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회장님 훈화 말씀'…직장인들 10일간 연말휴가 떠난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이모(30)씨는 오는 22일부터 연말까지 ‘미니 휴가’를 떠난다. 월급날(21일)이 속한 주 금요일을 쉴 수 있게 한 패밀리데이 휴무부터 주말 낀 크리스마스(25일) 연휴에, 개인 연차 4일(26~29일)을 붙였다. 10일간 회사에서 해방(?)되는 셈이다.
대기업의 연말 풍경이 달라졌다. 전 직원이 한데 모여 ‘회장님 훈화 말씀’을 듣던 종무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별도의 행사 대신 휴가를 부여하거나 남은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등 차분하게 연말을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연말 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거나 축소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 등은 올해 그룹 차원의 종무식을 진행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통상 종무식 대신, 새해 첫 출근일 경영진과 일부 임직원이 참석해 시무식 행사를 진행해왔다. 임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연말 잔여 휴가를 소진하는 분위기다. 전날까지 신년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글로벌 전략 회의가 이어졌고,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소비자가전쇼(CES) 2024 준비로 분주해서다. 시무식은 내년 1월 2일 본사인 경기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멤버사나 조직별로 종무식을 자율에 맡기고 있다. 과거엔 경영진이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 사옥을 돌며 직원들과 송년·신년 인사를 나누기도 했지만, 현재는 진행하지 않고 있다. 통상 그룹 차원의 신년회도 열지 않는다. 지난해엔 최태원 회장이 임직원에게 이메일로 신년인사를 했는데, 올해도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중 현대차는 오는 29일 창립기념일을 휴무로 둬, 별도의 종무식 없이 오는 28일 한해 업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올해 초 신년회는 그룹 차원에서 정의선 회장과 임직원 간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내년에도 다양한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LG그룹도 별도의 종무식·시무식을 열지 않는다. 대신 오는 22일 올해 업무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주(26~29일)를 권장휴가 기간으로 정해 잔여 연차를 소진토록 했다. 롯데그룹은 계열사별로 종무식·시무식을 온라인이나 캐주얼 미팅으로 진행한다. 그룹 차원에선 임직원들에게 오는 28일부터 연말까지 연차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구광모, 열흘 빠른 신년사…“고객” 20번 외쳤다
이렇다 보니 새해 경영 방향 가늠자로 통했던 총수의 신년 메시지의 방식과 시기도 변화하고 있다. 신년사 발표 시기를 앞당기거나, 사내 이메일 등을 통해 영상 메시지를 보내는 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신년을 10여일 앞둔 이날 ‘안녕하세요, 구광모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 신년사를 임직원들에게 사내 이메일로 보냈다. LG그룹이 연말 직원들에게 집중 휴가를 독려하는 만큼, 지난해부터는 구 회장도 ‘이른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고객’이란 단어를 20번 언급하며 내년 화두로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시했다. 그는 2019년 취임 후 첫 신년사에서 ‘LG가 더 나아갈 방향은 고객’이라고 밝힌 뒤 ‘고객가치 경영’ 메시지를 지속해서 내왔다.
구 회장은 차별적 고객가치를 만든 사례로 트롬 스타일러와 건조기, 전기차 배터리,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나갈 가치들도 고객이 기대하는 수준이나 눈높이를 훨씬 뛰어넘어 고객을 WOW(와우)하게 만드는 감동을 주고, 미래의 고객들에게 전에 없던 새로운 생활 문화를 열어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가치들이 만들어지고 쌓여갈 때 LG가 대체 불가능한 온리 원(Only One)의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적 고객가치는 이미 우리 DNA 안에 깊이 자리해 있다. LG그룹의 모태인 락희(樂喜)화학공업사는 사명에 ‘고객에게 즐겁고(樂) 기쁜(喜) 경험을 주겠다’는 의지를 담았었다”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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