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굿 활용한 세미 뮤지컬, 아이들도 즐길 수 있다"
오늘도 대학로에서는 수많은 연극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그 연극을 준비해가고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기자말>
[차원 기자]
▲ 연극 <'굿'바이 햄릿> 포스터를 든 (왼쪽부터) 김태완, 서지유, 김필 배우 |
ⓒ 차원 |
지난 14일, 대학로 극단아트맥 연습실에서 연극 <'굿'바이 햄릿>(극작 국민성, 연출 주호성)의 김필, 서지유, 김태완 배우를 만나 인터뷰했다. <'굿'바이 햄릿>은 2023년 원로예술인 공연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배우들은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인물들을 활용한 작품"이라면서 "'햄릿의 등장인물들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그들을 편안하게 잘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한국의 '굿'과 '햄릿' 속 인물들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또 공연은 소극장에서 펼쳐지지만, 대극장에도 어울릴 만큼 웅장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도 자신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먼저, 맡은 역할에 관해 설명해달라.
햄릿의 아버지 선왕 '햄릿 왕' 역 배우 김필(아래 필): "원작에서 비극의 원흉이 되는 인물이다. 또 비중이 크지 않은데, 이 작품에서는 굉장히 많이 출연한다(웃음). 죽어서 복수의 화신이 돼 저승으로 못 가고 구천을 떠돈다. 아들에게 짐을 남겼다는 것이 원인이다. 오필리어와 햄릿 왕자의 결혼으로 자신의 한을 풀고자 한다."
데뷔 20년 차 극작가 '노사정' 역 배우 서지유(아래 서): "대표작을 쓰고 싶은데, 능력이 못 미치는 무명 작가다. 결국 셰익스피어 영혼과의 접신을 시도하는데, 햄릿의 망령들을 불러낸다. 전에 출연했던 영화 <대무가>에서는 제가 굿을 의뢰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직접 접신을 한다(웃음). 작품을 위해 판소리도 많이 연습했다."
'햄릿' 역 배우 김태완(아래 완): "셰익스피어 작품 속 햄릿과 같은 인물이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이렇듯 햄릿 속 캐릭터들을 가져왔을 뿐, 햄릿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다."
▲ 손정욱, 하경화, 김필, 박신후, 서지유, 권성욱, 김태완, 하진, 조연진, 이종관, 윤정화 등 연극 <'굿'바이 햄릿>의 배우들이 공연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
ⓒ 차원 |
- '굿'이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한국적인 음악도 들을 수 있나.
필: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굿'을 통해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연출의 의도가 있다. 또 세미 뮤지컬 형식으로, 어린이들도 쉽게 즐길 수 있을 거다. 만 5세 이상 관람 가능이다. 요즘에는 잘 보기 힘든 '연극적 연기'의 진수도 맛볼 수 있다."
서: "한국적인 음악과 노래가 많이 나온다. 우리 전통 악기를 다루시는 악사님 네 분도 함께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신다. 마당극을 생각하셔도 된다."
완: "저도 우리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 아쟁, 해금, 피리, 태평소, 꾕가리 등 악사님들의 연주가 정말 기대된다. 연기, 춤,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공연이 될 예정이다."
-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뭘까. 작품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나.
필: "가화만사성이라고, 가족적으로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가족애를 느낄 수 있다. 요즘 세대의 여성상을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연출님이 최대한 배우들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하셔서, 연습하며 합을 맞춰가고 있다."
서: "원한, 욕심이나 갇혀 있는 곳에서 벗어나 털고 자유로워지는 이야기다. 또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것에 초점을 둔 것 같다. 여러 장르가 혼합되는 등 상당히 자유로운 작품이다(웃음)."
완: "'배우는 자기가 연기하는 인물을 위로해 줄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햄릿가의 영혼들을 위로해 주고 싶다."
- 주로 어떤 분들이 연극을 보러오시면 좋을까.
모두: "햄릿을 연기해본 배우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햄릿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더 쉽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다. 햄릿을 읽어보셨거나, 그 이야기를 아시는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햄릿을 잘 몰라도, 저희가 준비한 퍼포먼스가 많기에 시간이 훅 지나갈 거다. 누구든지 오시는 분들은 재밌게 만들어 드릴 자신이 있다(웃음).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와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좋은, 화려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
▲ 함께 포즈를 취한 연극 <'굿'바이 햄릿> 출연진과 제작진 |
ⓒ 차원 |
덧붙이는 글 | * 공연정보 연극 <'굿'바이 햄릿> 대학로 씨어터쿰 2023.12.27(수)~12.31(일) 평일 19:30 | 주말 15:00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현대미술 역사를 뒤집어놓은 무명 여성화가 이야기
- 끝나지 않은 전쟁의 시대, 영화가 전쟁을 다루는 법
- '노량'이 아로새긴 이순신의 10년... 두 전작과 비교해보니
- 짝사랑하던 남자를 덮친 사고, 이렇게 2000명이 죽었다
- '레벨 문1', 역사상 가장 비싼 '스타워즈' 팬 픽션
- 다사다난 했던 K팝... 영광 혹은 논란의 1년
- '노량: 죽음의 바다' 사족이 완벽한 마무리를 망치다
- 복수 아닌 '치유'에 주목한 이준익 감독 복귀작
- "지하철 투쟁 때 쪽지 쥐어주던 시민도... 응원받는 느낌이었다"
- 잭 스나이더 감독이 30년간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