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닮았어"…21세 女알바 '英 미래 왕비' 판박이로 인생역전
어떤 꿈은 우연히 이뤄지기도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더 크라운'의 새 주역, 멕 벨라미(21)의 경우는 그렇다. 영미권에서 특히 장안의 화제인 이 드라마에서 벨라미는 영국의 미래 왕비인 케이트 미들턴 역을 맡았다. 미들턴 역 오디션은 수천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오매불망 배우의 길을 모색해온 이들이 줄을 섰다. 벨라미의 경우는 달랐다. 지나가던 이웃이 "너 케이트 미들턴이랑 똑 닮았는데, 지원 한 번 해봐"라고 말한 게 결정적 계기였다고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그는 당시 레고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래를 고민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캐스팅에 참여한 그가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레고랜드에서 공주 코스튬을 입고 퍼레이드 중이었다. 그는 NYT에 "캐스팅 참여 이전까지 내가 연기라고 해본 건 학창시절 연극에서 '서 있는 붉은 벽돌' 뿐이었다"며 "배우의 길은 운명처럼 찾아왔다"고 말했다.
배우를 꿈꾸며 연기를 밤낮으로 연마해온 이들이 들으면 힘이 빠지는 말이다. 그럼에도 벨라미의 경우가 유의미한 이유는, 그가 뒤늦게 깨달은 꿈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NYT에 "사실, 지원서를 넣으면서는 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점차 왠지 이 일을 꼭 해야만 한다는 강한 끌림을 느꼈고, 진심으로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들턴을 연기하기 위해 손에 넣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기사 및 영상 자료들을 섭렵하고, 미들턴이 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NYT에 "아마 사람들이 날 보면 미친 줄 알았을 것'이라며 "옷도, 말하는 방식도 케이트처럼 하기 위해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썼다"고 말했다.
그와 미들턴은 외모만 닮은 게 아니라 성격도 판박이라고 NYT는 전했다. 미들턴은 스포츠를 좋아하고 학급 성적이 뛰어났으며 반장을 했는데, 벨라미 역시 라크로스 종목은 선수급이고 학급에서 좋은 성적과 교우관계로 반장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크라운' 제작자들에게 벨라미를 선택하는 건 일종의 도박이었다. 완벽한 신인인데다, 연기력도 검증된 게 없기 때문이었다. '더 크라운'의 캐스팅 디렉터인 로버트 스턴은 NYT에 "벨라미에겐 편협함이나 편견 같은 게 전혀 없었다"며 "대화를 하거나 오디션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러운 유머와 따스함을 보여줬고, 무엇보다 윌리엄 왕세자 역을 맡은 배우와의 케미가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더 크라운'의 새로운 시즌으로 데뷔한 벨라미는 순식간에 스타덤을 구가하고 있다. 구찌부터 디올과 같은 명품 브랜드들이 그를 모델로 쓰고 싶어하며,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그의 사진을 1면에 싣기도 했다. 그러나 벨라미는 여전히 케이트 미들턴에 빠져있는 모드라고 한다. 그는 NYT에 "케이트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평범하게 태어나 왕족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감정과 경험을 깊이 생각했다"며 "케이트 왕세자비가 자신을 제대로 다뤘다고 느끼기를 무엇보다 바란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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