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고문단 "이순신 아껴서 무엇하냐"…'한동훈 비대위' 곧 출범
국민의힘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과 만난 상임고문단은 20일 ‘한동훈 비대위’에 큰 이견이 없다는 의견을 당에 전달했다. 윤 권한대행은 회동 후 “의견 수렴 과정은 오늘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 상임고문단 간담회 후 유흥수 상임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해 큰 이의는 없는 것 같았다”며 “선거가 몇 달 남지 않은 이 시기엔 배 12척을 한 장관에게 맡겨보자는 중지가 모였다”고 밝혔다. ‘배 12척’의 의미에 대해선 “지금 우리 당 상황이 임진왜란 상황과 같다. 이순신을 아껴서 무엇하냐”고 부연했다.
신영균 상임고문단 명예회장도 통화에서 “걱정하는 사람도 일부 있었지만, 결론은 대세를 따르고 힘을 보태자는 쪽으로 모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대표(2012~2014년)를 지낸 황우여 상임고문도 “2011년 한나라당은 BBK·디도스 사태 등으로 지금보다 더 어려웠다”며 “그런데도 우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혁신을 이뤄내 성공했던 경험을 간담회에서 공유했다”고 전했다.
나아가 김종하 상임고문은 윤 권한대행에게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만들어서 창당 수준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선거가 4개월도 안 남았는데 우리가 더불어민주당에 지고 있다. 옛날 방식의 고리타분한 발상 말고, 세대교체 등 새 바람을 일으킬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 말이다.
이날 회의에는 신영균·김종하·김동욱·목요상·신경식·유준상·유흥수·나오연·김용갑·황우여·이윤성·권철현·최병국·문희 상임고문 등 14명이 참석했다. 이 중 “여론조사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김동욱)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인선하자”(유준상) “한 장관을 추후 적재적소에 기용해야 한다”(권철현)는 신중론도 나왔지만 “한 장관을 반대하는 차원은 아니었다”고 한다.
전날 국회를 찾아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가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비대위원장 수락을 시사한 한 장관은 이날도 국회를 찾았지만, 말을 아꼈다. 한 장관은 쏟아진 취재진 질문에 “처음(어제)에는 부담이 돼 이야기했는데, 제가 마음이 좀 독해져서 이젠 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며 대부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서 나오던 ‘한동훈 비토론’도 잠잠해졌다. “이미 한동훈 비대위로 굳어졌는데 구태여 말을 보태 무엇하느냐”(비윤계 관계자) “시간도 대안도 없는 건 사실”(수도권 의원)이란 분위기다. 한동훈 비대위에 미온적이던 원내 지도부 관계자도 “한 장관 본인이 의지를 드러냈으니,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정치인 한동훈’의 행보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일부 언론과 여권 일각에선 전날 한 장관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총선 후 김건희 특검’ 수용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여권 핵심부는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야당과 특검법을 합의하되 총선 이후에 하는 방안이 검토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김건희 특검법은 반헌법적 악법이고 (김 여사 의혹은) 이미 수사를 해서 혐의를 못 밝힌 사건이고 (특검법 주장은) 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정치공세이기 때문에 당의 입장은 정리되어 있다”고 선을 그었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이날 중앙일보에 “한 장관의 발언은 김건희 특검법이 ‘악법’이란 점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이해해야 마땅하다”며 “총선 후 특검은 특검 자체를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도 “총선 전이든 후든 특검 수용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은 이날 “(어제) 드린 말씀에서 특별히 더 해석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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