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튠과 메데아 같은 신화 속 인물을 만나다
[이상기 기자]
▲ 넵튠 분수 |
ⓒ 이상기 |
그러므로 이곳의 넵튠은 분수와 바다 두 가지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넵튠 동상 아래 사방에는, 몸은 여자고 허리 이하는 물고기인 인어들이 수줍은 듯 가슴을 가리고 있다. 그 위로는 어린이들이 물고기를 안고 놀고 있다. 전체적으로 바다의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야간에는 분수에 조명이 들어온다고 한다.
분수 건너편에는 바투미 극장이 있다. 공식 명칭은 바투미 일리아 차브차바제 주립 드라마 극장(Ilia Chavchavadze state drama theater)이다. 1952년 러시아 건축가에 의해 고대 그리스 건축양식을 따라 만들어졌다. 2015년에 2018년까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4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과 두 개의 소극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 바투미 극장 |
ⓒ 이상기 |
차브차바제는 조지아가 러시아제국에 속해 있던 시절 귀족 가문의 자식으로 카헤티 지역에서 태어났다. 부모로부터 조지아 문학과 언어, 역사, 문화에 대해 공부하고 시 쓰는 법을 배웠다. 이를 통해 조지아 민족주의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조지아의 언어와 조국과 신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인 소설가 법률가 언론사 대표 은행 대표 등으로 활동했다.
▲ 유럽 광장 |
ⓒ 이상기 |
넵튠 분수 남서쪽으로는 유럽광장이 있고, 그 가운데 분수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유럽광장 주변으로는 바투미의 근현대를 보여주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세기전환기 아르누보 양식의 아름다운 건물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 뒤쪽으로 21세기 빌딩의 모습도 보인다.
이들 건물은 현재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 식당, 기념품점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광장의 한쪽으로는 2010년 독일에서 만들어진 커다란 천문시계가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천문시계는 시간 외에 해와 달의 운행, 달의 모양, 일출과 일몰시간 등을 알려준다. 유럽광장에서는 바투미의 중요한 축제와 행사들이 열린다.
유럽광장의 한쪽으로는 2007년 세워진 메데아 동상이 우뚝한 모습으로 서 있다. 메데아는 콜키스 왕국의 공주로 아버지가 소중히 여기는 황금 양가죽을 들고 있다. 그녀의 표정이 밝지는 않다. 그것은 이올코스 왕국의 이아손 왕자를 사랑해서, 아버지를 배신하고 그에게 황금 양가죽을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 황금 양가죽을 들고 있는 메데아 동상 |
ⓒ 이상기 |
메데아는 마법을 부려 아버지를 왕위에 복귀시키고, 나중에는 아테네 왕과 사이에서 낳은 자신의 아들로 콜키스 왕위를 계승케 한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다. 유럽광장의 메데아 동상은 조각가 흐말라제(David Khmaladze)의 작품으로 2007년 사카슈빌리 대통령에 의해 베일이 벗겨졌다.
▲ 바투미 피아짜 |
ⓒ 이상기 |
바로 옆에 있는 성 니콜라스 성당을 산 마르코 성당에 비유한다면,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 느낌이 난다. 그것은 광장 주변 부티크 호텔과 시계탑이 산 마르코 광장의 총독 관저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식당과 술집 그리고 커피숍도 마르코 폴로, 피아짜, 미미노 같은 이탈리아어 상호를 가지고 있다.
성 니콜라스 성당은 그리스 출신의 바투미 시장 에프레미디(Ilya Efremidi)의 후원으로 1865년 지어지기 시작했다. 1871년 완성되었으며 1878년에는 러시아 군대가 종을 기증했다. 1894~1898년에는 학교와 성가대가 생겨났고, 20세기 초에는 성 니콜라스, 성 조지, 성모 마리아 이콘이 그리스 히로스(Khiros) 섬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 성 니콜라스 성당 |
ⓒ 이상기 |
▲ 최후의 만찬 이콘 |
ⓒ 이상기 |
이중 눈에 띄는 이콘이 최후의 만찬이다. 반원형의 벽감 속에 원형의 식탁이 놓여 있다.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가 앉아 있고, 사도들이 원형으로 6명씩 앉아 있다. 원탁에는 잘려진 빵과 칼, 포도주잔, 가운데 물고기가 들어있는 손잡이 달린 용기가 놓여 있다.
로마 가톨릭의 성화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수많은 성화가 가진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어 안타깝다. 바투미의 역사와 문화유산 기행은 이렇게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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