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국힘 향해 "불임정당" 썼다가 삭제... 여당 "사과하라"
[곽우신 기자]
▲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
ⓒ 남소연 |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국민의힘을 "불임정당"이라고 지칭해 비난하는 SNS 게시물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비판 여론이 이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 의원은 20일 오전 본인의 페이스북에 "대선후보도 '검찰', 비대위원장도 '검찰'서 모셔온다고?"라며 "'불임 정당'이 쪽팔리지도 않나 보다. 하긴 당명을 '검찰의 힘'으로 바꾸면 되겠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보수 정당 밖에서' 수혈되는 검찰 출신 인사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하지만 '불임 정당'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스스로 잉태하지 못하는' 상태에 비유해 관용적으로 쓰이던 말이기는 하지만, '불임'이라는 의학적 상태를 누군가를 비난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데 대한 거부감을 유발한 탓이다.
"임신의 어려움을 겪는 일을 비유로 들었어야 하는 것인가?"
최현철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민형배 의원은 여성 비하 발언과 막말 정치로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국민의힘을 비판한답시고 SNS에 '불임 정당'이라는 표현을 버젓이 써놓고선 뒤늦게 '반쪽 정당'으로 수정했다가 이후 글 자체를 수정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래 놓고 글 수정 과정에서 조작이 서툴러 벌어진 일이라며 '처음부터 불임정당 반쪽정당이라는 표현을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은 더욱 기가 찰 노릇"이라고도 꼬집었다.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과 비난은 이해하지만, 그 비판과 비난을 위해 임신의 어려움을 겪는 일을 비유로 들었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문제제기였다.
최현철 부대변인은 "여성을 향한 언어폭력이자 비하"라며 "민주당에서 막말은 마치 존재감 과시를 위한 트렌드처럼 되었다"라고 날을 세웠다. "특히나 민 의원은 위장 탈당이라는 편법과 꼼수로 국민을 우롱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았던 이력에 더해, 탄핵 발언은 물론 한동훈 장관을 향한 막말까지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사과나 반성의 모습은 전혀 없었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부디 국민을 향해 예의를 갖추고 사과하시라"라며 "막말정치에 대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의 날이 머지않았음을 명심하기 바란다"라고 논평을 마무리했다.
손인춘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위원장 역시 여성위 명의의 성명을 내고 "여성을 향한 비하이자 언어폭력이다. 무슨 정치를 막말로 하시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난임을 비유로 들었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바로 얼마 전,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 당시 한자리에서 폭소를 지었던 민형배 의원 아니신가?"라며 "국민의힘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유를 '불임 정당'이라니, 역시 또 여성을 비하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형배 의원에게 사과를 받아야겠다"라며 "대한민국 국민 그리고 여성들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송영길, 2021년 같은 표현으로 비판 받고 사과
이처럼 정치인들이 차별적인 의미의 비유나 관용구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용했다가 비판 여론에 직면하는 일이 최근 잦아지고 있다. 사회적 인권 감수성과 혐오 표현에 대한 시민들의 비판 의식이 고양된 덕분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불임 정당'이라는 표현도 그렇다. 전당대회 돈 봉투 수수 의혹으로 구속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2021년 8월 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최재형(전 감사원장), 윤석열(전 검찰총장)을 데려다 쓴 거 자체가 이미 국민의힘이 스스로 불임정당임을 자백한 꼴이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정의당의 지적이 잇따랐고, 송영길 전 대표는 당직자를 통해 결국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유의하겠다"라고 사과한 바 있다(관련 기사: 송영길 "국민의힘은 불임정당" - 정의당 "무신경한 성차별 언어" https://omn.kr/1uq9b).
장슬기 <미디어오늘> 기자는 본인의 저서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는 우리말 사용법>에서 "여성의 임신, 출산과 관련한 부적절한 비유나 표현도 퇴출해야 한다"라며 "임신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여성의 몸이 정치권에서 비유로 쓰여야 할 이유는 없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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