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석 야당 연합' 달성, 결국 이 방법뿐이다
[강남훈 기자]
▲ 제21대 국회 첫 본회의가 2020년 6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리고 있다. |
ⓒ 남소연 |
선거제도에 좋고 나쁨이 있을까? 있다. 대통령 선거제도를 생각해 보자.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는
0.73%P차이로 패배하였는데,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은 2.37%였다. 만약 대통령 선거제도가 단순다수제가 아니라, (즉시)결선투표제였다면 현재의 대통령은 이재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제도는 과반수 미만의 지지를 받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서 과반수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나쁜 선거제도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 나쁜 선거제도는 다음과 같은 (서로 중첩될 수 있는) 특징들을 갖는다.
① 사표가 많이 생긴다. 사표는 의석(당선자)으로 전환되지 않는 표를 의미한다. 사표가 많은 선거제도에서는 유권자와 정당의 이념적 거리가 멀어지고, 정치에 대한 실망이 커지고, 투표율이 낮아진다.
② 교체 가능성이 떨어진다. 1987년 이전의 선거제도는 보수 1당과 진보 1당 사이의 교체 가능성이 없는 독재적인 선거제도였다. 현재의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보수 1당(국민의힘)과 진보 1당(민주당) 사이의 교체 가능성은 높지만, 보수 1당과 보수 2당 사이 또는 진보 1당과 진보 2당 사이의 교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진보(보수) 1당이 잘못했을 때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보수(진보) 1당을 지지하는 것뿐이라면 진보(보수) 지지자들은 매우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유지한 채로 정당의 잘못을 심판할 수 있는 주권자들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③ 1표 1가치가 실현되지 않는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1인1표를 넘어서 1표 1가치가 실현되는 선거제도를 가져야 한다. 1표1가치란 의석을 만드는 데 모든 표가 동등한 가치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대표가중치(정당득표 수에서 정당의 의석 수를 나눈 값)를 살펴보면 18대 국회의원선거에서 한나라당 의석 1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4만 2000표가 필요했는데, 민주노동당 의석 1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19만5000표가 필요했다. 한나라당 지지표는 민주노동당 지지표에 비해서 4.5배가 넘는 가치를 가진 것이다.
정당의 의석 비율을 득표율로 나눈 값을 성과가치라고 부른다. 1표 1가치가 완전하게 실현되는 선거제도에서는 모든 정당의 성과가치가 1이 된다. 2009년 독일의 헌법재판소는 어느 한 정당의 성과가치가 1.118이 되자 그 선거제도가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우리나라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성과가치는 1.365였고, 민주노동당의 성과가치는 0.294였다. 현재의 준연동제 선거제도는 그때보다 다소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멀었다. 우리나라 선거제도를 독일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맡긴다면 1표1가치의 원칙에서 너무 크게 어긋나서, 평등선거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당연히 위헌이라고 결정을 할 것이다.
▲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 남소연 |
선거제도가 과연 경제에 영향을 미칠까? 확실하게 영향을 미친다. 정치학자 아렌드 레이프하트는 36개 민주주의 국가들을 분석해서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일수록 물가상승률이 낮고, 실업률이 낮고, 성장률이 높고, 불평등이 낮고, 공공사회지출이 높다는 등의 결과를 얻었다.(Lijphart, 2012) 경제학자인 알레시나와 글레이저는 미국이 복지국가가 되지 못한 이유에 대한 10가지 가설을 검증한 결과, 다인종국가라는 요인과 선거제도가 단순다수제라는 요인만이 설명력을 가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Alesina and Glaeser, 2004) 이와 같이 비례성이 떨어지는 선거제도가 경제를 불평등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명백한 실증적 결과이다. 왜 그렇게 될까?
정치경제학자인 아이버슨과 소스키스는 17개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의 50년 동안의 집권 통계를 분석해서, 순수중도 정당이 집권한 기간을 제외하고 좌파(연합)과 우파(연합)의 집권 기간을 비교하였다. 그 결과,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를 채택하는 나라에서는 그 비율이 70:30이었는데, 단순다수제 선거제도를 채택하는 나라에서는 25:75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Iversen and Soskice, 2006).
이 두 가지 실증 결과를 종합하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에서는 좌파(연합) 정당이 더 많이 집권하기 때문에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 더 많이 시행되어서 경제적 불평등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왜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가진 나라에서는 좌파연합이 더 많이 집권하게 될까?
