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창용 총재 "美 금리인하 논의 시작 불확실"(종합)
"시장 과잉반응 아닌지 지켜봐야"
"물가 목표 수렴 시기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미국이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는 데는 아직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 참석해 이달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 발언을 두고 이같은 의견을 보였다.
이 총재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통화정책에 당장 변화를 주겠다는 의도보다는 지금 통화정책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 상당히 긴축적일 거라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하는 바람에 시장이 반응하는 것 같은데, 과잉반응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설명회에서의 일문일답.
-물가가 목표 수준에 도달하는 시기와 관련해서, 10월·11월 금통위 때는 예상보다 늦춰질 거라고 했다. 당시와 지금의 전제조건이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나.
▲(김웅 부총재보)지난 전망 이후 큰 여건 변화를 꼽자면 2가지다. 하나는 국제 유가다. 지난 전망보다 많이 낮아졌다. 두 번째는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변화다. 근데 둘 다 최근만 보면 물가가 다시 반등하고 미국의 통화정책도 변동성이 상당히 큰 상황이다. 지금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좀 더 점검해서 여건을 보고 내년 1월이나 2월에 다시 한번 말씀드릴 수 있을 듯하다. 목표 수렴 시기에 관해서는 현시점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내년 말이나 2025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미국은 근원 물가 상승률이 4%인데, 과잉 긴축 우려를 해서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는 1%포인트 낮은데도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할 정도로 물가가 목표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안 서는 상황인 건가.
▲(이창용 총재)미국에서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는 건 불확실성이 있다. 내가 볼 때 파월 의장의 언급은 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도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오래 가면 상당히 긴축적으로 가겠다는 의미다. 말하는 중에 "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하는 바람에 시장의 해석이 다른 것 같은데, 나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본다. 시장이 과잉반응하고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 인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사한 건 아닐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관측한다.
-내년에 각국 중앙은행에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물가 상황에는 어떻게 영향을 줄지.
▲(총재)주요국의 금리가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통화정책 하는 데 있어서 해외 요인이 많이 안정돼 독자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면서 통화정책 할 수 있게 됐다고 본다. 독립성이 강화됐다.
(부총재보)두 가지 경로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달러가 약세가 되면서 수입물가를 낮추며 물가 하방 압력으로 나타날 수 있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서 나타나는 상승 압력의 경우가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둘 다 있는데, 실제 효과는 경제 상황과 강도를 비교해야 한다. 아직은 흐름을 지켜보고 점검해봐야 한다.
-올해 정부가 품목별 담당자를 지정하고 식품업계 간담회도 하면서 물가 관리를 강하게 했는데, 물가 둔화 추세에 도움 됐다고 보는지? 관리했던 물가가 추후에 지연된 가격 인상 형태로 나타나면 물가 둔화를 더디게 만들지는 않을까.
▲(총재)작년에 물가 관리해서 그만큼 물가가 많이 안 올라갔다. 그게 기대 수준에 미치는 영향이 높아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되돌리는 과정에서 물가 떨어지는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강하게 비둘기 스탠스로 돌아섰다고 평가한다. 이를 두고 내년 물가 하향 안정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는 말이 나오고, 연준이 시장이 보지 못하는 경기 위험 요인을 보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배경 뭐라고 보는지?
▲(총재)금리 인하를 논의한 사실이 있다고 언급함으로써 시장에서는 비둘기로 본 것 같다. 시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크게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건 맞는 것 같다.
-연준이 다소 이르게 긴축을 완화할 경우에 우리 물가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총재)미국이 더 이상 올리는 건 아니라는 게 거의 확실해지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다. 통화정책을 하면서 제약 조건 하나가 풀린 건 사실이므로, 독립적으로 국내 요인을 보면서 통화 정책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 같다.
-11월 금통위 때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는 취지로 말했다. 최근 파월 의장의 발언이 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입장변화가 없는 걸로 보면 되나.
▲(총재)이번 FOMC 이후 금통위원과 논의할 기회가 없었다. 지난달에 이야기했던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 FOMC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내년 1월에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 개인 의견으로는 나한테는 시장에서 반응하는 것만큼 파월의 발언이 예측 밖이라고 들리지는 않는다.
