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청소하러 갔다가 사고... 엄마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어요"
[충북인뉴스 최현주]
▲ 오송지하차도 참사 유가족 이미경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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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충북 오송 궁평 2지하차도 참사가 난 지 5개월 하고도 열흘이 흘렀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기에 전국민은 충격을 받았고, 이해할 수 없는 정부 대처에 또 한번 분노했다.
그동안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중대재해시민처벌법 적용'을 목이 터져라 외쳤지만, 누구 하나 사과 한마디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는 충격과 분노도 사그라들었는지 그날의 참사와 관련된 뉴스 또한 보기조차 힘들다.
그러나 그날, 그 사고 현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유가족들이다.
그들은 여전히 가족을 잃었다는 사실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되고, 무한 반복되는 자책, 시시때때로 끊어 오르는 분노와 황망함에 몸 둘 바를 모른다.
"엄마는 청주에서 오송까지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면서 아파트 청소를 하러 다녔어요. 일을 시작한 지 한 달째 되는 날 사고를 당한 거예요. 이제 일 그만하라고 말렸었는데, 아직 써주는 데가 있다며 좋아하셨어요. 우리 엄마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어요. 진짜 너무 억울합니다."(유가족 이미경씨)
"오송 아파트 청소 일은 한 달 전에 시작했어요. 2년 가까이 쉬셨었는데 친한 분과 같이 하게 됐다면서 좋아하셨어요. 그날 아침 비가 많이 와서 전화를 하려다가 엄마가 불편해 하실까봐 안 했어요. 그때 전화를 안 한 것이 제일 후회됩니다." (유가족 A씨)
그날 오송지하차도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된 747번 버스 안에는 아파트 청소 노동자들이 있었다.
이미경씨의 어머니는 76세 나이지만, 이씨에게 여전히 의지하고 싶은 강건한 엄마이자 영원한 지지자였다. 이 씨는 그런 어머니를 '장군'이라고 표현했다. '놀면 오히려 병이 난다'며 늘 일을 찾아서 했고 활기가 넘치던 엄마였다. 그녀는 그렇게 강건했던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고인의 아들 A씨는 그날 아침 어머니에게 비가 많이 오니 출근을 하지 말라는 전화를 하지 않은 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엄마에게 일 나가지 말라고 전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출근을 하는 길이었는데 어느 지점에서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너무 생생합니다. 지금도 그 지점을 지나면 그때 생각이 나서 너무 후회되고 괴롭습니다."
▲ 오송참사유가족협의회 이경구 공동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충북인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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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지하차도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7월의 충격'에서 단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우울과 분노, 자책은 더욱 깊어만 간다. 지나가는 버스만 봐도 가슴이 내려앉고 비가 오면 몸과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가족을 잃은 상처뿐 아니라, 참사 이후 지자체 대응이 분노를 더욱 키웠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날도 그랬다. 충북도·소방서·경찰서 관계자들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설명하기보단 기자 브리핑에 더욱 집중했고, 사망자의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유가족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참사를 알리고 수습한다기보다 가리기에 급급해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유가족들은 '버스가 나왔다더라', '몇 명이 수습됐다더라' 현장에서 주고 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신을 수습하는 곳으로 찾아가 겨우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범석 청주시장은 제대로 된 사과는커녕 대화를 요구하는 유가족들 앞에서 '이 자리는 내가 만나자고 한 것이 아니라 유족들이 만나자고 해서 만들어진 자리다', '청주시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발언은 그야말로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되었다.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저희가 먼저 와서 5~10분 정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이 시장이 들어왔어요. 들어와서는 자기가 만나자고 한 것이 아니라 유가족들이 먼저 만나자고 해서 이 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고, 도의적인 책임은 있지만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했어요. 사람이 할 소리가 아니죠."
유가족들은 5개월째 참사의 진상규명과 최고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마무리됐어야 할 최소한의 일임에도 아직도 이런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기막히다며 분노한다.
"경찰과 검찰이 해야 할 일을 왜 우리가 아직도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이런 나라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이 두렵기까지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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