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꿈꾸는 김혜성 향한 이정후의 조언 "다치지만 않고 하던 대로"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다치지만 않고 하던 대로 잘 준비하면 좋은 계약을 맺을 것입니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빅리그 진출을 꿈꾸는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80억원) 계약에 합의하면서 빅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개시 이후 2주도 채 지나지 않아 빠르게 계약이 성사됐다.
연봉은 2024년 700만 달러, 2025년 1600만 달러, 2026년과 2027년에 2200만 달러, 2028년과 2029년에 2050만 달러로 매년 다르다. 계약금은 500만 달러. 또한 4년 차인 2027시즌 종료 이후에는 옵트 아웃 조항이 포함됐다.
예상을 뛰어넘는 계약 규모에 모두가 놀랐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정후가 총액 6000~9000만 달러의 계약을 성사시킬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를 훨씬 웃도는 금액에 도장을 찍게 됐다. 미국은 물론이고 같은 아시아 국가인 일본에서도 이정후의 계약 소식을 집중 조명하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사실 누구보다도 놀랐던 건 이정후 본인이었다. 19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자세한 협상 내용은 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밝힐 수 없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렇게 투자해주신 만큼 그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며 "(1억 달러 이상 제안을 받았을 때) 발이 풀렸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선배님들에 비해 일찍 (포스팅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여러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또한 이정후는 "다 감사하지만, 중간중간에 기부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미국은 연고지 선수가 잘 되면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게 있다고 들었고, 그렇게 할 수 있게 돼 좋았다"며 세부 조항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키움에서 7년간 활약한 이정후는 자신보다 먼저 빅리그에 진출했던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워나갔다. 2014시즌 이후 내야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향했고, 이듬해에는 내야수 박병호가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을 맺었다.
이정후가 키움에 입단한 뒤에는 2018년 말 내야수 김하성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도장을 찍으면서 빅리그행을 확정했다. 올해 이정후를 포함해 최근 10년 동안 키움이 배출한 빅리거가 무려 네 명에 달한다.
이정후는 "계약 확정 이후 (김하성에게) 가장 먼저 연락했고, 또 (김)하성이 형이 '좋은 감독님과 야구를 하게 됐으니까 잘 됐고 이제 네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며 "하성이 형이 지난해부터 잘했기 때문에 나도 그 덕을 본 것 같은데, 형이 잘해놓은 걸 내가 망칠 수 없지 않나. 열심히 해서 한국 야구 선수들에 대한 인식을 계속 좋게 남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해외 진출을 꿈꾸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바로 김혜성이다. 이정후의 입단 동기이기도 한 김혜성은 2018년부터 6시즌 동안 키움 내야진의 한 축을 책임졌다. 올 시즌에는 137경기 556타수 186안타 타율 0.335 7홈런 57타점 25도루 OPS 0.842로 2년 연속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을 수상했다.
김혜성은 국제무대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부터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김혜성의 국제대회 통산 성적은 15경기 39타수 16안타 타율 0.410 4타점. 도쿄 올림픽만 놓고 보면 13경기 8타수 타율 0.615 1타점 OPS 1.250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다. 또 김혜성은 지난달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서도 공격과 수비에서 활약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대회 연속으로 선수단 주장 중책을 맡기도 했다.
아시안게임과 APBC에서 김혜성에게 주장을 맡겼던 류중일 감독은 "김혜성이 리더십도 있고, 아시안게임 때도 선수들끼리 모여 함께 '으쌰으쌰'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잘했다. 올해 마지막 국제대회인 만큼 한 번 더 (주장직을) 부탁했다"고 치켜세웠다.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전력의 핵심이 된 김혜성은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더 큰 꿈을 꾸는 중이다.
김혜성은 지난달 초 APBC 대표팀 소집 훈련 당시 "일단 내년에 잘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올 시즌보다 더 잘한다면 좋게 봐주시고,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면서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당연하다"고 짧고 굵게 답했다.
키움에서 함께 생활했던 이정후는 김혜성의 도전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정후는 "(빅리그 도전에 대해 따로 얘기를 나눈 건 없다. 워낙 (김)혜성이도 욕심이 많은 친구"라며 "올겨울에 잘 준비한다면 내년에 혜성이도 포스팅을 신청해 좋은 계약을 맺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혜성을 향한 이정후의 조언은 간단명료했다. 다치지 않고 한 시즌을 뛰는 것이었다. 이정후는 지난 7월 2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 도중 발목 부상을 입으면서 두 달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던 이유다.
이정후는 "(김혜성이) 다치지만 않고 본인이 하던 대로 잘 준비해서 한다면 좋은 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며 김혜성의 도전에 힘을 실어줬다.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의 뒤를 이어 김혜성이 영웅군단의 빅리그 진출 계보를 이어갈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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