-미국은 근원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데도 내부적으로 금리 인하 논의가 이뤄진 게 드러난 건데, 우리나라 금통위원들은 그런 상황은 아닌 것 같다. 미국이 진짜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다면 한국은행 금리 인하 시점도 당겨질 수 있을까.
▲(최창호 조사국장)금리 정책 결정은 물가 상승뿐 아니라 경기와 금융 안정을 조합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지난주 FOMC 이후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 변화가 있는데, 변동성이 커서 어느 수준으로 수렴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기대 인플레이션 관련해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2.9%, 소비자 3.3%인데, 인플레이션이 내년 연말이나 2025년 초까지 수렴할 것으로 보는 게 베이스라인 전망이다. 기대 인플레가 높은 상황이긴 하지만, 물가 전망이 우리가 본대로 간다면 안정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국제유가나 누적된 비용 압력의 파급 영향의 불확실성이 있어서 지켜보고 있다.
(총재)두 나라의 경제 구조가 다른 측면도 있다. 변동금리 구조나 고정금리 구조냐의 차이다. 그리고 유가가 올라가는 게 얼마나 많이 인플레이션에 반영시켰는지, 내려가는 속도는 어떤지 등도 있다. 두 나라가 내년 말에 수렴하는 차트를 보면 차이가 있지만 비슷하게 떨어져 간다. 우리 입장에서는 떨어지는 속도가 더딜 것이기 때문에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가정하에서 떨어질 거라 본다.
-11월 물가 전망 때 전기·도시가스 인상, 유류세 인하 조치의 환원을 가정한 수치였는지. 그렇지 않다면 해당 조치들이 시행됐을 때 어떤 영향을 주나.
▲(조사국장)기본적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을 반영한다.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 적자 등을 반영해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인상되는 걸 가정하고 반영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시기를 말씀드리는 건 정책을 미리 알고 있는 걸로 오인될 수 있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한꺼번에 인상돼도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지난 금통위 때 2% 수준의 성장도 잠재성장률이나 선진국과 비교하면 양호하다는 견해를 표했다. 물가가 예정대로 안정된다고 하면 성장과 가계부채 문제가 상충할 텐데, 2% 이상 성장이 유지되면 성장과 가계부채 문제 중에 어디에 중점 둬야 하나.
▲(총재)가계부채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지, 성장과 맞바꿀 대상은 아니다.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정책을 할 때 장기적으로 가계부채가 조정되는데 방해가 되는지를 봐야 할 것 같다. 내년도 성장률이 2.1%라고 할 때, 이는 IT 수출이 많이 회복된 경우다. 내부적으로 IT를 제외하고는 내수 기준 1.7%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 부문에 따라서 피부로 느끼는 경제 회복 정도는 다를 거다. 경제 성장률 전체로 봐서는 잠재성장률과 가깝고 부양의 필요가 없지만, 취약계층 등을 겨냥해서 하는 부양책은 필요할 수 있다. 이자율 정책을 할 때 고민은, 성장률이 낮아진다면 경기와 물가의 상충 관계가 미묘해질 텐데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할지다.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리는 게 아닐지 하는 점을 유의해야겠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가 일부 건설사 중심으로 다시 불거졌다. 올해 초 부동산 가격이 고점 대비 30% 하락하면 위험하다고 했다. 그 기준은 여전한가.
▲(총재)개별 기업에 대해서 코멘트할 수는 없지만,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기 때문에 이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다. PF 문제 나오면 질서있게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에서 금융당국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작년을 기준으로 금융기관 대상 스트레스 테스트를 했을 때 1년에 30% 이상 떨어지면 부담이 되는 면이 있다는 뜻이었다. 떨어질 때 속도도 중요하다. 작년에는 15% 떨어졌다가, 5% 올라갔다가, 지금은 다시 조정되는 국면에 있다. 30%라는 수치에 대해서는 다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숫자가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 수준에서 작년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어떤 식으로 가격이 바뀌더라도 질서있게 PF를 조정하면서 연착륙을 하는 게 중요한 정책 목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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