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부당' 항소한 60대, 돌연 "사형 집행해달라"…무슨 일
동거녀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60대 사형수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하더니, 다시 사형을 집행해달라고 요구했다.
20일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형사1부(서삼희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이번 사건 항소심 첫 공판에서 60대 A씨는 "양형 부당은 변호인 주장"이라며 "양형 부당에 대해 다툴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월 경남 창원시 한 주거지에서 40대 동거녀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8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검사 체면 한번 세워 주이소. 시원하게 사형 집행을 한 번 딱 내려 주고"라거나 "재판장님도 커리어가 있습니다. 사형 집행도 아직 한번 안 해보셨을 거니까 당연한 소리라 믿습니다"라고 말하며 사형을 요구했다. 이후 실제로 사형이 선고되자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다.
A씨는 이날도 검찰과 법원을 조롱하는 등 거친 언행과 태도를 보였다.
이날 재판에서 A씨는 검찰 공소장이 잘못됐다며, 자기는 B씨를 갈취한 적이 없음에도 공소장에 이 같은 사실이 적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필로폰을 투약했지만, 검찰이 모발 검사 등을 하지 않아 억울하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진술 도중에는 검사를 향해 "검사 생활할 거면 확실하게 해라. 내가 사형 집행되면 네 머리 위에서 영혼으로 계속 놀아줄게"라거나 "나는 지금이라도 검사 팰 수 있다. 못 할 거 없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검찰은 1심 공판 때까지도 마약 투약 사실을 주장하지 않던 A씨가 항소심에 이르러 투약을 주장하는 것은 감형받기 위한 것이라며 A씨 주장을 반박했다. 모발 검사로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은 약 1년이다. 이를 고려하면 지금에 와 모발 검사를 해도 투약 사실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감형을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A씨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을 언제든 해칠 수 있는 생명 경시 사상을 갖고 있으며 조금의 반성 가능성도 없다. 이미 재범 위험성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으며 무기징역이 선고될 경우 가석방 기회가 열려 있어 사형 외 어떠한 선택의 여지도 없다"면서 1심과 같은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조금의 변명도 하기 싫고 사람을 죽인 자는 자기도 죽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사형제를 폐지해서는 안 된다. 나도 사형 집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A씨는 2009년에도 살인을 저질러 지난해 1월 출소했다. 그는 이 사건을 포함해 두 명을 살해하고 여러 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 미수에 그치는 등 각종 범죄로 29년 8개월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내년 2월 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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