 역할을 맡았던 김하성은 공격 첨병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몸을 아끼지 않은 허슬 플레이로 벤치와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가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정후가 팬들에개 손을 흔들고 있다. 인천공항=정시종 기자 

김하성의 활약은 '야수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트렸다. 한국 야구를 바라보는 빅리그 스카우트의 시선마저 바꿔놓았다. MLB 아시아 출신 선수 최다 홈런·타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추신수(SSG 랜더스)도 본지와 인터뷰에서 "MLB 진출 과정은 다르지만 한국 선수가 잘하면 나도 좋다. 김하성이 좋은 활약을 펼쳐 이정후의 몸값도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이정후도 "나는 김하성 형이 매우 잘해서 그 덕을 봤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정후의 활약 여부가 향후 MLB 진출을 도전하는 선수에게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정후는 "이런 계약을 하게 돼 친구들과 후배들도 꿈을 키울 수 있게 된 것 같다.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더 열심히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후와 함께 키움 히어로즈 입단했던 '동기생' 김혜성도 2024시즌 종료 후 빅리그 진출에 도전하겠다고 일찌감치 밝혔다.
2023 KBO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10월 1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부상복귀 후 고척돔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마친 키움 이정후가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이정후는 실력뿐만 아니라 스타성까지 겸비했다. 앞으로 빅리그를 누비는 그를 바라보며 야구에 입문하거나, 꿈을 키워나갈 유망주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 역시 그 무게감을 알고 있다. 그는 "나보다 더 재능있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책임감을 느끼며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10월 말부터 훈련을 계속한 그는 "타격폼을 수정할 계획은 없다. 일단 (내 폼으로) 부딪쳐보겠다"며 도전장을 던졌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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