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유가족들 '눈밭 오체투지'..."묻고 싶다, 밝혀진 게 뭔가"

조혜지 2023. 12. 2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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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11시, 간밤에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국회 담장 맞은 편.

한 희생자의 아버지는 눈길 위로 몸을 던져 이마를 바닥에 댈 때마다 두 눈을 질끔 감았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은 국회 농성장에서 시작해 담장을 따라 돌아오는 약 3km의 오체투지를 이어갔다.

 유가족들의 요구는 독립적 조사기구 등이 담긴 진상규명을 위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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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유가족과 시민들, 임시국회 이태원특별법 제정 촉구...민주당, 연내 처리 방침

[조혜지, 남소연 기자]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20일 오전 11시, 간밤에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국회 담장 맞은 편. 한 희생자의 아버지는 눈길 위로 몸을 던져 이마를 바닥에 댈 때마다 두 눈을 질끔 감았다. 찬 눈이 얼굴에 그대로 닿았다. 자리에서 일어나 목장갑을 낀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을 때면 소매 사이로 눈얼음이 들어갔다. 털모자를 쓴 참가자들의 이마는 축축이 젖어갔고, 모자를 쓰지 않은 이들의 눈썹 위에는 옅은 눈송이가 내려앉았다.

걸으며 온몸을 던져 눕는 오체투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은 국회 농성장에서 시작해 담장을 따라 돌아오는 약 3km의 오체투지를 이어갔다. 같은 날 예정됐던 임시국회 본회의에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상정, 처리되길 요청하기 위해서다. 유가족들은 지난 18일부터 오전 10시 29분을 시작으로 국회 경내 밖을 오체투지 하는 비상행동을 진행해왔다.

희생자 고 진세은씨(21) 아버지 진정호씨 : "예산안도 좋고, 법안도 좋습니다. 그런데 그 법안의 혜택을 누릴 사람들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하는 분들이 그런 생각들을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희생자 고 송은지씨(24) 아버지 송후봉씨 : "지난 여름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엄청 더운 날에도 삼보일배를 했어요. 그런 여러 행동들은 특별법 제정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임시국회가 열리니 꼭 이뤄지길 소망합니다."

"법안 통과 목전에 특별법 낸 국민의힘... 물타기밖에 안 돼"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유가족들의 요구는 독립적 조사기구 등이 담긴 진상규명을 위한 이태원참사특별법을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측에서 발의한 진상규명이 아닌 지원 중심의 새로운 특별법안은 시기도, 내용도 맞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국민의힘 발의안은) 애당초 이야기가 안 되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진상규명) 법안을 처음 냈을 때 이야길 했어야 하는데, 법안 통과를 목전에 두고 하는 건 물 타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밝혀진 게 뭐가 있나요?"
진정호씨는 "오히려 물어 보고 싶다"고 했다. 진씨는 "누가 잘못해서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했는지, 그리고 (참사) 전후가 어땠는지 전혀 모른다"면서 "특수본이 조사했다지만, 밝혀진 게 없다. 아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이 아이가 왜 떠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게 답답한 거다"라고 토로했다.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이태원참사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참사 발생 1년. 진상규명을 기다리는 유가족들의 상황도 돌아봐 달라고 했다. 진씨는 "70대, 80대인 유가족 분들도 계신다. 한 어머니 한 분은 '내가 떠났을 때 아이가 왜 죽었는지 원인도 모른다면 어떻게 아이를 볼 수 있겠나' 하셨다"면서 "그런 분들의 입장에선 하루 하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연내 처리' 목표, 이재명 "참사 418일째인데 아직도... 죄송하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에게 보라색꽃을 받고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여·야 의원들에게 '이태원참사 특별법 본회의 통과'를 호소하며 꽃을 전달했다.
ⓒ 남소연
 
"김진표 국회의장은 특별법을 즉각 상정하라!"
"국회는 이태원특별법을 즉각 제정하라!"

오체투지 중간, 국회가 바라보이는 후문 건너편에 선 유족들은 국회의사당 건물을 향해 함께 구호를 외쳤다. 오후 1시부터는 국회 본청 입구에 서서 의원총회를 위해 국회로 들어오는 여야 의원들에게 특별법 제정을 요청하며 보라색 꽃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다수 여야 의원들이 꽃을 받아든 가운데,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받지 않기도 했다.

한편, 이태원참사특별법은 오는 21일 예산안 합의 처리 방침에 따라 21일 또는 오는 28일 상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두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반드시 특별법을 통과시킬 것"이라면서 "참사 418일째인데 아직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했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연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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