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藥' 대전 시작된다…타그리소·렉라자 동반 급여 확대

이춘희 2023. 12. 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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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그리소, 허가 후 5년 만에 급여 문턱 넘어
렉라자, 허가 불과 6개월 만에 맹추격
급여 적용시 연간 340만원으로 부담 ↓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
경평 생략 통해 급여 진입

최신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임에도 5년간 국민건강보험 급여 문턱을 넘지 못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의 1차 치료 급여 시장 진입이 드디어 다음 달 1일부로 이뤄진다. 경쟁 신약으로 개발된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도 함께 급여가 확대되면서 내년부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패권 다툼이 전개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왼쪽)와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 [사진제공=각 사]

보건복지부는 20일 오후 2023년 제28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약제급여 목록 및 급여상한금액표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의결된 내용은 고시 개정 절차를 거쳐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와 타그리소에 대한 요양급여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Exon)19 결손 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가 있는 환자의 '1차 치료'까지 확대 적용된다. 기존에는 2차 치료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지만 최초 치료인 1차 치료까지 급여가 확대된 것이다. 1차 치료 확대가 중요한 것은 항암 치료는 2·3차 치료제로만 승인받을 경우에는 1차 치료에서 환자가 완치 또는 사망한다면 약이 쓰일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보다 많은 환자를 만날 기회를 잡기 위해 개발사들이 1차 치료로의 급여 확대를 계속 시도하는 이유다.

1차 치료 급여 확대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던 약가는 하루 복용량 기준 타그리소(80㎎) 19만123원, 렉라자(80㎎ 3정) 19만110원으로 비슷하게 책정됐다. 현재 약가 대비 각각 10.0%와 8.1% 인하됐다. 현재 비급여로 타그리소를 복용해 온 환자의 경우 1인당 연간 투약 비용 약 6800만원을 부담해야 했지만 내년부터는 연간 약 347만원(본인부담금 5% 적용)만 지불하면 된다.

다만 실제 가격 인하 폭은 위험분담제(RSA)가 적용되는 만큼 최대 50% 수준까지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고가 신약 출시가 이어지면서 건보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도입된 RSA는 신약의 효과나 보험 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사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다. 또한 실제 약가와 등재되는 약가를 서로 다르게 해 국산 신약의 해외 진출 시에도 등재 약가를 기준으로 해 보다 높은 약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두 약에 모두 적용된 환급형의 경우 책정 약가의 일정 비율을 추후 제약사가 공단에 환급하게 된다.

타그리소의 1차 치료 급여 확대는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적응증 확대 허가로부터 무려 5년 만이다. 하지만 이후 급여 확대를 위한 첫 문턱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하는 데 실패해 오다 지난 3월 5수 만에 성공했다. 반면 후발 주자인 렉라자는 지난해 12월 1차 치료 확대를 위한 '레이저(LASER) 301' 임상 결과를 발표한 지 6개월 만인 식약처로부터 1차 치료 확대 허가를 얻었고, 바로 두 달 후 암질심을 통과하면서 발 빠르게 타그리소를 추격했다. 이후 과정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 건정심 등의 절차는 타그리소 역시 상대적으로 순항하면서 격차를 벌리는 듯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시기 동반 급여 확대가 결정됐다.

다음 달 1일부로 급여 확대가 이뤄지면 유한양행이 진행해 온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도 종료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두 약의 1차 치료 확대 허가에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은 이뤄지지 못하면서 대상 환자들에게 렉라자를 무상 지원하는 EAP를 시행해 왔다. 이를 통해 19일 기준 864명의 환자가 혜택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타그리소가 해외에서는 사실상 1차 치료의 표준 치료법(SoC)으로 자리 잡은 상태"라면서도 "내년 1월 급여 확대가 현실화할 경우 두 약이 동등한 출발선에 서게 되는 만큼 향후 국내 SoC의 방향이 어떻게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셀루메티닙)'[사진제공=아스트라제네카]

한편 AZ의 신경섬유종증 1형 치료제 '코셀루고(셀루메티닙)'도 함께 내년 1월 1일부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신경섬유종증 1형은 전신에 걸쳐 비정상적으로 세포가 증식하는 희귀질환이다. 보통 10세 이전에 진단되며 신체 성장에 따라 병변도 계속 커져 언어장애나 척추측만증, 심각한 통증 등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약 4000명으로 추산된다.

코셀루고는 2021년 5월 국내 허가가 이뤄졌지만 1년에 2억800만원이 드는 고가의 약값으로 인해 급여 적용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소아의 삶의 질을 개선한 약제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면서 내년부터는 증상이 있고 수술이 불가능한 총상 신경섬유종을 동반한 3~18세의 소아 신경섬유종증 1형 환자에 대한 치료제로 급여 적용이 결정됐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 연간 투약 비용은 본인 부담 10% 적용 시 2080만원까지 내려오게 된다. 여기에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간 의료비(급여)가 일정액을 초과하면 차액을 돌려주는 제도인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면 초고소득 계층도 연간 최대 1014만원까지 투약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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