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1당 만들 건가" - "민주당 찍을 이유 뭔가"
[박소희, 유성호 기자]
- '지역주의 타파, 권역별 병립형도 정치개혁이다'
- '명분 대 실리? 명분, 실리 다 잃는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모임(더민초) 주최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례대표제 긴급토론회에서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과 김준일 뉴스톱 수석에디터가 맞붙었다. 두 사람은 그간 정반대의 주장을 펼쳐왔다. 최 소장은 전체 의석 수와 정당 득표율을 연동, 지역구 의석을 많이 가져가면 비례 의석을 못 받는 현행 제도로는 민주당의 내년 총선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김 에디터는 연동형 하에서 민주당이 연합정치를 이뤄내야만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이길 수 있다고 본다.
▲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주최로 열린 비례대표 선거제도 긴급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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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소장은 이날 발제문에서 '연동형해도 민주당이 압승한다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역대 선거 결과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동일하게 지역구에서 120석를 가져가고, 35%씩 정당득표하는 상황을 전제로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국민의힘만 위성정당을 만든다면 최소 26석을 뒤진다고 가정했다. 설령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어도 윤석열 대통령이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20석에서 25석을 밑지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또 "천호선 사회민주당 사무총장, 김준일 에디터, 이탄희 의원 등은 민주당 지역구 압승을 전제한다"며 "과도한 예측"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987년 이후 지금까지 9번의 총선이 있었는데 민주당은 3승 6패"인 반면 "국민의힘은 과반은 못해도 40% 후반을 먹다가 유일하게 초전박살난 게 2020년 총선이다. 그걸 기본으로 가져가는 것은 과도하다. (2000년 총선 이후 의석점유율) 평균을 봐도 (국민의힘 계열 131석 대 민주당 계열 130석으로 민주당이) 1석 부족하다"고 했다.
"물론 내년 선거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여러 경우의 수가 있는데,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민주당만 위성정당을 만들지 말자는 건 사실상 국민의힘 원내 1당 촉진법과 같은 얘기다. 또 지역구는 (한쪽 진영에서 여러 후보가 나오면) 표를 잠식하니까 단일화가 의미가 있다. 그런데 민주당이 보통 가져왔던 비례 20석을 우호정당한테 나눠줘서 파이가 커지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심지어 이준석 신당한테도 나눠준다. 왜 나눠주는지 이해 안 간다. 우리 힘을 키워서 부족한 걸 연합정치하는 거지, 우리 의석을 나눠주는 건 연합정치가 아니라 자선사업 정치다."
▲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주최로 열린 비례대표 선거제도 긴급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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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준일 에디터는 '구도'를 근거로 다른 판단을 했다. 그는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며 "정당지지율은 아무것도 가리키지 않는다 선거와 아무 관련 없고. 가장 봐야하는 게 (내년 총선 성격 규정이) 정권 견제냐 지지냐다"라며 갈수록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우세해지는 상황을 짚었다. 또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부정평가와) 20%P 차이나면 백약이 무효인데 지금 35% 대 60% 정도 나온다"며 "모든 지표와 데이터를 보는 상황에서 이건 '2020년 어게인(Again)'"이라며 봤다.
김 에디터는 또 "박근혜 탄핵을 전후로 유권자들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과거 데이터가 이렇게 이겼으니 민주당이 이렇게 이길 것이라는 것은 정확하지 않은 진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가장 정확한 건 투표율이다. 투표하게 나오면 민주당이 이긴다"며 "(2022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건 (4년 전 선거보다 투표율이) 10%P 정도 빠져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왜 이 정당을 찍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되면 표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총선은 제가 보기엔 민주당이 과반이 안 될 가능성이 10% 안 된다. 국민의힘 (과반)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고 본다. 그런데 대선은 이길 수 있나? (민주당에선) 지난 대선 진 걸 정의당 탓하는데, 정의당하고 왜 틀어졌나. 2020년 위성정당 만들면서 틀어졌다. 병립형으로 가면 (양당이) 국회에서 똑같이 찍어야 하는데, 일단 정의당이 로텐더홀에 드러눕고 있는데 그 위를 밟고 지나가야 한다. 지금 (구도는) 반윤 대 친윤이다. 이재명 리스크는 크지 않다. 그런데 '더 이상 민주당에 표를 못 주겠다'는 사람을 늘리는 전략을 쓴다? 제가 보기엔 경합지역 50곳 상당수가 날아간다."
상반된 전망 "보수언론이..." - "판 안 뒤집힌다"
역대 선거를 토대로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하는 최병천 소장과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말하는 김준일 에디터. 두 사람은 '앞으로 4개월'을 전망하는 시각도 판이했다.
최 소장은 최근 보수언론이 김건희 특검법 수용 등을 주장하는 것을 두고 "2월 중하순까지는 전열 정비 시기로 보는 것"이라며 "지금 정신차려야 선거가 다가왔을 때 한판 붙을 것 아니냐며 경각심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의 레거시 미디어는 8대 2로 보수 우위인데, 2월 중하순부터는 보수언론이 '민주당 때리기'를 집중적으로 할 것"이라며 "지금은 모든 언론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시점이다. 이걸 총선과 연결하면 오판의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김두관, 이학영, 강준현, 이정문, 김경만, 장철민, 이용선, 이수진, 윤영덕,송갑석, 윤준병, 권인숙, 이탄희, 강민정, 김경협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주최로 열린 비례대표 선거제도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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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의 생각도 여전히 갈렸다. 이용선 의원은 "최 소장의 시뮬레이션은 정상적이지 않은 전제에 기반한 결과"라며 "민주당이 비례제에 대한 판단을 하는 데에 공포를 줬다"고 지적했다. 또 병립형 회귀 반대 뜻을 밝히며 "어떤 식으로 보정하든 (선거제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고자 하는 흐름과 역행한다"고 했다. 송갑석 의원은 연동형의 여러 한계를 언급하며 그 대목까지 살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만약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경우에는 권역별보다 전국구가 낫다고도 했다.
더민초는 조만간 2차 토론회를 진행, 병립형과 연동형 비례제 각각의 장단점과 실제 제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2차 토론회도 최병천 소장과 김준일 에디터가 각각 발제를 맡고, 추가 토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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