단순다수제에서는 중도좌파와 중도우파 2개의 정당만이 정치력을 가지게 되고, 비례대표제에서는 좌파, 중도파, 우파 3개 이상의 정당이 정치력을 가지게 된다.(뒤베르제의 법칙) 정치력 있는 정당이 2개만 있을 때는 중도좌파 정당이 집권해서 공약을 안 지킬 때가 중도우파 정당이 집권해서 공약을 안 지킬 때보다 중산층에게 더 큰 피해가 되기 때문에 중산층이 중도우파 정당을 더 많이 지지하게 된다는 것이 아이버슨과 소스키스의 설명이다. 아이버슨과 소스키스의 설명은 설득력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중산층의 투표 행태가 선거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정치력 있는 정당의 숫자가 중요하다는 것 등이 주목할 만한 요소이다.
여기서는 다소 직관적으로, 선거제도에 따라 자주 집권하는 정당의 정책적 이념의 위치가 달라진다는 점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단순다수제에서는 두 개의 정당이 비슷한 위치로 수렴하는 경향이 있는데, 경제 권력과 언론 권력이 정치에 영향을 미쳐서 중간보다 약간 오른쪽에 두 정당이 위치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왼쪽에 더 많은 수의 유권자들이 존재하게 되지만, 왼쪽에 이념을 둔 신생 정당이 나타나더라도 선거제도 때문에 정치력을 못 갖게 된다. 가난한 유권자들의 투표는 사표가 되기 쉽고 정치에 실망하기 때문에 투표율도 떨어진다. 그런데 선거제도가 비례대표제로 바뀌면 왼쪽에 위치한 신생 정당도 정치력을 갖게 되고, 기존의 양당도 이념적인 위치를 유권자가 더 많은 왼쪽으로 조금 옮기게 된다. 결국 비례대표제하에서는 집권하는 정당 또는 정당의 연합이 가난한 유권자들을 위한 정책을 더 많이 시행하게 되어, 불평등이 줄어들게 된다.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일수록 좌파연합이 더 많이 집권하는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타난 실증적 결과가 우리나라에서도 적용될까? 그렇다. 대선을 생각해 보자. 1987년 민주화 이후 8명의 대통령 중 민주당 쪽이 3명이고 국민의힘 쪽이 5명이었다. 만약 (즉시)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적어도 국민의힘 쪽 2번(노태우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민주당 쪽 5명 국민의힘 쪽 3명이 되었을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난다. 17대부터 21대까지의 국회의원선거를 종합해 보면, 범민주의 의회 정치력(범민주 절대 우월 2번, 절대 열등 2번, 대등 1번)과 범국민의힘의 의회 정치력은 동등하였다. 만약 선거제도가 연동제였다면 범민주의 의회 정치력(범민주 절대 우월 3번, 절대 열등 1번, 대등 1번)이 범국민의힘의 의회 정치력보다 3배 가까이 컸을 것이다.(강남훈, 2020) 그랬다면 우리나라 경제 불평등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고, 복지국가에 훨씬 가까워졌을 것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 남소연 |
위성정당 방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분들은 비례성이 떨어지는 선거제도가 나쁜 정치를 낳고 결국은 경제까지 나쁘게 만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현재의 준연동제 선거제는 병립제에서 연동제로 나아가는 중간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앞으로 비례성이 높은 연동제로 나아가야지 병립제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도 2023년 5월 진행된 선거제도 공론화 500인 회의 결과와 같은 입장이다. 훌륭한 입장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① 지난번 선거(캡이 있는 준연동제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비례성을 높아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비례대표 의석수의 부족이다. 제1당과 제2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따라서 비례성 있는 연동제로 나아가기 위해서 위성정당 방지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례대표 의석수의 확대이다.
② 위성정당을 억제하더라도 선거연합정당을 활성화해야 한다.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기 위한 최소 지지율 문턱이 있는 선거제도를 가진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선거연합을 장려한다. 별도의 강령과 비전을 가진 독립성이 있는 2개 이상의 정당이 선거를 위해 연합하는 경우와 아무런 독립성 없이 다른 정당의 명령을 받는 꼭두각시 정당을 만드는 경우는 구별해야 할 것이다. 소수정당의 의석수를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증가시키는 선거연합은 더욱 장려되어야 한다.
③ 현재 국회에 제출된 위성정당 방지법은 약한 위성정당 방지법으로서, 위성정당을 제대로 막기 힘들다. 위성정당이 원래 정당으로 복귀할 때 정당 지원금을 삭감하는 것은 위성정당을 만드는 이득에 비해 너무 작은 제재이다. 지역구 후보 수의 20% 이상의 비례 후보를 제출하게 강제한다고 할지라도, 지역구 후보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키고 원래 정당은 비례대표후보만 제출하는 전략을 막을 수 없다.
④ 강한 위성정당 방지법이 필요하다. 강한 위성정당 방지법은 두 정당이 합당할 때 의석수 재계산을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항들을 포함되어야 한다.
