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보험료 2.2만원 내린다…3년 연속 인하, 보험업계 속앓이

오효정 2023. 12. 2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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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내년 자동차보험료 2.5~2.6% 인하 계획을 밝히며 금융당국의 ‘상생금융’에 동참했다. 지난해 4월과 올 2월에 이은 3년 연속 인하다. 그러나 보험업계선 “과감한 인하에 나설 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KB손해보험은 내년 2월 중순 이후 계약부터 개인 자동차 보험료를 2.6%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가정용‧배달용 이륜차 보험료 등도 내년 1월 중순 이후 계약부터 평균 10.3% 인하할 계획이다. 삼성화재도 개인 자동차 보험료 2.6%, 이륜차 보험료 8% 수준의 인하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개인 자동차 보험료 2.5% 인하안을 발표했고, 중소형사 중엔 메리츠화재와 한화손보·롯데손보가 각각 3%‧2.5%·2.4% 인하 계획을 밝혔다.

평균 자동차 보험료가 약 72만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2.5~3% 인하율에 따라 1만8000원~2만2000원 가량이 인하되는 셈이다.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대형사 네 곳(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이 모두 2.5~2.6% 인하안을 발표하면서, 업계는 약 5000억원 가량의 상생 금융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지난 6일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보험사 CEO들을 만나 “서민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시기에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상생금융 동참을 당부한 바 있다.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이 2021년 이후 3년째 흑자 기조를 지속해온 데다, 손해율(가입자들이 보험사에 낸 보험료에서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비중)도 안정적으로 유지된 영향이 컸다. 올 10월까지 4대 대형 손보사의 누적 손해율 평균은 78.6%로 양호한 수치를 보였다. 업계에선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선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만큼 소비자들의 경제적 고통을 분담하겠다”며 인하 배경을 설명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그간 누적된 보험료 인하 효과가 나타나면서 올 하반기 들어 평균 손해율이 증가해 비용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4대 대형 손보사의 평균 손해율은 올 9월 82%를 보인 뒤 지난 달엔 86.4%를 나타냈다. 9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메리츠화재·한화손보·롯데손보·흥국화재·MG손보)로 범위를 넓혀 계산하면 지난달 평균 손해율은 94%가 넘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 여름엔 장마로 인한 침수 사고가 적어 손해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졌지만 동절기엔 폭설 등 계절적 요인으로 손해율이 더 오를 수 있다”며 “업계 내에선 연말 손해율 집계까지 보고 1%대 정도로 인하율을 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최근 3년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차량 운행량이 줄어들면서 흑자가 가능했지만, 향후 시장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사고 건수가 다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고, 치료비 등 인당 보험금 지급액도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향후 적자 폭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영업손익은 5559억원 흑자를 보였는데, 지난해 상반기(6265억원)보다 흑자 폭이 축소됐다.

그러나 업계는 상생금융에 전 금융권이 동참하는 만큼 추가 사업 발굴에도 속도감 있게 나서겠단 계획이다. 지난 18일에는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한으로 하는 안을 꺼냈다. 내년 전체 인상률 평균을 약 1.5%수준으로 산출했는데, 이는 2022년(약 14.2%)과 지난해(약 8.9%)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보험계약대출 금리수준을 조정하고 이자납입을 유예하는 안 등도 거론된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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