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집사에요?” 묻는 교회 문화, 정말 괜찮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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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다닌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누구나 집사·장로가 된다는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22일 충청남도 천안시 주안교회(엄명섭 목사)에서 진행된 제9차 집사 투표에서다.
오 목사는 "집사의 은사가 있다면 평생을 집사로 살 수도 있고 반드시 장로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지도력의 은사가 있다면 집사를 거치지 않고 장로가 될 수 있어야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 운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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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다닌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누구나 집사·장로가 된다는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22일 충청남도 천안시 주안교회(엄명섭 목사)에서 진행된 제9차 집사 투표에서다.
이 교회 소식지 ‘주안뉴스’는 지난 4일 집사투표 결과를 소개하면서 “7명의 후보 가운데 3명이 집사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9수 끝에 그토록 사모하던 집사로 선출된 김○○ 성도의 이름이 호명되자 다들 기쁨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며 “평소 집사가 되길 정말 소망했기에 이번 선출이 참 기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교회에서는 교회 출석 연수가 쌓였다고 해도 아무나 집사·장로 직분을 받지 못한다. 정회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집사가 되고, 3년의 임기(장로의 경우 7년)가 끝나면 다시 투표를 진행해 회원들의 선택을 받는다.
대한기독교나사렛성결회(총회감독 윤문기 목사) 소속의 이 교회는 한국에서는 드문 회원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출석 인원 70여명 중 정회원은 24명에 불과하다. 정회원 중 일부가 집사가 되는데, 뽑히기도 쉽지 않고 집사가 되면 맡게 되는 임무도 적지 않다. 신입 교인 교육부터 성도 심방까지, 목회자에 버금가는 역할을 한다.
대신 집사가 되면 교회에서 70만원 남짓의 선물을 제공한다. 교인의 심방 내용을 적을 수제 다이어리, 많이 걸어 다니며 만나라는 뜻을 담은 신발, 30만원 가량의 커피 교환권 등이다. 직분을 받았다고 해서 교회에 별도의 헌금을 내는 일은 없다.
이 교회 담임인 엄명섭 목사는 2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회가 이렇게까지 하는 데는 집사라는 자리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직분이 아니며, 특히 섬김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섬기는 자리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교회(오세준 목사)는 ‘직분 중심’적 교회 운영을 지양하는 교회다. 교회 홈페이지의 교회소개란에는 “직분 중심에서 은사 중심으로 세워져 가는 가정교회 사역을 추구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다른 교회처럼 집사 장로 권사 등 직분이 존재하지만,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교회의 주요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 목사와 장로는 6년에 한 번 신임투표를 받는다.
이 교회 담임 오세준 목사는 “초대교회에서 직분은 계급적 상하관계가 아니라 은사의 구분이었다”며 “우리 교회는 바로 그 점을 교회 운영의 철학으로 삼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목사는 “집사의 은사가 있다면 평생을 집사로 살 수도 있고 반드시 장로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며 “지도력의 은사가 있다면 집사를 거치지 않고 장로가 될 수 있어야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 운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성경적 직분제 운영을 위해 힘쓰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 남포교회(최태준·원로 박영선)는 매년 집사들로부터 신앙생활과 관련한 서약서를 받는다. 서약서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일꾼으로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공예배 출석’, ‘제직회 참석 등 집사 직무 충실 이행’, ‘구역 활동’, ‘성경 교육 참석’ 등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담긴다.
용인시의 향상교회(김석홍 목사)와 높은뜻연합선교회(설립자 김동호 목사)는 장로의 권위주의 명예의식 관료화를 막기 위해 원로 장로 제도를 없애고 임기를 제한하고 있다.
김정훈 전 백석대 신대원(신약학) 교수는 “초대교회에서 직분은 역할 상의 차이이지 계급적 성격은 전혀 아니었다”며 “영국교회도 집사회가 따로 존재하며 장로에 의해 지배받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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