가) 두 당 이상이 합당하면 합당한 정당들의 지지율 합계해서 비례의석을 새로 할당한다. 구체적으로 현행법에 따를 때 준연동제 의석수 계산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서 모든 정당의 비례 의석수 새로 계산한다. 이렇게 하면, 어떤 정당이 지역구에서 정당 지지율 이상의 당선자를 낸 경우 위성정당과 합당하면 비례 의석이 0으로 줄어들게 된다. 위성정당과 합당하면, 합당한 정당의 비례 의석수는 감소하고, 다른 정당 비례 의석수가 증가하게 된다.
나) 분당하면 분당한 당의 지지율은 비례 의석수에 비례해서 분할한다.
다) 비례 의원이 개별적으로 입당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라) 정당보조금을 지급할 때 의석수나 교섭단체 기준은 없애고 정당득표율에만 비례해서 지급한다.
⑤ 약한 위성정당 방지법이든, 강한 위성정당 방지법이든, 비례대표 의석수의 확대이든, 국민의힘이 합의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선거법의 특성상, 국민의힘과의 합의 없이 또는 국회의원 3분의 2 미만의 찬성으로는 개정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위성정당 방지법을 못 만든 상태에서 병립제로 후퇴하지 않고 현재의 준연동제 제도를 가지고 어떻게 선거를 치를지 전략을 짜내야 한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더라도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어떠한 손해라도 감수하겠다는 태도는 이타적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4년 동안 국민의힘의 의회 정치력의 증가로 인해서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경제가 무너질 것을 생각하면 좋은 대안이 아니다.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⑥ 대안이 있다. 비례연합정당(선거연합정당)을 만들면 된다.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선거법을 개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 의석수도 증가하고, 진보정당 의석수도 증가하고, 범민주 의석수도 증가할 수 있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의회 정치력을 부당하게 증가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떳떳하게 이기는 대안이다.
비례연합정당이 성공해서 범민주 의석 또는 선거법 개정에 합의하는 국회의원 수가 201석이 되면, 비례대표 의석수도 150석 이상으로 대폭 증가시키고 강한 위성정당 방지 조항도 포함되도록 선거법을 개정할 수 있다.
▲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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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별 병립제는 지역 감정도 완화시키고 지역 내에서 두 정당 사이의 교체 가능성도 증가시키자는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야 한다.
① 권역별 병립제는 지역 내에서 보수 1당이나 진보 1당의 진입장벽은 낮추지만 소수 정당의 진입장벽을 너무 높게 만든다. 수도권 19석, 중부 14석, 남부 14석의 권역별 병립제를 실시한다고 할 때 1석을 얻기 위한 최소득표율은 수도권의 경우에는 1/19 = 5.26%가 되고, 비수도권의 경우에는 1/14 = 7.14%이 된다. 이것은 현재의 3%에 비해서 너무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양당 집중적인 선거법이 될 것이다. 소수 정당의 존립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질 수도 있다. 극단적인 양당정치를 더욱 극단화시킬 것이고, 한국 정치를 후퇴시키고 불평등을 증가시킬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상 가장 나쁜 선거법으로 평가될 것이다.
② 민주당 내 논의 중에는 권역별 병립제에 보수 1당과 진보 1당의 의석수에 캡(상한선)을 설정하자는 논의가 있다. 권역별 병립제로 인한 비례성 하락을 막으려는 좋은 의도이다. 그러나 캡을 설정하는 안에 대해서 국민의힘이 동의할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제안이다. 국민의힘이 합의할 수 있는 안은 양당의 의석수 캡이 없는 가장 나쁜 권역별 병립제이다.
③ 권역별 병립제는 모든 의석을 지역에 묶어두게 된다. 이것은 직업, 부문, 단체, 계층을 대표해서 국회의원 의석을 일부 배정한다는 원래의 비례대표제의 취지에 어긋난다. 모든 국회의원들이 지역의 문제를 최우선시하게 되면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입법 활동이 너무 많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되면 국가 전체의 입장에서도 손해가 되고 결국 지역의 입장에서도 손해를 보게 된다.
현재의 지역구 국회의원들 활동을 보면, 지역의 토건 사업에 예산을 배정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우리나라가 부동산 투기가 심한 하나의 중요한 원인은 지역에 묶인 국회의원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권역별 병립제로 모든 국회의원이 지역에 묶이게 되면 토건 산업에 너무 많은 예산이 배정되어 부동산 투기가 더 심해지고 우리 경제가 쇠퇴하게 될 위험이 더욱 커진다.
