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는 엄마 삶의 낙”…50년 ‘봉사왕’, 시신도 기증하고 하늘로

방유경 2023. 12. 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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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이웃에게 선행을 실천해 경남 의령군의 '봉사왕'으로 불렸던 공도연 할머니가 향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의령군은 공 할머니가 지난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20일 밝혔다.

공 할머니는 "사회 공헌이라는 거창한 명분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이, 그냥 밥을 먹고 숨을 쉬듯이 일상적인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정말 부끄럽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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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봉사왕’ 공도연 할머니 지난 9월 13일 사망
2020년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
봉사일기 쓰며 한평생 선행 실천
故김도연 할머니 영정사진과 2020년 9월 25일 받은 대한민국 . 경남 의령군 제공


한평생 이웃에게 선행을 실천해 경남 의령군의 ‘봉사왕’으로 불렸던 공도연 할머니가 향년 8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의령군은 공 할머니가 지난 9월 1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20일 밝혔다. 의령군은 할머니의 장례가 자녀가 있는 창원에서 치뤄져 소식을 늦게 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 할머니는 생전 사후 장기기증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고인의 생전 유지를 받들어 할머니 시신을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했다.

할머니 시신은 해부학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할머니 남편인 박효진 할아버지 시신도 이 병원에 기증됐다.

17세에 의성 유곡면으로 시집온 할머니는 당시 하루 세끼를 매일 걱정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약 10년간 행상, 품팔이 등 밤낮없이 일을 해 30대에 들어섰을 땐 주변에서 ‘부잣집’이란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이때부터 할머니는 본격적으로 이웃돕기 봉사에 나섰다.

할머니는 1970년대 초 새마을 부녀회장으로서 마을 주민들을 이끌어 농한기 소득 증대 사업, 절미저축운동 등에 참여해 마을 수입을 늘렸다. 또 여러 지역 단체에서 활동하며 마을 여성들을 모아 한글을 깨치게 돕고, 자전거 타기 등을 가르쳤다.

할머니는 매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 지원을 지원하고,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도 돈을 보탠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주민들은 1976년 당시 송산국민학교에 할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세웠다.

할머니가 1999년부터 작성한 봉사일기에는 ‘○○병원·○○경로당 점심 접대’ ‘양파 없는 사람 묘목 전달’ ‘짐을 두고 온 노인의 짐을 집까지 가져다줬다’ ‘건물 쓰레기 분리수거’ 등 일상에서 실천한 봉사 내용이 일자별로 빼곡히 적혀 있다.

공도연 할머니가 1999년부터 일자별로 정리한 봉사 일기. 경남 의령군 제공


봉사일기에는 또 ‘저희 집은 복판 가운데 있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이 차에서 내리고 해도 일일이 모두 다 보살피지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이웃 주민에 대한 할머니의 애틋한 마음도 담겨 있다.

할머니는 2020년 9월 25일 사회공헌과 모범 노인 자격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다. 당시 그는 포상금으로 받은 상품권 50만원에 사비 50만원을 보태 총 100만원을 마을에 기탁했다.

공 할머니는 “사회 공헌이라는 거창한 명분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이, 그냥 밥을 먹고 숨을 쉬듯이 일상적인 봉사활동을 해왔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훈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정말 부끄럽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었다.

그는 국무총리 표창, 내무부장관 표창, 의령군민대상 관련 표창 등도 수상했다.

할머니는 70세가 넘어서도 폐지와 공병을 수집하고 나물을 캐다 팔아 수년간 모은 200만원이 넘는 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했다.

2020년 9월 25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 24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공도연 할머니가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상했다. 경남 의령군 제공


장녀 박은숙(61)씨는 “봉사는 엄마에게 삶의 낙이었다”며 “해부학 연구가 끝나고 선산에 어서 모셔서 큰절을 올리고 싶다”고 했다.

별세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진정한 천사가 하늘나라로 갔다” “이제는 편히 쉬셨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할머니를 추모했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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