④ 권역별 병립제는 지역 간 격차를 키울 것이다. 수도권에 인구가 많으므로 권역별 병립제하에서도 결국 수도권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수가 더 많아지게 된다. 모든 의원이 자기 지역 개발 예산에 최우선적의 관심이 있고, 국회의원 수에 비례해서 예산이 배정된다고 할 때, 수도권 개발에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게 된다.
⑤ 전국적인 비례성을 낮추지 않으면서 지역감정을 완화하고 지역에서 보수 1당과 진보 1당 사이의 교체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이 있다. 전국 비례의석수를 그대로 두고, 지역별로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서 권역별 비례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이 방법도 국민의힘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 그러나 이왕에 국민의힘의 반대로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제도를 제안할 바에는 더 좋은 제도를 주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전국 비례의석수를 없애서 비례성을 떨어뜨리는 권역별 비례제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전국 비례의석수를 유지하고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서 비례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권역별 비례제를 주장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과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이 지난 11월 1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병립형 선거제 개악 반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① 병립제와 준연동제 유지를 비교할 때 준연동제 유지하에서 가능한 대안(옵션)을 빼먹으면 안 된다. 특히 준연동제 하에서 가장 바람직한 옵션인 비례연합정당을 빼고 비교하면 안 된다. 병립형 회귀 부분에서 예를 들어,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분석에서는 이 옵션이 빠져있다.
준연동제를 유지한 채로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병립제로 회귀할 때보다 민주당 비례 의석도 증가하고 범민주 비례 의석도 증가한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협의에 따라 진보정당의 비례 의석도 증가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가리켜서, 범민주의 입장에서 비례연합정당 방안이 병립제에 비해서 '파레토 우월'하다고 말한다. 범민주의 입장에서 어떠한 정당의 의석수도 감소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정당의 의석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파레토 우월한 경우에는 범민주 내부에서 잘 협의하면 범민주 내 모든 정당의 의석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파레토 우월한 방법이 있는데도 그것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② 병립제로 회귀했을 때 상황을 제대로 예측해야 한다.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율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진보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가정하면 안 된다. 병립제로 회귀하면 대선 때의 공약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진보 유권자 중에서 민주당에 투표를 하는 비율이 줄어든다. 중도 유권자들 중에서 민주당을 찍는 비율도 줄어든다. 병립제로 회귀하지 않고 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진보 유권자 중에서 민주당을 찍는 비율이 증가한다. 중도유권자들 중에서도 민주당을 찍는 비율이 늘어난다. 이런 효과를 빼먹고 효과 분석을 하면 안 된다.
③ 병립제로 회귀했을 때 대선에 미치는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병립제로 회귀하면 대선에 아주 불리해진다. 병립제로 결정하면 다음과 같은 비판들을 받게 된다.
가) 역사상 소수정당 문턱을 가장 높인 최악의 선거법 개악이라는 비판,
나) 선거법 개악하려고 국민의힘과 합작했다는 비판,
다) 대선 공약을 위반했다는 비판
보수 편향 언론들은 이러한 비판을 다음 대선 때까지 끈질기게 계속할 것이다. 가벼운 잽도 너무 많이 맞게 되면 결국은 다리에 힘이 풀리게 된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제2 보수 후보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도 있다. 현행 선거법을 유지하면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고 진보정당과 연합해서 정권을 교체하고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수 있는데, 선거법을 개악해서 제2보수 후보와 연합할 때에만 겨우 집권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차기 정부의 개혁성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선거법을 유지하면 총선에서도 유리하고 대선에서도 무난히 승리할 수 있는데 선거법을 개악해서 대선을 어렵게 만드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면 안 된다.
④ 병립제로 회귀하면 민주당과 범민주의 장기적 집권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스웨덴 복지국가를 만든 사회민주당의 수십년 장기 집권은 단독 정당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정당 연합으로 한 것이다.
비례연합정당의 주요 정책
▲ 강남훈 한신대 명예교수 |
ⓒ 강남훈 |
필자소개: 이 글을 쓴 강남훈 교수는 한신대 명예교수로 사단법인 기본사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직속 기구인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정책단장을 역임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강남훈(2020). <기본소득과 정치개혁>, 진인진 Alesina, Alberto and Edward Glaeser(2004), Fighting Poverty in the US and Europe: A World of Difference, Oxford University Press, 전용범 옮김, <복지국가의 정치학>, 생각의 힘, 2017. Iversen, Torben and David Soskice(2006), "Electoral systems and the politics of coalitions: Why some democracies redistribute more than other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100 No. 2, 165–81. Lijphart, Arend(2012), Patterns of Democracy, Yale University Press. 김석동 옮김, <민주주의의 유형>,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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